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렉산더 테크닉, 내 몸의 사용법
프레더릭 알렉산더 지음, 이문영 옮김, AT 포스쳐 앤 무브먼트 연구소 감수 / 판미동 / 2017년 1월
평점 :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휴 잭맨 등 헐리우드 배우들이 익혀 온 130년 전통의 훈련법을 만든 이는 놀랍게도 의사가 아닌 연극배우 프레더릭
알렉산더였다. 공연 중 목이 쉬어버린 그는 의학의 힘으로도 목소리를 되찾을 수 없자 스스로 치료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알렉산더
테크닉>을 창안했다. 조지 버나드 쇼나 존 듀이도 그의 가르침을 이수했다는 말에 <내 몸의 사용법>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고
면연력이 약한 몸을 좀 더 강인하게 단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감수자의 서문에서처럼 어렵고 모호하게 느껴졌다. 간략하게 비법을 알려주거나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서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은 원리를 풀어놓은 부분들이 많아 처음 접하는 독자인 내게는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경험적으로
접한 사람에게는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으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제 체험을 요할 수도 있다고 서문에 적혀 있다.
그래서 100%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문제의 근원을 발견한 그(알렉산더)가
어떻게 자신을 치료해 나갔으며 또한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 왔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어 나갔다. 가령 그가 '습관적 사용'을
자각한 부분에서는 '내게는 저런 습관적인 자세나 몸의 사용'이 있어오지 않았나? 잠시 고민해 보기도 하고, 나를 사용하는 디렉션이 어떠한지도
더듬어 보기도 했다. 평생은 '나'로 살면서 어쩌면 이럴 때만 '타인'에게서 벗어나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한순간씩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얻어낼 수 있는 건 축복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더해가면서-.
"우리는 자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개나 고양이보다 더 잘 알지 못하잖아요."(p50) 라는 문장은 읽자마자 무릎을 탁
쳤는데, 실제로 척추가 아파서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고양이 자세를 많이 관찰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다. 신체의 유연성과 한계를 잘 알고
사용하는 동물들처럼 인간도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쓴다면 상당부분의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느리게 천천히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하면서 생활하는 고양이를 보며 따라했던 점이 건강을 회복하는데 꽤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의사의 충고는 내게 보약이 된 셈이다. 알렉산더
테크닉도 그러했다.
상당부분 철학적이면서 1인칭으로 기술되어 읽기 어렵긴해도 다시 건강하지 않은 길로 들어섰음을
각성하게 만들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책은 내게 상당히 유용했다. 건강을 잃었던 그때의 마음을 잊고 다시 자세가 흐트러지고 나쁜 습관들이 들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일상의 호흡과 움직임이 무너져 면연력을 끊임없이 다운그레이드 시키고 있지 않았나 싶다.
다만 입문서처럼 이 책을 읽었기에 실천서로 나아갈 내용들이 더 간소하게 간추려져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가 자신의 성대를
건강하게 고쳐놓았듯 그 방법들을 기술한 실용서가 절실해졌기 때문에. 알렉산더처럼 굳이 삼면 거울을 설치해 자신을 관찰할 필요 없이 쉽게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그래서 더 빠르고 디테일하게 스스로를 관찰하고 탐구할 수 있다. 이를 십분 활용한다면 잘못된 것을
쉽게 그만 둘 수 있다. 그 외의 것은 인간의 의지에 달린 셈이고.
건강은 운동을 하는 시간과 강도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운동할 때 자세와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퍼스널 트레이너의 교정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한 동작, 한 동작 얼마나 힘겨웠는지....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는지....운동은 절대 양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천천히
진행하더라도 바른 자세로 해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깨달음을 알렉산더 테크닉을 읽으며 되새김질하게 된 것이다.
130년 전보다 인간의 수명은 더 길어졌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 건강에 관한 책들을 두루 살피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분명 서글픈 일이지만 어릴 때 몰랐던 것들을 챙기며 살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