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대작전 2 - 하늘이 무너지던 날 (상) 고슴도치 대작전 2
이기규 지음 / 여우고개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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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호에서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컴퓨터가 켜지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키우고 싶니?"

라니...길게 찢어진 샛노란 두 눈이 나타나 아이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수십 개의 다리들이 아이를 잡고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눈 앞에서 바라봤다면 정말 끔찍했을 이 장면은 다행스럽게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 고슴도치 대작전 ] 의 두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다시 등장한 고가 아이를 삼키면서 시작된다. 


인터넷이 초고속 세상을 열면서 부모들의 근심이 더 커졌다.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는 분야가 늘어나 버렸으니까. 그렇다보니 타임코디니 뭐니해서 통신업체에서는 부모가 컴퓨터 이용시간을 제약할 수 있는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절반의 효용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엔 pc방도 넘쳐나고, 맞벌이 부부들도 넘쳐나니 아이들이 하고자 한다면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고슴도치 대작전 두번째 이야기 "하늘이 무너지던 날"은 컴퓨터 속에서 블랙홀처럼 아이들을 빨려들게 만드는 젤리 괴물이 등장한다. 젤리 괴물에 대항해 길달과 비형랑의 7아이들은 각자의 능력을 펼치는데, 악의 세력 고는 역시 대다수의 악당들처럼 세계명망이 목적이다. 이제 아이들은 학교와 친구들을 구하는 동시에 나아가서는 세상을 구해야 하는 큰 임무를 부여받았다. 

내 나이 열 두 살엔 이런 판타지가 없었는데....열 두살로 다시 돌아간 마음으로 신나게 읽고 있다. 읽고 있는 지금, 나는 열 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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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대작전 3 - 하늘이 무너지던 날 (하)
이기규 지음 / 여우고개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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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형달이 목숨 바쳐 봉인한 고의 항아리는 5개였다. 2개가 풀렸으니 이젠 3개가 남은 셈인데....이 3개의 봉인이 다 풀리는 그날이 판타지의 끝일까. 비형달의 영혼을 가진 아이들을 그때까지는 만날 수 있는 것일까.  빗자루가 휘휘 날아다니고 말하는 유령들이 범람하는 마법학교는 아니지만 길달이 찾아낸 7명의 아이들은 각각이 다 사랑스럽다. 

요맘때 아이들의 풋풋한 모습이 담겨 더 매력적인 [고슴도치 대작전]은 그 다정한 제목만큼이나 아이들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 줄 듯 해서 더 대견스럽게 느껴지는 책이다.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동화같은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소설을 통해 처음에는 비형랑과 길달의 이야기를 구경하고자 했으나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행동, 아이들의 마음, 아이들의 모습이 눈과 머릿속에 차례차례 담겨갔다. 그래서 동화처럼, 판타지처럼  소설은 나를 열두살의 그때로 되돌려 놓은 듯 싶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발표하면서 "나의 열두살을, 당신의 열두살을..."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는 [고슴도치 대작전]을 통해 읽는 내내 열 두살로 살았다. 그 눈높이가 가장 이야기를 이해하기 신나는 나이였기 때문이다. 

고의 부활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나는 예고도 없는 다음권을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인간들의 내면에도 괴물이 한 두 마리쯤 숨어 있다고 하는 것처럼 고는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내고 부풀린 것이 아닌가 싶어져 한편으론 씁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악의 세력 고가 있기에 비형랑의 아이들도 각각 의지가 될 친구들을 얻었기에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이 이야기 속에서도 발견되는 것만 같다. 

나는 이제 다시 다른 고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더 신나게...
길달과 비형랑의 아이들과 함께 할 모험의 시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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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카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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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는 사회고발적 성향이 짙은 작가다. 그러면서도 미스터리함과 강한 흡인력으로 몰고하는 힘이 대단한데, 여성작가라는 타이틀을 빼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그대로 들이미는 불도저같은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 내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미미여사의 단편들을 오랜만에 읽고 말았다. 새벽잠을 포기한 채.

[인질 카논]은 도시 속에서 벌어지는 7개의 미스터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그 중 첫번째 이야기인 인질 카논은 제목만으로는 아리송하던 이야기들이 읽으면서 묘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사건의 주변인물이 된 소시민이 궁금해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찾아버려서는 아닐까 싶어졌다. 

