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
강래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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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과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들을 챙겨보고 있다. 그런데 때론 예고된 명강사들의 알찬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어쩌다 어른>보다 방송전에는 전혀 본 적 없었던 버스커들이 나타나는 <말하는 대로>에서 더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온 경험담 등을 준비해온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고 교훈보다는 반성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바로 그 점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중요 포인트가 된 듯 싶었다. 용기있게 사람들 앞에 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이번주에는 누가 나오나? 검색해볼만도한데 그냥 시간을 기다렸다가 보려 한다. tv 화면 앞에서가 아니라 마치 그 길에 서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듣게되는 누군가처럼... 귀를 기울이기 위해.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사람들 앞에 서서 말로 먹고산 세월의 기간이 그리 긴 편도, 짧은 편도 아니지만 단 한번도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일은 없다. 적절히 포인트를 잡아주고 좀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금 순간을 잡아주는 사람' 정도가 아니었을까. 너무 사랑했던 일이었으므로 다시 강의를 하게 된다고해도 역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그때보다 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내용의 강의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만 품고 산다. 언젠가는 꼬옥 다시...! 

관심을 두고 있어서였을까. 꼬박 20년을, 매년 1만여 명에게,1천 시간씩 강의하며 살아오고 있다는 강래경 강사가 집필한 책을 최근 읽게 되었다. 제목은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강의는 장점이 많은 직업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볼 수도 있고 출근과 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며 어느 한 장소에서 계속 버텨야하는 스트레스도 없다. 밑천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정년이 정해진 직업도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장점 속에서도 단점들을 찾아낼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처럼 강의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 책이 처음부터 강사가 되는 방법만을 주욱 열거해 놓았다면 단언컨데 읽지 않았을 것이다. 강사로 살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지난 실수담들을 먼저 털어놓았기 때문에 신뢰가 싹텃다. 달콤함만을 강조해 속성강사를 만들고자 하지 않아 좋았고 오래오래 강의하기 위해 배워나가야할 것들을 앞선에 배치해서 그 마음가짐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순서여서 탁월해 보인다.

사내 기업강사였던 시절에는 조직이 주는 안정감 탓에 밥그릇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프리랜서로 강의하면서 시간의 소중함, 정말 하고 싶은 강의내용,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목마름이 생겨 '강의는 정말 하면할수록 더 욕심나는 분야'라고 친한 강사들끼리 모여 이야기하곤 했는데, 최근 레몬마켓에서 피치마켓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꿀정보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경우 여전히 박봉이 곳들도 많아 그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한숨이 쉬어질때도 있다. 요즘도.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을 읽고 선물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초보강사 몇몇보다 강사 6년차인 k 강사에게 이 책을 선물해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어졌다. 약간의 권태로움, 개선되지 않는 강의 환경 속에서 6년차를 보내며 올 한 해 참 많이 힘들어한 그녀에게 이 책을 얼른 선물해주고 와야겠다 싶어졌다. 다시 활기차게 즐기면서 강의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으므로.

 

 

여전히 현직에서 강의하는 후배들을 보면 예전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떠올려 보게 된다. 사실 이 책은 '다시 강의하게 된다면...'이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도중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돌아간다고해도 그때처럼 신나게 일할 자신은 사실 나지 않는다. 적당히 몰랐고, 엄청 용감했고, 배우고자하는 마음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활활 불타오르던 그때의 열정이 지금은 약간 식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불을 지피기 위해 손에 든 책이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읽게 된 것 같다.
불씨가 여전히 남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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