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하이스코어 걸'을 감상한 후폭풍이 잦아들기는 커녕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원래 피규어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요즘 아마존에서 자꾸 이걸 검색하게 된다.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상품이라서 무척 비싼 값에 나와 있고 실제로 그런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지만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히트를 쳤고 세계적으로도 이미 굉장히 유명한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으니 조만간 미국에서 블루레이와 책이 정발되지 않을까 내심 바라고 있다. 


이 피규어는 히로인에 해당하는 오오노 아키라. 재벌집에 태어나 각종 영재교육을 받은 덕분에 못하는 것도 없고 성적도 좋아서 학교에서는 우상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무척 외로운 듯, 모든 스트레스를 오락으로 날리는데 무려 초고수. 동네의 왕초를 자부하던 게임덕후인 주인공과의 접점이 여기에 있는데, 게임을 빼면 잘하는 건 하나도 없는 주인공과 초등학교부터 계속 썸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즌 1이 12회로 끝났는데 결말을 보면 시즌 2를 기대하게 되지만 원작이 이미 끝난 것으로 알고 있어 더 이상은 기대할 수 없을 듯.


오락기가 대부분 16비트를 넘지 못했던 시절, 오락실에서 하던 게임을 홈콘솔에서 구현한다는 것만으로도 흥분하던 시절, 지금처럼 게임기나 게임종류를 다양하게 갖추고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게임을 밤새워 하던 그 시절의 감성이 자극되어 아직도 심심하면 폰으로 넷플릭스를 돌리게 된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덕후에서 인간으로 진화하게 마련이다. 요즘의 나를 보면 인간에서 덕후로 진화, 아니 퇴화하는 것 같아 무척 즐겁다. 공간만 충분하다면 이 시절 즐기던 16비트 2대장인 슈퍼패미콤 (슈퍼닌텐도), 메가드라이드 (세가제네시스)를 꺼내어 TV에 연결하고 롬팩으로 스트리트파이터 2 시리즈를 즐겨보고 싶다. 지금은 조이스틱으로도 어려운 각종 기술을 무려 패드로 시전할 수 있었던 25억년 전의 나를 보고 싶은 것이다.  


희한한 애니메이션을 본 덕분에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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