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중으로는 새로 옮겨갈 사무실공간의 임대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실 하루라도 빨리 처리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오늘까지는 여유가 나지 않았는데, 복잡한 이야기를 다 빼고 설명하자면 오늘까지는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소에 들어갈 수가 없는 사정이라서 오전에 조금 일을 하다가 서점으로 나와서 digital nomad행세를 하고 있다.  노트북이 오래된 탓에 금방 배터리가 나가서 plug-in할 곳이 없으면 그나마도 잠깐 메일을 확인하는 정도가 가능한 일처리의 전부라서 사실 그냥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때우는 정도로 어제와 오늘의 귀중한 이틀을 이 바쁜 시기에 낭비하게 되었으니 애초에 판단을 잘 해서 연착륙이 없이 바로 새로운 장소로 옮겼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수에서 배우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실수를 하지 않는 건데 특히 나이가 들수록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개념은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경구가 되어가는 걸 느낀다.  혹시라도 누가 알아볼까봐 sunglasses를 끼고 앉아서 메일을 쓰는 꼴이 우습다가 웃프다가 한다.  


3월까지만 보면 실적은 작년보다 나은 편이다. 일이라는게 원래 계속 안타를 치면서 가끔 홈런을 쳐야지 건강하게 돌아가는 것이라서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면 2019년은 훨씬 더 나은 한 해가 될 것이다. 2020년, 그 이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살아남고 잘 되는 사람은 있을테고, 그것이 나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트럼프의 심장마비나 비명횡사를 빼곤 없겠다.  후퇴하는 여러 가지 정책들이 더 이어진다면 미국은 확실한 쇠락기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오바마의 당선으로 간신히 돌려놓은 것들이 다시 하강국면을 이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특히 그런 걸 많이 느끼는데, 똥멍청이들이 많은 건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라서 뮬려특검의 full report가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로써는 Barr의 축약본이 마치 진실의 전부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 Dacre Stoker의 'Dracul'을 읽고나서 딱 십년 전에 나왔던 'Dracula the Un-dead'를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당시엔 대충 30대를 갖 시작한 시점이라서 그랬는지 Bram Stoker의 'Dracula'의 결말에서 약 25년 정도가 지난 부분에서 시작함에 따라 다양하게 묘사된, 청년에서 장년-노년에 이른 원전의 등장인물들의 감성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읽어보니 그런 묘사들이 조금씩 가슴에 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독서의 묘미에 한층 더 다가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삶의 모든 건 결국은 나와 다른 것들의 관계라고 할 때, 책 또한 그런 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모르핀에 중독된 채 살아가는 Dr. Seward - 원전에서 나오는 의사이자 Lucy를 사랑했던 또 한 사람 - 가 자신의 청년기와 현재를 끊임없이 반추하는 걸 보면서 어쩜 그리도 공감을 남발하게 되던지.  풋풋한 스물의 청년에서 그 두 배의 나이를 먹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겹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사실 난 그때보다 힘도 세지고 근육이 더 붙었고 더 잘 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사를 계획하면서 이번에 가는 사무실의 오픈공간을 서재처럼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직 cataloging이 되지 않은 책을 기존의 정리에 더하고 있는데 아직 상당한 만화책, 그리고 영어책의 일부가 정리되지 않았음에도 현재 이미 6,200권을 훌쩍 넘어버렸음에 조금은 놀라고 있다. 내가 책이 많은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거의 7,000권은 됨직한 권수가 실체적으로 다가오니 뭔가 가볍지 못한 삶의 궤적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무거운 것. 


대략 2년을 잡고 하와이, 정확하게는 오아후섬의 호놀룰루로 옮겨갈 결심을 했다. 물론 아직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고 설득과 절충, 혹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겠지만, 그곳으로의 이주를 가장 중심에 놓고 모든 결정을 할 것이며 설득과 절충이 될 수 없다면 포기할 건 포기할 것이다. 마흔을 넘긴지도 이미 여러 해, 인생은 짧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은 삶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그런 것들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것에서 힘을 얻고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늘 무엇엔가 쫓기는 듯하고, 가슴이 답답한 삶을 산지도 7년째, 이젠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결심이 겨우 선 것이다.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의 내 생활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첫 해에는 주로 본토에서 일하는 것에 맞춰 살아가겠지만 천천히 그곳에서의 practice도 준비할 것인데, 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시간조차도 행복할 것 같다.  그곳의 시간으로 오전 6-2시까지, 본토의 시간에 맞춰 일을 하고 남은 하루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아니면 한가롭게 해변에 누워 낮잠을 잘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하나씩 준비를 해갈 것이다.  이번의 여행에서 형들의 소개로 동갑내기 토박이와 친구를 먹게 되어 준비를 하는 동안 많은 걸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아무도 없는 판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조금 나을 것 같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여섯 시면 일을 시작하고, 오후 두 시면 일정을 끝내고, 평화롭고 건강하게 남은 생을 살 것이다. 유럽도 좋고 아시아도 좋고 일년에 한번 정도는 조금 멀리 떠나보기도 하면서. 본토의 사무실을 관리해야 하니 한달에 적어도 1-2주는 이곳에 나와 있어야 하므로 늘 여행을 다니는 기분으로 살 것이다. 


내 삶을 다시 찾아가는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어진 가장 값진 무엇인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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