편의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인질이 된 이쓰코. 하지만 소심한 듯 범인으로 지목된 청년이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경찰측에 내뱉지도 못한다. 하지만 강한 의심과 호기심으로 편의점 주변을 탐색하던 도중 범인은 엉뚱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고야 만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한 이쓰코는 시간이 흘러 자신의 추리가 맞았음을 알게 되고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는 진짜 범인에 의해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된다. 살해된 남자에 대한 애틋함과 무서웠던 장소인 그 편의점에 발길을 딱 끊은 이쓰코.

하지만 이 무시무시함과 애틋함도 매일매일 이어지는 바쁜 일상 속에 묻혀 버리고, 그렇게 오늘이 어제로 사라져 가듯 도시의 삶에 다시 묻혀가는 이쓰코.

그녀의 이런 삶이 우리의 삶과 그닥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실린 다른 단편들도 미야베 미유키 다운 맛이 져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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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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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야기가 있다. 평화로운 가족을 유명하게 만들어버린.

 

겉으론 평화스럽게 보일지라도 어느 가정이든 한 가지씩은 고민을 안고 산다.

 

"나"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바람기로 엄마가 속을 썩고 있는 가운데 어느날 유명한 남자로부터 유산이 유증되었다. 그것도 어머니에게로.

이유는 에전에 기억나지도 않는 친절을 베푼 댓가라는데...

그 사연을 들어보니 5억엔이라는 큰 돈을 남길만큼 감명깊은 친절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일까. 왜 그는 엄마에게 5억엔을 유증한 것일까.

 

 

"나"와 친구 시마자키는 마치 홈즈와 왓슨처럼 사건에 뛰어들어 조사하기 시작했다. 5억엔과 포세이돈의 은총이라 불리는 진주의 진실을.... "나"는 정말 아버지가 의심하는대로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유증한 인물의 아들일까....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는 유쾌한 작품이다. 물론 미야베 미유키 식의 호기심 충만한 스토리 라인은 멋지지만 암울하기 보다는 신나는 모험담같은 이야기로 진행된다. 어쩌면 터무니 없게 들리는 모든 것들이 의심의 소재들이며 어느 한 순간도 단정지을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담한 인물들이 누구누구인지, 어느 선까지가 알려진 것인지....미스터리가 계속된 가운데 진실을 밝혀야할지 묻혀야 할지 모를 순간이 다가오고...

 

나와 시마자키는 모든 일의 결말을 듣기 위해 마담 아쿠아리움의 앞에 섰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데....

 

미미여사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 순간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그 잘 짜여진 플룻 속에 있다. 모험을 시작하는 모험가의 기분으로, 낭만을 좋아하는 소녀의 기분으로,,, 때로는 시국을 걱정하는 어른의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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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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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과 재즈에 탐닉하던 소년은 어느새 자라 소설가가 되었다. 그의 소설에 전 세계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문학의 진중한 무게감을 잠시 접어두고 [빵가게 재습격]이라는 다소 웃기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그 작가의 이름은 무라카미 하루키다.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그리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가볍게 책자을 넘기기엔 미안한 무엇인가가 언제나 걸림돌처럼 걸려 있었고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마음이 허락치 않아서였다. 

[IQ84]를 최근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세상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 권인 [빵가게 재습격]을 통해 그 생각들이 허공에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무엇이었을까. 이토록 다른 이질감은...

한 작가의 작품일진데, [빵가게 재습격]은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있다. 특히 스키복면을 하고 빵가게를 습격하는 그림의 두 인물은 무슨 불켜진 전구등처럼 웃기기만 했고 소설 속의 그 발상도 기발하다못해 특이해서 웃음이 계속 나왔다. 그만큼 황당스러웠다고나 할까. 

우연히 아내에게 10년전  친구와 함께 빵가게를 털었던 추억을 이야기했다가 아내의 보챔에 의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30개 약탈하기에 이르른 그들 부부. 어찌보면 범죄지만 어찌보면 일탈인 그들의 도둑질은 그렇게 하나의 단편으로 끝나버리지만 그 황당함 속에서도 현대 도시인의 충동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코끼리의 소멸>,<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태엽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등 총 6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지만 책의 제목과 일치하는 [빵가게 재습격]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그 황당함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쁜 마음도 그렇다고 착한 척 하는 마음도 실려 있지 않은 그저 충동적인 마음이 담겨 있는 그 단편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다른 단편들의 감동은 하나의 단편에 묻혀 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색채가 옅어져 버렸다. 

성공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는데, 이렇듯 원하는대로 쓸 수 있는 작가야 말로 성공한 작가가 아닌가 싶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살아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그 중간쯤에 서 있던 나의 발걸음을 조금쯤은 좋아하는 쪽으로 더 딛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 [ 빵가게 재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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