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농장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현대 미국 태생 스릴러의 몇 가지 관습적인 장치들, 소재들,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과 구조...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잘 쓴 일본 사회파 미스테리가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면, 미국 태생 스릴러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고, 소화시키기 어려운 선정성에 뒷맛이 나쁘다. 어쨌든 둘 다 읽는 사람을 지나치게 고려에 둔 탓이다. 한 마디로 푸짐하게는 보이나 주제도, 맛도, 질서도 없는 싸구려 부페상 같다.

흡인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내내 '빨리 다 끝나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고, 뒷맛도 개운치 않다. 게다가 처음부터 범인의 존재와 적과 동지의 구분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고 해도 좋을 관습적인 장치 내에 머물러 있어, 여검시관 스카페타의 모험담에 별 동참하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즐길만한 거리도 별로 없었다. 공감가는 인물이 없어서인지 내가 평소엔 무척 좋아하는 인물과 상황에 대한 섬세하고 신변잡기적 묘사는, 이 책에서 만큼은 도리어 견디기 힘든 기분나쁨의 제일 큰 원인이 되어 주었다. 내겐 세상이 단순했던 시절, 범죄가 간단했던 시절, 탐정과 범인 모두 순진했던 시절의 미스테리가 제격이고 그 이상을 감당해 내고 싶은 마음도 생각도 없다.

그래도 1권의 반 정도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질척거리는 인간관계의 실체가 다 드러나기 전까지는 딱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의 주변인들이란... 스카페타 박사가 이대로 미쳐버리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다.

물론 이 책에만 실망해서 모든 현대 미국 미스테리/스릴러를 멀리할 생각은 없다. 한니발 렉터 시리즈는 그 선정성에 가끔 울렁거리긴 해도 꽤 멋지다고 생각하고, 아직 링컨 라임 시리즈도 안 읽었다. 그리고 csi시리즈도 좋아한다. 그러니 스카페타 시리즈를 리스트에서 제외한다 해서, 뭔가 큰 걸 놓치고 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개인적인 호오를 제외한다면, 객관적으로 나쁘지는 않을 미스테리라고 생각한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굳이 별을 준다면 별 셋 정도, 그리고 남들에게 이야기 해 준다면 '읽어 볼만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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