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종이아트 - 아이와 엄마가 함께 만드는
김준섭.길명숙.송영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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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카드 한 장에 마음을 담을 시기가 다가와 좀 더 예쁘게 보낼 수 없을까? 싶어 찾아본 책이 <행복한 종이 아트>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만드는'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지만 싱글 여성 혹은 청소년들이 혼자 만들기에도 적당한 소품들이 가득했다. 그대로 활용해도 좋겠고 응용해도 좋을 듯한 종이아트는 마지막 165 페이지부터는 살짝 오려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면까지 첨부되어 있다.


  
한 권의 책이지만 저자는 총 3명. 북아트를 10년 째 이어오고 있다는 김준섭 회장, 어린 시절 예쁜 껌 종이를 모으던 일로 시작된 종이 만지기가 오늘을 만들었는 송영지 강사, 책을 만들면서 한단계 더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는 길명숙 한국종이접기협회 수석연구위원..이렇게 세 여성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처음 이 책에 매력을 느끼게 된 건, 62페이지 '고양이 흑백 모빌' 때문이었는데 고양이 집사여서 그런지 왠만해서는 고양이 관련 물품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우연히 넘겨보다 발견한 예쁜 고양이 종이 모빌을 보고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가올 12월을 위해 몇몇 응용할만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마음으로 첫장부터 살펴보기에 이르렀다.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을만큼 쉽다는 점과 알록달록 예쁘다는 점, 입체적인 완성품들이 많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민트색 메모리 박스, 무얼 담아도 근사할 소품 보관함, 낡은 책이 꽤 많은 내게 아주 유용할 노트 커버링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 실용적이기까지 했다.
 


행복한 종이아트는 책을 집필한 세 종이아트 작가가 얼마나 즐겁게 작업해왔는지를 증명하는 작업물인 동시에 함께 만드는 것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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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선배
히라노 타로 지음, 방현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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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 우습지만  살면서 점점 '선배'보다는 '후배'를 만나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반증일까. 참 씁씁해지는 대목이다.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일들도 많은데....그래서 나이가 많아졌나?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이제 그 길로 들어서고 있음이 느껴진다는 거다. 나이 많은 선배님들께 한소리 들을 엄살같은 이야기겠지만.

일본의 인기잡지 <포파이>에 연재되었던 '인생 선배 찾아 다니기' 프로젝트가 책 한 권으로 묶여 나왔다. 2012년 6월호부터 2015년 5월호에 연재되었던 발췌본이라는데, 사진 180장과 더불어 짧은 에세이 형식이 덧붙어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글이 참 짧다. 우리나라 인터뷰 에세이라면 사연이 가미되고 글도 좀 더 붙어 읽을거리 통통하게 만들었을텐데....참 그들답다! 싶어진다. 누군가의 이력이 아닌 이러이러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 딱 그 순간만을 포켓화한 것 같다. 그래서 감정선은 딱 그 순간에 머무르고 말았다.

 

 

인터뷰를 당한(?) 당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뷰를 한 내게 남겨진 감상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사진가, 아트디렉터, 피아니스트, 영화작가, 브로드캐스터, 점주, 장인, 만화가, 프로야구 해설가....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놀랍게도 이 중에 아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바다 건너 다른 나라의 유명인들이라고는 해도 한 명 정도는 아는 사람이 있을 법한데,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편견없이 읽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새 것이 없었다는 거다. 옛 것, 낡은 점포,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만나러 가는 길은 봄빛 아래에서 걸음을 옮기는 것처럼 따사롭기만 했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이러이러하게 살아라!!! 충고를 늘어놓지 않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고 요즘 것들!! 이라는 내용이 없어 편하게 구경했다. 책 한 권을 마트에 들어가 아이쇼핑하듯 후루루~ 훑어보곤 가장 재미나 보이는 페이지부터 골라 읽기 시작한지 하루만에 몽땅 다 읽어 버렸다. 그만큼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니 어디 여행갈때 넣어가 읽어도 참 좋겠다 싶어진다. 이 책!

