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추천도서를 올려야만 하는 시간이 왔다. 한 분야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정해볼까, 아니면 예전처럼 '밀어드리기 특집'이나 해볼까, 아니면 될 가능성이 높은 책들로만 골라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다른 분들의 추천 도서만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참...다른 서평단 분들의 추천도서를 읽다보니, 다들 정성스럽게 추천의 변을 올려주셔서 이 책을 보면 이 책이 좋아보이고, 저 책을 보면 저 책이 좋아보이고, 올리신 책들 중에 어떤 책이 되어도 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러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물론 원점이란 결국 (책이 선정될 가능성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읽고 싶은 책들을 고르는 것이다. 서평단을 하기로 한 목적이 예술 분야나 과학 분야의 책들을 읽어보자는 생각이었으므로 그 분야에서 몇 권의 책들을 골라본다.

 

 

 

빅 아카이브 / 스벤 스피커 / 홍디자인

 

'아카이브'라는 것은 결국 시간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아카이브라고 하면 통상 지루한 문서들의 저장, 단조로운 목록들, 단지 기록으로서의 가치 같은 것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 그 아카이브를 창조의 원천으로 활용한 예술가들이 있다. 그러므로 아카이브는 20세기 예술에서 시간의 집적을 넘어서, 새로운 시간의 창조에까지 나아가기 시작했다. 기록의 집적이라는 19세기의 아카이브는 이제 그것을 읽는 우리까지 기록하는 거대한 '빅 아카이브'가 되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아카이브를 만들었지만, 이제 아카이브가 우리를 만든다.

 

 

위대한 수학문제들 / 이언 스튜어트 / 반니

 

페르마의 정리, 푸앵카레 추측, 리만 가설, 4색 정리...지나가다가 혹시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수학의 대표적인 난제들이 있다. 대체로 난제들일수록 문제 자체는 명확하고 간결한 경우가 많으며, 의외로 답이 간단할 듯한 인상을 준다(물론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을 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어쩌면 그저 수학자들의 단순한 지적 게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여기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한 가지 난제의 해결은 단순히 수학자들의 만족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크게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사진 예술의 풍경들 / 진동선 / 문예중앙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진은 회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는 우려를 받았고, 예술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시각예술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책은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의 근대 사진부터 지금까지 현대미술로서의 사진의 역사를 주요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며 일별하는 책이다. 모든 예술에서 결국 혜안을 기르는 것은 그 분야의 좋은 작품들을 수없이 맛보는 것이다. 바르트가 말한 지각과 기호와 이미지의 혜안을 조금이라도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을 상상하다 / 케빈 맥도날드, 마크 커즌스 / 커뮤니케이션북스

 

지금의 우리는 수많은 다큐멘터리에 둘러쌓여 있다. 이제 TV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큐멘터리의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연 다큐멘터리나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더라도, 사건을 재연하는 시사 프로그램, 리얼리티 쇼, 생활밀착형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중요한 스포츠 경기의 재구성 등등 이제 보도나 오락,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요소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카메라가 발명된 거의 초기의 다큐부터 비교적 최근의 작품들까지 중요한 작품들을 골라 평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서 현실을 새롭게 상상하도록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힘과 그 위험, 그리고 앞으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신 없는 우주 / 빅터 J. 스텐저 / 바다출판사

 

진화학적 관점에서 지적설계론의 허구를 살펴본 다른 책들과 다르게, 이 책은 천체물리학자가 물리학적 관점에서 지적설계론을 비판하는 책이다. 이 천체물리학자가 사용한 방법은 '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상정하고, 그 가설을 입증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그 가설이 어떻게 되었는지의 여부는 책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입증의 과정에서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물론 믿음은 앎보다 늘 우선하므로, 여전히 논란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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