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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를 들어볼 이유는, 그것이 어쩌면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깨달음을 줄 수도 있으니"

라던 저자의 서문을 계속 곱씹어 보는 건,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던지는 오싹한 공포와 연민이 

책 속의 오래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면면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었던 고전들은 어쩌면 '정석'에 맞춰진 정설일 가능성이 크다. 

가르치고 배우기에 알맞은 내용으로 일부의 내용은 확대되고 또 어떤 내용은 축소된 그 틀 안에서

우리는 고전을 가르쳐왔고 배워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정석'의 '정설'을 뒤엎는 통쾌한 시도를 한다. 고전은 이래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공식을 과감히 깨부수고, 작가의 기발한 통찰력으로 당대와 지금을 관통하는

몇 가지의 코드를 짚어낸다. 


세속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일깨워주는 <구운몽>은 이 책에서 '정절과 포르노크래피를 동시에 꿈꾸는 가부장의 이중생활'이라는 발칙한 이야기가 되고,

호부호형 하지 못한 설움을 받았던 그 유명한 <홍길동전>은 이 책에서 더 이상 홍길동이 쌓았던 의로운 행실이나 업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첩이라는 '계약족 여종'의 인생에 초점을 확대시킨다.   

가축이며 가족의 간을 빼먹는 <여우누이>는 있을 법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서 자식에게 간도 쓸개도 다 빼내주는 지금 시대의 부모 이야기로 이어짐으로써 더한 섬뜩함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작가는 "결국 이래서 망했더라, 이랬더니 흥했더라"하는 식의 고정된 고전관의 나사를 

풀어나간다. 작가의 해석이 자칫 대중적 인식과 어긋날 경우 독자의 비위를 거스를 수도 있을 법도 한건만,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왜 작가는 이 고전을 이렇게 바라보고 이야기를 풀어내는지에 대한 이어지는 설득들이 꽤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들이다. 그래서 1차적인 표면으로만 접해왔던 고전의 이야기는 작가의 정과 끌로 벗겨지고 다듬어져서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내보이고자 한다. 


항상 지루하게만 여겼던 고전들이 이 책에서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일관되게 끌고 가는 '현재'와의 연결성이다. 그저 옛날 일로 끝나버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에서도 발견되고 되풀이되는 가족의 모습들이 겹쳐지는 순간,

책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한층 더 실감나게 다가올 테니 말이다. 


고전에 대해,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삭막하고 험난한 현실을 고전에 기대어 에둘러 표현한 책의 묘미를

쉽게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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