 

 

 "스무 살이 넘으면 다 동갑","50년 동안 자전거를 만들어 오면서 알게 된 것"....같은 표현은 10대나 20대로부터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이기에 '인생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은 결국 '인생 배움을 향해 가는 길'과 동일한 길인 것이다. 36인의 선배들은, 직업은 귀천이 있고 없고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어디에서 무엇을 열심히 하며 살았는가 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인생 선배들이 많을 줄로 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어디 없을까. 인생 100세 시대. 사회에서 은퇴하기엔 너무 이른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그들이 축적해온 노하우들을 낡고 오래된 것들로만 취급해오지 않았나 싶어 한숨짓게 만든다. 그들이 노하우를 전수하며 동시에 스킬을 더 연마해나갈 수 있는 인생 2막의 무대가 절실하다. 젊은 층에겐 고용을 보장하며 중장년층에겐 '인생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데,,,,시국은 불안정하기만하니...한숨이 두배로 짙어질 수 밖에 없다.

 

 

약간 주제에서 비켜간 듯한 생각이긴 하지만 엉뚱하면서도 적절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주변에 심심치 않게 '나는 어른 공포증이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이 책을 구경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졌다. 막상 낯설고 연배가 많은 사람을 만나면 아무말도 건네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건 어쩌면 관심의 문제일 수도 있으므로.  사람에 앞서 종이책으로 먼저 접하다보면 궁금한 것들이 생기고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때 그 분야의 어른을 만나러 가거나 혹은 전혀 다른 분야의 어른이라도 이 책을 읽었던 경험을 슬쩍 꺼내어 함께 내용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는 용기가 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식이 부족해서 읽게 되는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사람에 대한 탐구, 앞서 인생을 살아간 선배들에 대한 존경을 담을 수 있을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책이어서 참 '착한 책'으로 기억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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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
강래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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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과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들을 챙겨보고 있다. 그런데 때론 예고된 명강사들의 알찬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어쩌다 어른>보다 방송전에는 전혀 본 적 없었던 버스커들이 나타나는 <말하는 대로>에서 더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온 경험담 등을 준비해온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고 교훈보다는 반성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바로 그 점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중요 포인트가 된 듯 싶었다. 용기있게 사람들 앞에 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이번주에는 누가 나오나? 검색해볼만도한데 그냥 시간을 기다렸다가 보려 한다. tv 화면 앞에서가 아니라 마치 그 길에 서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듣게되는 누군가처럼... 귀를 기울이기 위해.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사람들 앞에 서서 말로 먹고산 세월의 기간이 그리 긴 편도, 짧은 편도 아니지만 단 한번도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일은 없다. 적절히 포인트를 잡아주고 좀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금 순간을 잡아주는 사람' 정도가 아니었을까. 너무 사랑했던 일이었으므로 다시 강의를 하게 된다고해도 역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그때보다 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내용의 강의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만 품고 산다. 언젠가는 꼬옥 다시...! 

관심을 두고 있어서였을까. 꼬박 20년을, 매년 1만여 명에게,1천 시간씩 강의하며 살아오고 있다는 강래경 강사가 집필한 책을 최근 읽게 되었다. 제목은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강의는 장점이 많은 직업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볼 수도 있고 출근과 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며 어느 한 장소에서 계속 버텨야하는 스트레스도 없다. 밑천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정년이 정해진 직업도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장점 속에서도 단점들을 찾아낼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처럼 강의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 책이 처음부터 강사가 되는 방법만을 주욱 열거해 놓았다면 단언컨데 읽지 않았을 것이다. 강사로 살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지난 실수담들을 먼저 털어놓았기 때문에 신뢰가 싹텃다. 달콤함만을 강조해 속성강사를 만들고자 하지 않아 좋았고 오래오래 강의하기 위해 배워나가야할 것들을 앞선에 배치해서 그 마음가짐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순서여서 탁월해 보인다.

