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도 함께 읽고는 있지만 이번 주간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마의 산' 완독이다.  이번에 읽은 판본은 동서문화사의 한 권으로 총 9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30대 중반에 시작해서 여러 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40대의 중반으로 진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올해 10월 8일에 드디어 등정에 성공했다.  거듭 말하지만 너무 난해한 단어선택으로 일어판의 중역을 심히 의심한 바, 난생 처음 접하는 '편상화'같은 말은 한국어로 써놓은 한자조합이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사전을 찾아보니 요즘의 등산화처럼 신은 발목구두 같은 걸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내 짧은 식견으로는 아무리 봐도 한국어 같지 않고 한자나 외국어를 자국어의 혼종으로 만드는 것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일본어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 이런 부분이 꽤 많았던 점, 그리고 토머스 만의 장광설의 번역이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고 느낀 점은 조금 아쉽지만 어쨌든 두꺼운 고전은 아름다운 법이니 이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는 기쁨이 있다.


두 권으로 나눠진 것이 2017년에 나왔고 이것이 다시 2018년에 나온 걸 보니 번역을 손봤거나 뭔가 했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 크고 두꺼운 책을 드디어 완독했다는 것.  


40대를 넘어가면서 읽는 이 책의 느낌은 다른 나이대의 느낌과는 다를 것이다.


요양중인 친척의 병문안을 가게 된 한스는 요상한 이유로 계속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딱 여기까지 쓰고 그간 글을 올릴 수 없었다.  운동도 그렇도 뭐도 그렇고 이렇게 큰 걸 한번 끝내면 역시 후폭풍이 온다. 책을 한 권도 끝내지 못한 것이 대충 열흘. 


손님이자 직원이 새로 왔고, 월요일부터 출근했다. 낮엔 일을 가르치고 밤엔 술을 마셨다. 그러기를 한 주간, 운동도 겨우 했고 낮엔 일하느라 밤엔 마시느라 책을 벗할 수 없었으니 이번 주말부터는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마의 산'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다.  워낙 길고 상징하는 바가 많고 스토리의 전개도 만만하지 않다.  


스토리를 함부로 쓰자니 스포일러가 진동할 것이고, 아주 짧게 끊어가는 건 어렵고. 그저 한 청년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요양원에 들어가 정주하면서 여러 일을 경험하고 사유를 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나오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론과 삶의 모습과 그 속에서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신의 철학과 생각이 그려지고. 이 정도. 겨우 다 읽었을 뿐이고 스토리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거기서 토머스 만이 말하고자 한 것도 잘 이해하지 못했음이다. 


시간이 흐르니 더더욱 잘 기억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까지. 물론 여러 번 읽다 말기를 반복하면서 얻어진 건 줄거리에 대한 조금 더 나은 기억이다.  


로스쿨시절에서 시험을 마칠 때까지를 제외하곤 평생 책과 글을 멀리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 일주일 책을 적게 읽다 보니 다시 글을 길게 읽는 것이 쉽지가 않다.  정확하게는 책을 읽는 혼자의 시간과 여유가 부족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제와 오늘 새벽의 운동을 했고 오늘은 저녁 때 약 3마일을 걸었다. 내일도 그렇게 나의 수행을 resume한다. 


P.S. 조국장관의 사퇴, 그와 그의 가족이 겪었을 고통, 윤석열의 쪼잔함까지 할 이야기가 많다.  다음 기회에 한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