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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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사~랑-하-고~ 마-음~대-로~떠~나-가-신~". [카츄샤의 노래]라는 곡명의 첫소절이다. 멜로디까지도 기억하는 까닭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이 노래는, 그야말로 애절하다.

 

다시 [부활]을 잡았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는 막스 베버의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향집 책장에 오랜동안 꽂혀 있던 헤지고 빛바랜 책은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고 그럴때면 서너쪽이라도 꼭 넘겨보곤 했었다. 그렇지만 40년도 더 된 그 책은 지금은 너무도 어색한 세로쓰기, 읽기가 불편하다.

 

결국, 문예출판사(2014)에서 나온 김학수 교수 번역본 [부활]을 새로 잡았다. 귀족 사회의 편안함에 익숙해진 네흘류도프는 어느날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한다. 무료한 일상의 연장선에 불과했던 재판은 순식간에 반전을 맞는다. 과거 순수했던 그가 사랑에 빠졌다가 동정을 빼았고 내팽겨친 마슬로바(카츄샤)가 매춘부가 되어 손님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정에 서 있었던 것. 그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명백하게 무죄인 그녀가 배심원, 판사치들의 실수 또는 무관심으로 살인의 유죄를 선고받은 점이었다.

 

가뜩이나 죄책감과 후회로 내면의 갈등을 겪던 네흘류도프는 그녀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그 과정에서 19세기 러시아 사회 제도의 불합리와 모순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토지, 종교, 재판, 행정, 교정 등등... 무엇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귀족들, 관리들에게는 먹을 것이 없어 피골이 상접한 농민, 노동자들은 한낱 수탈의 대상일 뿐이고, 얼마나 기술적으로 착취하고 억압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으므로 그들에게 하층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든지 관심이 없다.

 

네흘류도프는 속죄하기로 하고 우선 마슬로바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영지를 농민들에게 되돌려 주기로 다짐한다. 하나 하나 실행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네흘류도프가 겪게되는 수많은 심적 갈등들과 러시아 귀족 사회의 따가운 시선들이,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의 손을 거쳐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마슬로바의 유형지까지 동행하면서 접하게 되는 여러 정치범들의 사상 논쟁 역시 네흘류도프의 정신적 성장에 일조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나 또한 지금껏 얼마나 많은 과오를, 시행착오를 경험했는가. 그리고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했던 비겁한 타협들 또한 그 얼마인가. '속죄' 보다는 양심과의 비열한 '거래', '반성과 성찰' 보다는 자기 합리화, 변명, 책임회피, 남탓, 묵인 따위의 값싼 논리만 내세워 왔던 나. 진정한 '부활'이 아닌, 유아적인 '리셋 증후군'으로는 도대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음을 너무나 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소설 '부활'은 유행가 가사처럼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한 인간의 죄악과 속죄, 그 과정에서 얻게되는 정신의 성숙, 옳은 가치로의 정진-그것이 가시밭길이라도-에 대한 인간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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