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을 당시 나의 나이는 열 두 살이었다. 그 어린 마음에도 깊이 들어찰만큼 스님의 글은 짧고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감정이 과잉되지 않는 그 담담함이 참 좋았다. 그래서 엄마의 서가에서책을 빼내 한동안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읽고 또 읽으며 문장의 담백함을 곱씹곤 했다.
이번 주 <그때 당신이
거기에 있었다>를 읽으면서 문득 그 옛날 스님의 글이 떠올려졌다. 현 광시엔미디어 부총재인 류통의 글도 그만큼이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었으므로. 제목만 보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아닐까 짐작했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잃어버린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아닌 자신의 추억을 담담하게 공유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슬픈 일도 있고 후회되는 순간도 있고 그리워지는 그때가 있기 마련이다.
류통의 지난 날도 그러했다. 다르지 않았다.
그도 나처럼 학창시절 찰떡처럼
붙어다녔던 단짝친구(샤오바이)와의 추억도 있었고, 아픈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될까봐 도망친 과거의 순간도 있었으며, 바보같아서 거짓말을
했다가 오히려 순수한 그 마음에 동화되어 소중한 사람으로 가슴에 품은 푸톈 삼촌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맞이했다. 진학을 하지 못한 채 '콩나물을
팔아야 했던 동창 더우야'를 통해 얻게된 삶의 지혜나 양친을 일찍 여의고 가난하게 살 지언정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겼던
'낭랑'과 친하게 지내며 깨닫게 된 감사의 마음이 저자인 류퉁을 분명 더 좋은 사람으로 살게 만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