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뜨니 수요일의 끝이다. 언제나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간다.  젊은 시절의 시간낭비를 경계하는 말은 종종 접하지만 사실 어쩌면 시간이 소중하기 그지 없는 건 지금, 그리고 이후로,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한 것이니 아무리 어른이고 사리분별이 있다고 해도 시간낭비에 대한 경구는 이 나이에 더 많이 접해야 하는 것 같다. 


주말의 운동도 좋았고 월요일에도 늦게 그날의 운동을 마쳤다. 덕분에 어제는 쉬어야 했고 오늘은 바쁜 일정과 미팅, 그리고 점심약속으로 오후를 넘겨 운동이 미뤄졌다. 잠깐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늦은 저녁에라도 잠깐 뛸 생각이다.  토요일이 8/31이니 오늘부터 잘 달리면 이번 달엔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월 20000칼로리를 넘길 수도 있겠다. 현재 수치가 8월 중 17245로 나오니 대충 두 번 정도 제대로 뛰어주고 weight lifting 2회면 넘길 수도 있겠지 싶다. 수치의 정확성보다는 그렇게 어떤 척도를 두고 늘 측정하는 것에 더 의의를 둔다만, 어쨌든 숫자는 중요하다, 이 경우엔.


8월의 한 주를 손님으로 날려버린 덕분에 책읽기는 무척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 이번 달 12권이 고작이다. 이건 속도를 올려서 마구잡이로 읽어내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마 잘해야 한두 권 정도가 더해지지 않을까.  


전작은 오히려 사놓고 읽지는 않은채 보관중이다. 책소개를 팟캐스트로 듣고 흥미를 가졌고 저자의 역설을 미리 접한 터라 더욱 열심히 읽었다.  원래 난장판인 뇌를 정리정돈하는 힘은 후천적으로 길러진다는 말. 인쇄물과 디지털매체를 읽는 건 같은 의미의 '책'이라고 해도 매우 다른 뇌의 운동과 발달 및 운동을 보인다는 말. 특히 온갖 다른 것들이 한꺼번에 완벽한 싱크로와 협업을 일으켜야 하는 종이책읽기에 비해 단층적이고 단편적인 디지털매체의 읽기에 대한 비교리서치가 무척 기억에 남는다. 다가올 미래엔 더더욱 종이책을 읽되 디지털매체를 읽는 것도 함께 단련해서 이를테면 양손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엔 일종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표방하는 의견으로 이해했다.  몇 가지 저자가 논증을 위해 전제하는 것들에 대한 비평은 있을지언정 종이책읽기의 중요성이나 이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뭔가 집착적이고 버릇같은 비판적인 읽기의 자제가 필요한 면인데, 비평을 들어보면 늘 뭔가 밸런스를 잡기 위한 반대의 의견이 제시되는걸 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쓸데없는 짓 같다.  뭔가 흥미나 정보만 추구하지 말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으로 뇌를 단련하기 위해서라도 어려운 책을 늘 한 권은 열어놓을 생각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특히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책읽기의 목적인 정보취득, 지식습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모두 녹여낸 지혜의 추구, 혹은 배우기 위한 독서, 즐거움을 위한 독서에서 관조라는 궁극에 이르는 독서를 추구할 것을 저자는 권한다.  왜 이런 시대에 굳이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답변.


요즘 흥미를 갖고 있는 멋진 삶의 소유자 파일로 밴스. 막대한 유산상속으로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그는 시대상 영국 젠틀맨의 계승자이자 그런 삶이 가능했던 마지막시대의 인물이 아닌가 싶다.  문학과 고고학을 논하고 예술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그의 부업은 탐정. 게다가 넷트워킹도 훌륭해서 지역검사와 함께 움직이고 경찰도 그를 존중하니 종종 다른 탐정들이 겪는 경찰과의 충돌도 없다.  늘 뭔가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 끝내는 일은 없으나 사건은 종종그에게 다가오고 이를 근처에서 지켜보고 기록하는 건 그의 개인변호사이자 비서이자 친구인 반 다인의 몫이다.  두 사건 모두 모든 단서가 제공되지 않고 결정적인 팩트는 다소는 무리한 유추와 추측을 통해서 연결이 되므로 애초에 독자와의 대결을 염두에 둔 소설이 아니다. 엘러리 퀸을 읽으면서 느낀 것처럼 반 다인의 소설도 그저 즐겁에 한 걸음 물러나서 즐기면 딱이다.  명문가의 대저택과 이에 속한 호수에서 벌어지는 살인극을 해결하는 것이 '드래건 살인사건'이고 역시 비슷한 배경의 사설카지노에서 벌어지는 활극이 해결되는 것이 '카지노 살인사건'이다.  뭔가 이젠 100년이나 지난 옛날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아련한 지나간 시절의 모습과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걸 역사책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최근에 제시되어 유행하기 시작한 빅히스트로의 과학책으로 봐야 할까.  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되 사실 로마는 전체에서 일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주로 과거의 사례를 현대에 투영해서 지금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건강한 시절의 로마는 비교적 투명하고 합리적이고 평등한 형태의 국가운영을 통해 빈부의 격차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서 이탈리아를 석권하고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하지만 공화정말기의 로마로 오면 잦은 전쟁으로 자영농이 몰락하고 전쟁의 댓가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된 상태로 제정을 통한 쇄신을 시도하지만 크게 바뀐 건 없이 멸망까지 꾸준히 달려갔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즉 빈부격차, 사회의 이런 저런 면에서의 격차가 심해질수록 한 체제의 종말로 간다는 말,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는 큰 문제가 있다는 말. 좋은 시스템으로 발전한 국가가 점점 사람의 능력으로 좌지우지되고 사람의 능력에 따라 발전과 퇴보를 가늠하게 되면서 회복을 위한 노력 자체가 잘못된 방향을 추구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로마제국쇠망사'보다는 덜 지루하고 '로마인 이야기'보다는 덜 한쪽으로 치우친 분석의 시도가 좋다. 다만 역사학자가 아닌 탓에 이런 저런 작은 오류나 덜 맞는 표현은 어쩔 수 없다.  


