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휴가를 다녀온 후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고 2월을 그렇게 보내면서 밀린 업무를 정리하고 마침 다소 soft해진 commercial real estate condition에 따라 얼마전부터는 새롭게 사무실을 셋업할 적당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조금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드는 2월이지만 그래도 미뤄둔 홈페이지개정을 제외하고는 상당부분 원했던 일정에 따라 일을 처리했기 때문인지, 폭우를 뚫고 서점으로 들어와 커피를 마시면서 듣는 Sonny Rollins는 예술이다. 비를 좋아하고 흐린 날씨도 좋아하고 게다가 겨울에 오는 비에 따라 다음 해의 가뭄정도를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라서 2월 중순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로 계속 이어지는 이런 날씨가 싫지 않다. 


기초체력을 꾸준히 관리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2009년부터 한번도 놓지 않고 이어온 gym생활이 얼마가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남들이 다 피곤해해도 나는 괜찮은 그런 긴 자동차여행, 운전, 더 이상은 무겁게 느끼지 않게된 많은 것들, 거기에 튼튼한 하체까지.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뛰어본 기계위에서의 런닝이 65분, 6.4마일, 820칼로리라는 수치가 나오는 걸 보면서 새삼 그런 생각을 했다. 뛰는 양이 좀 줄어든 2월이었지만 spin도 했고 근육운동을 계속 한 덕분인지 언제든 이런 저런 운동을 하면 몸이 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보면서.


성질이 급한 탓에 이런 저런 잔소리도 듣고 어릴 때엔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rapid response를 선호하는 업종의 특성상 이런 점이 일에 도움이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늘 response time이 늦는 업계의 다른 사람들, 그에 따른 고객의 불만을 보면서 내 고객들은 그렇게 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고, 원래 뭔가 쌓여있는 걸 싫어해서 메일 같은 건 보통 바로 답을 해주는 편이고 전화로 설명하는 것이 편하면 전화도 그 자리에서 처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 같다. 규모의 싸움이란 건 어디나 마찬가지라서, 그리고 아직은 조직적으로 정리된 패턴으로 일을 처리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데서 오는 불만도 분명 있겠지만, 작은 규모라서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책읽기가 지지부진함에도 그럭저럭 1월엔 17권, 2월엔 19권을 읽었다. 언제나 지향은 매달 20권 이상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속도가 떨어지는다.  바쁘고 생각할 것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닐 것이다. 


상당히 기대를 하고 시작했지만 읽는 내내 힘겨웠던 책. 70년대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저열하기 짝이 없는 서구인의 몰이해가 짜증이 났다면 내가 이상한 건지.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로 시작되어 일본을 넘어 시베리아까지의 여정에서 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저자의 시각은 그가 보고 겪는 모든 걸 굴절시킨 듯, 긴 여행길에서, 그보다 더 길게 느껴진 책에서, 뭔가 좋게 묘사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불편함에 대한, 불결함에 대한, 이상한 문화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빌 브라이슨의 해학이나 유머도 없이 밋밋하고 건조함이 이어질 뿐이다. 그가 지나온 많은 곳들이 그 당시의 기준으로 볼 때 무척 낙후된 곳이긴 하지만 그 역시 70년대의 사람이니 지금의 내가 볼 땐 무척 편협하고 무지한 서양원숭이로 보일 것이다. 많은 것들이 상대적이고 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체적으로 지구의 곳곳이 개발되었고 "좋아"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책으로 벌어 먹고 살만큼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부럽게도 하와이와 Cape Cod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외국생활을 오래하면서 이곳에도 저곳에도 쉽게 적을 둘 수 없는 경계인처럼 느끼는 삶의 경험에서 비딱하게 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역시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책.


이번으로 두 번째 읽는 마거릿 애드우드의 작품. 지난 번의 '시녀 이야기'와는 다른 톤으로 그려지는 좀더 지금에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 교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환경에 자원하는 부부가 겪어나가는 디스토피아. 교화사업으로 버는 돈보다 더 큰 장기부속매매사업, 영아유괴를 통해 벌이려는 혈액매매사업, 납치한 사람의 머리를 개조해서 섹스로봇으로 팔아버리려는 계획까지 온갖 더러운 일이 민영화된 교화사업장을 통해 이뤄지고, 선을 넘긴 이 사업을 폭로하려는 사람들에게 포섭된 주인공부부의 활약으로 결말이 나오는 이야기는 '시녀 이야기'를 읽었을 때와 같이 적정한 수준의 참을성을 갖고 펼쳐지는 얼개를 잡는 순간 갑자기 재미가 급상승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중반까지 무척 오래 걸려서 조금씩 읽었던 것을 나중에 한 이틀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끝냈을 정도.  수익창출이 지상최대의 목표인 사기업에게 공적영역을 일을 맡기면 일어날 수 있는 극한의 예시가 아니었을까. 이미 미국의 교정사업은 민영화되어 엄청난 세금이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시민의 교정이나 자유와는 관계없이 소모되는데, 이미 민영화된 사업에 걸린 이권이 큰 관계로 교정시절의 필요는 계속 늘어갈 뿐이니, 아니 계속 필요하도록 법이 집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 한국에서 요즘 교회세력이 주도한 교도소민영화는 절대 허가되어서는 않될 것이다.  사기업도 문제지만 특정종교가 장악한 교정사업의 내용이란 건 뻔하지 않겠는가. 


건드린 책은 여전히 네 권 정도가 있고 조금씩 읽고는 있지만 영 속도가 붙지 않는다. 그래도 책에서 위안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견한 건 행운.  "The Secret, Book & Scone Society"라는, 다소는 아줌씨들이 좋아하는 로맨스소설의 냄새가 나는 엘러리 아담스의 활극을 말함이다. 서점과 책을 좋은 장치로 사용한 소설은 장르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환영이다.  이번 주말에 하려던 업무를 조금 미루고 그렇게 빗소리와 들으면서 책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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