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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 - 수평적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문석현 지음 / 갈매나무 / 2017년 1월
평점 :

대구 미술관에서 "두번 생각해요"라는 전시회를 오픈했는데, 내겐 '쿠팡'이 두번
생각하게 만든 회사였다. 다른 집보다 택배를 받는 빈도수도, 물량도 많은 편이라 사고도 있고 불편함도 경험해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감수했던
것들을 뒤집힌 일이 바로 '쿠팡_로켓배송'을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나 중심'이 아닌
'너를 위한'이 전제되어야 하는 '서비스'지만 고객이 기대한 친절과 일선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서로 달라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분실 이후 나몰라라하는 행태 혹은 사측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패널티를 부가하지 않겠다'는 식의 내가 봐줄께~라는 얼토당토 않는 응대를 받아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간 얼마나 우리가 친절한 서비스를 포기하고 살았는지 공감할 것이다.
물론 택배직원도, 고객센터의 상담원도 고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해도 일을 대하는 전문성이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소비자는 금새 알아챈다. 일주일이면 적어도 5군데 택배사 직원을 마주하는 나 역시
그러하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들은 다 달랐다. 그래서 고생하는 그들을 위해 음료 한 병을 준비해도 매일 챙기게 되는 사람과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챙기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 중
'로켓배송'이라는 이름 하에 빠르고 친절한 배송을 하는 '쿠팡맨'은 누가 오든(거의 매번 다른 사람이 배송) 간식거리를 챙겨놓게 된다. 서로
반갑다. 이 지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이토록 쿠팡을 남다르게 만들었을까. 분명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조직이 혁신을 꾀할리 없을텐데 말이다. 전직 쿠팡인이었던 저자는
그들의 조직문화, 전략, 데이터 경영에 대해 가감없이 풀어내며 그 성장의 저변에 '수평적 소통문화'가 이룩한 혁신의 힘이 깔려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찾아서 일하는 직원, 실패로부터 배워나가는 회사,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다이렉트
커머스 시스템, 쿠팡맨을 통한 직접 배송, 오픈마인드의 실무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쿠팡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선발주자들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므로. 차량 한 대당 1000만 원씩만 계산해도 전국적으로 계산하자면 엄청난 금액이
산출된다. 게다가 인건비에 물류창고 건설, 유지비까지. 고정비용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들의 계산은 역시 남달랐다.
회사측에서 보자면 서비스 과정의 일부일 뿐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배송' 과 '고객센터'가
바로 쿠팡 그 자체이기 때문. 아무리 좋은 제품, 멋진 IT 폼을 가진 회사라고 해도 불친절한 배송에는 별반 대안이 없는 것과 달리 손수 모든
과정을 스스로가 처리할 수 있는(스마트폰 앱 개발까지 쿠팡은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쿠팡은 문제가 생겨도 바로바로 개선할 수 있어 '친절한
서비스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최근 쿠팡에서는 9800원 이상 무료배송에서 19800원 이상
구매해야 무료 배송(로켓배송 기준)이 되고 심지어 할인쿠폰도 발행하지 않지만 여전히 소비자의 러브콜은 강하다.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편하고, 친절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