구판으로 2012년에 읽었고 근 7년만에 신판으로 다시 읽었다. 번역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여자가 남자에게 흔히 쓰는 존댓말의 표현이 모두 동급으로 바뀐 정도. 이건 일본의 문화에서 볼 때 원본의 표현과 맞을지 조금 궁금하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스토리가 책을 펼치면서 다시 떠오르는 걸 알았다. 대학생시절까지 읽은 책은 지금도 내용이 뚜렷하게 기억되는데 비해 이후의 독서는 늘 뭔가 다 잊혀지고 다시 읽으면 한꺼번에 recall이 되어 떠오른다. 


이 책을 읽을 때 뭔가 굴, 시공간의 왜곡, 십대 소녀 같은 하루키의 단골모티브에 대해 뭔가 말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결론이 없는 결론의 이야기.  


이렇게 써도 팔리나 싶은 이상한 이야기도 조금 있고 꽤 좋은 이야기도 적당히 섞여 있는, 작가라는 인간이 부럽기 그지 없는 책. 물론 잘 팔리는 작가여야 하겠지만 자유도가 높은 직업이라서 책을 쓰고 여행을 다니는 하루키의 삶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재주도 없거니와 시대로 봐도 책만 써서는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서 이런 방향으로는 꿈도 꾸지 않지만 뭔가 내가 하는 일을 이런 형태로 유지해나갈 수 없을까 늘 고민한다.  하와이에서 살고 싶으니까.


멋진 서점에서 보낸 시간들, 만난 유명인들, 작가들에 대한 짧은 회상. 팜플랫처럼 얇은 책. 지금은 다른 곳에서 서점을 하는 작가의 눈으로 그려지는 좋던 시절의 서점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멋진 복합문화공간이었다. 대형서점조차 줄줄이 문을 닫고 아마존에 의해 잠식당하는 지금은 꿈도 못 꿀 멋진 시절.  얼마 전 자기 아파트에서 서점을 열고 매우 선택된 소수의 손님들에게만 책을 팔고 문학살롱처럼 운영되었던 뉴욕의 멋진 서점주인의 죽음으로 잠깐 서점이 뉴스에 등장한 적이 있는데 책을 팔아서 먹고 살기엔 너무도 어려운 지금의 세태와는 다른 모습에 쉽게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아주 늙어서 가는 날을 준비하게 되면 마지막엔 서점을 열어서 가진 책을 하나씩 팔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가 되면 어차피 먹고 사는 건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테니까.  죽은 후 조각조각 몸을 보시하는 풍장 (혹은 조장)처럼 컬렉션을 조각조각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 '지'의 풍장이라고나 할까.


이제 슬슬 정리하고 들어가서 잠깐 쉬고 달리기를 해볼 참이다.  스스로에게 good luck!


근데 무릎이 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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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8-29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아니 오래 전부터 그렇게 느끼지만 수요일만 지나면
금방 한 주가 가는 것 같아요. 이러다 말씀하신대로
눈 잠깐 감았다 뜨면 할머니가 되있을 것 같아요.ㅠ

transient-guest 2019-08-30 00:36   좋아요 1 | URL
매주 시작하고 금방 지나가는 걸 보면 정말 그래요. 세수를 하다 얼굴을 들어보니 처음보는 아저씨가 쳐다보고 있는 느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