무협지를 줄창 읽은 탓인지 2월 3주차는 제대로 읽은 책이 거의 없이, 정확하게는 다 읽은 책이 거의 없이 지나가버렸다.  활자중독에 이런 저런 수집벽이 있으니 책도 구하고 게임도 구하고 물론 매일 뭔가를 읽기는 했다만.  대충 네 권 정도의 책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우연히도 모두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벌'이 좀 편하게 읽어지는 소설이고, 미술교양을 좀더 늘려서 미술관 갈 때를 대비하려고 읽고 있는 책, 리스트가 쓴 쇼팽에 대한 책, 그리고 태고의 시간들은 매우 천천히 읽고 있다. 실용서적까지 하면 다섯 권을 조금씩 읽고 있는 셈인데, 이런 날이 있으니 가끔 뭔가 잘 읽어지는 주간에는 갑자기 완독을 하여 남기는 기록이 확 늘어나버린다. 


LA에서 SF 구간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운전해서 다니던 힘들었던 LA시절을 떠올려 보면 운전을 시간이나 거리가 아닌 구간으로 구분해서 지겨움에 적응하게 되는데,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일년의 흐름이란 것이 대저 그렇게 느껴진다. 3월이 지나는 것으로 한 분기가 끝나고 4월이 끝나는 것으로 한 해의 1/3이 지나가고, 6월이 되면 반이 지나고, 9월이 되면 NFL시즌과 함께 한 해의 마지막 분기가 다가오는 패턴 말이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한 해의 시작과 끝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양자역학의 시간개념으로 다가와버렸는데 아마 그 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저녁을 먹고 주간에 점심으로 챙겨가려고 현미와 백미를 대충 3:1 정도로 섞은 밥을 짓고, 샐러드로 먹을 채소믹스를 닦아서 말리고, 역시 평일에 점심으로 가져갈 연어를 오븐에 넣은 다음엔 한참 YouTube으로 고전게임을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가 충동적으로 몇 개를 지르고, 시간이 참 잘 지나가버려서 내일은 또다시 월요일이 된다.  자영업자도 피해갈 수 없는 Sunday Blues...


일요일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  요즘은 서점도 잘 안 나가고 있는데, 생각한 바가 있어 re-branding을 통한 업무확장, 절약을 통해 원하는 곳으로 갈 준비를 좀더 철저히 하는 마음자세가 있기 떄문이다.  우스운 건, 몇 가지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정리하니 덜 쓰면서 더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도 무엇도 여전히 사고 싶은 걸 사고, 읽고, 먹고 싶은 걸 먹고 하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결국 그간의 생활에서 기름을 좀 뺄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지랄과 민주당의 분열로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형국에 중국발 코로나 19 탓에 여러 모로 최소한 2/4분기까지는 뭐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한국으로 도망(?)간 직원은 이 떄문에 당분간 돌아올 수 없게 되었는데, 그의 마음자세가 바로잡히지 않는 한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이유로 더더욱 지금 읽고 있는 실용서적애서 많은 걸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회사의 경영도 나의 일상처럼 군살을 빼고 좀더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더만 개인의 삶이야 남이 어떻게 바라보든 상관이 없으나 회사의 경우 외관, 혹은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아예 무시하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또한 나중에 만약 하와이로 모든 걸 옮긴다면 필요하게 될 대중의 설득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나라는 brand, 아직은 회사=나이기 때문에, 나라는 professional의 업무형태나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주지시켜야 하는 큰 risk가 이주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서.  


5월이 되어 2월의 시험결과가 나오면 시험에 붙는 사람들은 갖고 있는 책을 모두 팔아버리니까 일단 그때 잊지말고 기본적인 시험공부, 포괄적인 복습이랄까, 이런걸 시작할 수 있도록 책을 사야만 한다.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아마도 온라인수강을 통해 systematic한 approach로 2-3개월을 보내고 시험을 보게 될 것이다.  외우는 머리가 많이 퇴보했기 떄문에 이 부분부터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뭔가 신나고 설레는 일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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