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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2년 7월
평점 :
대학이라는 지성의 상아탑에서 내 눈에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를 고르라하면,
단연 '마르크스'라는 이름이 적힌 포스터들이다.
학교 게시판에는 늘 '이제 마르크스를 읽어야 할 시간'이라던가,
'마르크스 자본론읽기 세미나' 따위의 현수막이 늘 붙어있던 것 같다.
마르크스는 곧, 공산주의 곧, 빨갱이라는 단편적이고 유치한 공식논리를 가지고 있던 나는
읽어선 안 될 금기의 인물과 사상이 대학가에서는 외려 꼭 해야만 할 필수의 권장사항인 듯한
느낌에 약간의 겁을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주의의 동기나 선후배 중에서는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마르크스주의이니,
자본론이니, 공산당 선언이니 하는 것들에는 관심 밖의 일상을 지냈던 것 같다.
그 예전 대학가에 사람들은 사상에 불온한 영향을 끼치는 소위 금지된 빨간 책을
지하방에서 돌려 읽어가며 밤새 토론에 열을 올렸다지만, 글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마르크스와 공산주의의 어구는 더 이상 뜨거운 이야깃거리나 관심사로부터 멀어진지 오래다.
그래도 수업시간 종종,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 얼핏 몇 가지 주워들었던 것들은 있었다.
이른바 헤겔 철학의'위로부터의 혁명'이 지배적이던 당대 사회를 뒤흔들었던
마르크스의 철학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이었다. 관념론이 아닌 철저한 유물론적 사관으로
역사가 흘러가야 함을 주장한 그는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 밖에 없는
프롤레탈리아가 혁명의 주체가 되어 국가중심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공산주의 체제하에
전 세계의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할 것을 외쳤다.
유럽을 떠돌던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아시아로, 아프리카로, 동유럽으로까지
떠돌게 되었으며 엥겔스와 마르크스의 선언문을 따라 공산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완벽한 것 처럼 보였던, 그리고 근, 현대 사회를 이끌어갈 유일한 이론으로 추앙받던
공산주의는, 구소련의 몰락을 마지막으로 역사적인 '종언'을 맞이했다.
그리하여,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는 왜 실패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논쟁은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의 대표적인 논쟁이다. 그리고 이 책은 마르크스에서부터 시작된 공산주의의 승리와 실패의 흥망성쇠 역사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마르크스로 부터의 공산주의 원론밖에 알지 못했던 나같은 독자들은 필연, 왜 각 나라로 번져나간 공산주의가 지금과 같은 붕괴를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 나름대로 그 분석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산주의는 그 이론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각 나라에 퍼져나간 공산주의는 그 민족적 전통성이 가미된 형태로 계속 진보 발전해나가기도 했지만, 쇠퇴의 길을 걷기도 했다. 책은 그 과정을 충실히 따라간다. 1917년 이전의 기원에서부터 공산주의의 실험이 시작되던 1929년까지의 기간과, 29여년간을 도약해 나가던 때, 57년까지 지속된 확산과 20여년간의 변형 그리고 80년 이후의 종언에 이르기까지 공산주의 역사의 세계사를 저자는 꼭꼭 담아내었다.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이념이 실현되었을 때 가장 파괴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공산주의를 깊이있게 보다 심도있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단순한 백과사전식 나열에서 벗어나
거대한 흐름을 비교적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다.
공산국가 간의 비교를 통한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한 저자의 방대한 이 책은 가히 공산주의 대서사시라 칭할 만 하다.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에 대해 어렴풋하게만 알고있는, 그러나 그 어렴풋한 지식을 확실하게 다지고 싶은 독자에게 두말없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