사내 기업강사였던 시절에는 조직이 주는 안정감 탓에 밥그릇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프리랜서로 강의하면서 시간의 소중함, 정말 하고 싶은 강의내용,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목마름이 생겨 '강의는 정말 하면할수록 더 욕심나는 분야'라고 친한 강사들끼리 모여 이야기하곤 했는데, 최근 레몬마켓에서 피치마켓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꿀정보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경우 여전히 박봉이 곳들도 많아 그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한숨이 쉬어질때도 있다. 요즘도.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을 읽고 선물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초보강사 몇몇보다 강사 6년차인 k 강사에게 이 책을 선물해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어졌다. 약간의 권태로움, 개선되지 않는 강의 환경 속에서 6년차를 보내며 올 한 해 참 많이 힘들어한 그녀에게 이 책을 얼른 선물해주고 와야겠다 싶어졌다. 다시 활기차게 즐기면서 강의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으므로.

 

 

여전히 현직에서 강의하는 후배들을 보면 예전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떠올려 보게 된다. 사실 이 책은 '다시 강의하게 된다면...'이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도중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돌아간다고해도 그때처럼 신나게 일할 자신은 사실 나지 않는다. 적당히 몰랐고, 엄청 용감했고, 배우고자하는 마음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활활 불타오르던 그때의 열정이 지금은 약간 식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불을 지피기 위해 손에 든 책이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읽게 된 것 같다.
불씨가 여전히 남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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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작업실 - 만들고 채우고 궁리하는
최예선 지음 / 앨리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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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음식도 아닌데 죽죽 늘어나는 작업실이 있었다. '바라보다 어루만지다 길을 걷다'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저자의 9.5평 작업실엔 서른 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찰 수도 있다고 했다. 참 좁게 느껴지는 평수인데 겹겹이 쌓여 앉는다는 이야기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장의 뉘앙스로 봐서는 불편함보다 즐거움이 가득했던 일이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주변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지인들이 있어 '작업실'에 자주 놀러 가곤 했고 사진을 찍거나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공간인 '스튜디오'에도 종종 들르곤 했으므로 [작업실]이라는 단어는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겐. 그래서 처음에는 여러 작가의 작업실 사진을 잔뜩 구경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기대했었다. 몇 년 전에 '작업실' 시리즈의 책들을 꽤 많이 구경하곤 했었으므로. 하지만 예상과 달리 책엔 사진보다 글자가 더 많이 등장한다.

 

2010년 3월, 연남동에 작업실을 연 저자는 카페에서 작업하던 프리랜서 작가였다고 한다. <밤의 화가들>,<언니들의 여행법>을 비롯한 여러 책을 집필하면서 점점 더 작업공간이 절실해졌고 둘러본지 이틀만에 직감적으로 '여기다' 싶은 공간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뭔가 술술 풀리는 사람 같아 부럽기 그지 없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공사 과정을 보면서 나는 부러움을 살짝 접었다. 셀프 리모델링은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므로.

 

누군가가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게 되는 일은 경이로운 일이다. 몰래 보는 것이 아닌 그가 알려주는 모습들만 글이나 사진으로 보게 되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전달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저 원하는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그 모습 그대로가 타인에겐 감동을 전할 수도 있다. 롤모델이 될 수도 있고 가보지 못했던 길에 대한 대리만족격이 될 수도 있다.

 

멋진 작업실을 구경해도 좋았겠지만 왜 작업실이 필요했는지, 원하는 작업실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그 작업실에 채워지는 것들을 책으로 접하는 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근사한 일이었다. 특히 작업실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내뱉은 말의 의미도 어렴풋이 짐작가기도 했고.

 

살아가는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언제나 부러울 수 밖에 없다. 반짝바짝하게 빛나기 마련이니. 그들의 일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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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스토리콜렉터 37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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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여자와 금발의 꽃미남 연쇄살인범, 거기에 까칠한 아웃사이더형의 천재 프로파일러, 마지막으로 잔혹한 동화 한 권.

