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형사, 탐정클럽 -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
외르크 폰 우트만 지음, 김수은 옮김 / 열대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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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킬러, 형사, 탐정클럽'이라니. 뭔가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었다. 또 표지에 쓰인 사진이 무성영화의 고전 'M'이다 보니 범죄실화를 다룬 책들이 가끔 그렇듯 좀 게으른 책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 목차을 보니 역시 생각대로 너무 넓은 분야들을 다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대강 펼쳐볼 기회가 있었는데, 새롭게 접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살 결심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책이 너무 넓은 부분에 걸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건들이 쓱-훑고 지나가는 식으로 간단히 묘사되어 있어 범죄의 뒷이야기라던가 자세한 분석, 작가 개인의 평가 같은 것을 얻기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킬러, 형사, 탐정클럽'이라는 제목만은 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범죄실화를 다룬 책이나 수사방법에 대해 쓰인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범죄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들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사의 시각-법의학이나 수사 방법에 관하여-, 예술가의 시각-문학, 드라마, 영화등- 배심원의 시각-엇갈린 판결들- 대중의 시각 등등. 즉, 범죄자체 보다는 그것으로 인한 2차적 행위들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범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들에 대한 일종의 문화사적 접근인 셈이다.

새롭게 접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나 위에서 말했듯 문화사적 이미지가 강하게 풍기는 것은 아마도 저자가 유럽인이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범죄를 다룬 책을을 많이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범죄수사에 있어서는 어쩐지 최고, 첨단이라고 자랑하고 있는 듯한 미국쪽의 저자들이 대개는 실제 일어났던 범죄와 수사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거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쉽게 풀이하는 식으로 책을 많이 쓴다면, 유럽은 콜린 윌슨의 '살인의 심리'나 이 책처럼 좀 더 유연한 시각에서 문화사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환경이 다르고 가지고 있고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자료들이 달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러므로 흥미진진한 범죄실화나, 법과학이나 수사기법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하는 분들꼐 이 책은 그다지 흥미로운 책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쪽으로 접근하기에 너무나도 많은 부분이 추리소설, 범죄 드라마, 영화 등에 할애되어 있기 때문이며 수사 기법에 대한 이야기도 역사적 발전과정 소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분석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도 다소 미진한 느낌으로 다가올 법하다. 적어도 '즐거운 살인'같은 깊이있는 학문적 분석은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문화가 범죄를 다루는 여러 방법들에 대하여 폭넓게 접근하고 싶다면, 꽤 괜찮은 책인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정된 페이지에 담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여러 분야들을 그것도 드넓게 살펴보고 있으므로 서술은 세밀하거나 드라마틱하지 않고 단편적인 편이다. 그래도 내용은 제법 충실하고, 건조한 문투는 안정감을 주며, 정리도 무척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생각만큼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일종의 개론서 정도의 느낌이랄까. 책은 쉽게 잘 넘어가는 편이다.

별은 세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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