 


2013년 독일 최고의 범죄 소설로 꼽힌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은 국정농단의 충격도 잠시 잊게 만들만큼 치명적인 소설이다. 매끄럽게 번역된 문장, 각각의 캐릭터가 보유한 차별성, "내가 왜 그녀를 납치했을까? ...48시간 만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이라고 던진 납치범의 수수께끼. 하지만 그 촉박한 시간 속에 갇히지 않도록 작가는 꼼꼼하고 영리하게 인물들을 잘 움직여대고 있었다. 그가 짜놓은 판 위에서-.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이혼을 겪었고 최근에는 친언니와 형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지켜봐야했던 말단 경찰 '자비네' 앞에 나타난 괴짜 프로파일러 마르틴 슈나이더. 영드 <홈즈>에서 열현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바로 떠올려질만큼 바짝 마르고 큰 키에 시큰둥한 말투. 자기 중심적이지만 날카로운 직관. <슈나이더 시리즈>가 나올만하다 싶어지는 대목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런 사람은 튀기 마련이니. 100%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런 유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작품 속에선.

 

 

▷ 자비네 : 퇴직한 전직 학교장이었던 엄마가 '더벅머리 페터'(살인범의 별칭)에게 살해당했다. 잉크를 목구멍에 들이부어 질식사 시킨 뒤 바흐를 연주한 미친놈을 잡기 위해 자비네는 마르틴 슈나이더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그와 함께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살인범으로 몰리기 전에 그를 잡기 위해서. 조카가 셋인 덕분에 살인범이 동화 <더벅머리 페터>의 순서대로 살인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 헬렌 : 그리스키르헨에서 상담치료실을 운영하며 보내던 평화로운 일상은 '더벅머리 페터'의 선물이 도착한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그가 보낸 반지낀 손가락은 위장을 하고 찾아왔던 남편의 내연녀의 것이었고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내연녀는 열 손가락이 다 잘린 채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부정을 알게 된 날, 그녀는 최선을 다해 그 여자를 구해야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하지만 고약하게도 답을 맞히면 다음 희생자는 바로 그녀 자신이 된다. (이 대목이 가장 화나는 부분이었다. 부정을 저지른 프랑크는 끝까지 멀쩡했다. 그의 손가락이 잘리든 그를 다음 타깃으로 삼든 했어야 했다. 더벅머리 페터는)

▷로제 : 바흐가에 사는 신경 정신과 닥터. 마흔의 나이에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 중이며 정기적으로 그 아내의 상담실로 변장한 채 찾아가 거짓 상담을 듣고 있는 중. 위험한 내담자인 금발 머리와 상담을 진행하는 도중 무리수를 두어 거짓말을 했고, 결국 납치되어 손가락이 잘리며 구조를 기다리게 된다. 동화 속 '손가락을 심하게 빠는 콘라드'.


세 여자의 이야기가 적당한 순서로 등장해 속도를 맞춰 나가는 <새카만 머리의 금발소년>은 184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하인리히 호프만이 쓴 동화책대로 살인이 진행되는 잔혹한 범죄소설이다. 놀라운 건 3세~6세 아동을 위한 동화책의 내용이 너무나 잔인하다는 거다. 10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도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정도인데 대체 하인리히 호프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동화를 세상에 내어놓은 것일까. 세 살짜리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적합한 그림책을 찾지 못해 직접 그리게 되었다는 그의 정신상태를 도리어 감정해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25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고전 동화인 <더벅머리 페터>는 공포심을 교육에 이용한만큼 그 역기능도 충분히 고려되어졌어야 했다. 원서 삽화보다 글로 읽는 편이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해서 무섭게 느껴졌다.

 

작가에게 경제적인 부와 성공을 함께 가져다준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은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시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제약회사 사장이 낸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하기 시작한 소설이라고 한다. 직원의 글에 열렬한 지지자인 사장님의 회사에서 일했고 고양이 네마리와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행복한 남자인 그가 범죄소설을 쓰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제목은 또 왜 이토록 반어적으로 뒤틀어놓은 것일까. 내용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궁금증을 다 풀진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나이더 시리즈 다음 권인 <지옥이 새겨진 소녀>에서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이 등장한다고 해서 주문한 책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2권에서 슈나이더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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