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예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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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에 숨어사는 모녀가 등장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는 그저 책으로 읽던 일본의 실화소설보다 더 무서웠으며 잔혹하게 느껴졌다. 끔찍한 살해장면이 등장한다거나 토막토막내는 컷들이 없는데도 말이다. 차라리 그랬다면 덜 무서웠으리라. 우리는 뉴스와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왠만한 작의적인 장면에는 눈깜짝하지 않을만큼 길들여져 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머릿속으로 '상상' 파고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없이 무섭고 한없이 서늘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상상하는데는 제한이나 한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 26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수상작인 [잔예]는 이제까지 읽은 소설 중 가장 무섭다는 심사평을 들은 작품이다. 사실 저자 오노 후유미는 '십이국기'를 몰입하여 읽으며 알게된 작가인데 그녀는 '고스트 헌트' '시귀'를 쓴 작가이기도 했다. (시귀는 읽다가 던져둔 소설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든 발간 즉기 높은 평가를 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마는 작가의 필력도 필력이거니와 그녀가 상상하는 그 상상의 시작점이 어떻게 발화되는지가 궁금해져서 자꾸만 작품들을 찾아 읽게 된다.

 

[잔예]를 오츠이치가 썼다면 이토록 놀랍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작가이므로. 하지만 오노 후유미가 썼다. 2001년 말에 있었던 이야기라며 그 첫단추를 풀면서......!작가인 '나'에게 독자인 30대 여성 쿠보씨가 사연을 제보하면서 '나'는 그 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01년 11월. 겨울이 코앞인 시점에 새집으로 이사했으나 혼자사는 그녀의 등뒤로 언제부턴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용히...느릿느릿 움직여서 더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그것의 움직임.

 

세입자가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두 집의 과거를 탐문하고 집터를 조사하고 그 지역에서의 괴담을 조사하다가 발견하게 된 괴담의 주역은 '오쿠야마 요시노리'.작은 탄광을 경영하던 그는 친척을 비롯한 가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키고 자신도 자살해서 지역을 발칵 뒤집은 사람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한 집안의 대가 끊겼으며 탄광은 폐산해버렸다.  그리고 괴담이 남아버렸다.

 

 

P336 제 안에서 호러와 괴담은 달라요. 괴담은 기분 나쁜 일이 일어나지만 정체가 분명치 않죠.

 

 

이 이야기의 결말보다는 사실 역자의 후기가 더 흥미로웠는데 '무서운 이야기는 쓰여있지 않지만 정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사실만 쫓아가는데 터무니없이 무섭다'라는 심사위원의 말에 100% 동감하면서 괴담을 시작한 것도 '사람' 그 괴담을 이어이어 소문내는 것도 '사람'이니 결국 '사람이 제일 무섭지 아니한가'라며 이 책을 읽고 한 친구와 이야기 나눈 끝에 우리는 이렇게 결론 짓고 웃어 버렸다.

 

오노 후유미의 장편 괴담 [잔예] 속에는 동업자인 남편과 고양이 형제를 기르며 사는 자신의 이야기도 투영되어 있다고 했다. 밝히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지만 후기를 통해 이 역시 잼나게 읽었다. 괴담과 호러를 분명히 구분짓는 작가에 비해 내게 두 장르는 중독성 있되 똑같이 무서운 같은 장르라서 딱히 구분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소설을 읽고나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래봤자 이불을 뒷발로 팡팡차대는 고양이들만 가득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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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술사들
오은영 지음 / 북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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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 '나혼자 산다'에 마술사 이은결이 출연해 그의 혼자남 삶을 엿보면서 잠깐 그의 마술 작업실이 공개되었는데 20대 이은결 마술사의 첫 공연을 보러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술 콘서트가 없던 시절이라 생소했고 무엇보다 마술이 속임수가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 고마운 매개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정말 신나게 즐겼더랬다. 이렇듯 마술이 대중화가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p9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다양한 기록을 남겨왔다

 

여자 마술사가 드문 시절 외대를 졸업하고 항공사 승무원이 되었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군인 스튜어디스직을 사직하고 마술사가 된 오은영 마술사가 알려주는 마술의 역사와 명화 속 마술의 이야기들은 마치 일요일 오전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처럼 설레고 신기한 내용 투성이였다. 가령 성경 속 동방박사는 사실 '마기'였는데 고대 페르시아의 사제 계급을 일컫던 용어인 마구스(오늘날의 매직)의 복수형인 마기는 한 부족의 이름(메디안)이기도 했지만 마술과 마술사의 어원이기도 했다. 이 마기 중 가장 유명한 사람들이 바로 동방박사였으며 이들이 성서 속에서 '마기'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매춘 못지 않게 마술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고대 벽화 속에서도 점을 치는 모습, 예언하는 모습들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몇번 들어가보지 않았던 유령의 집은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가 개발한 매직 랜턴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가 개발한 특수 효과는 18세기에는 요한 게오르그 슈레퍼에 의해 영혼을 불러 내는 의식 즉 교령회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후, 판타스마고리아라고 불리는 환영으로 발전되어 트릭 영화에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마술의 바탕은 속임수가 아니라 기술이며 그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놀라운 마술들을 구경하게 된 것이다.

 

보통 우리가 구경했던 마술은 사람을 통에 넣고 칼을 찔러넣는 모습 혹은 물체를 사라지게 하거나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모습 또는 탈출마술 등이었는데 책 속에서 발견한 인도마술은 익숙한 그 마술들과 달리 어쩌면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런 종류의 마술이었다. 밧줄 마술은 꼿꼿이 선 밧줄 위로 올라간 사람을 잡으로 뒤따라간 사람이 앞사람을 칼로 토막내어 떨어뜨리고 곧 마술사는 그 시체를 바구니에 주워 담아 부활시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는 아니겠지만 그 끔찍한 쇼를 보게 되면 두 눈을 감게 될지 나는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우디 앨런 감독에도 등장한 바 있는 중국인 마술사 청링수는 특이하게도 죽어서야 그가 중국인이 아닌 미국인 윌리엄 엘즈워스 로빈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김새가 다른데 어떻게 사람들은 그를 중국인 마술사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 사실부터가 이미 마술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놀라움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남자 마술사들이 이렇듯 각광을 받았던 것과 달리 여자들은 마녀라는 오명을 쓰고 재판에 회부되는가 하면 화형당해지기도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드는데, 이는 마술이 남자들의 성역으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에는 영화에서조차 여자 마술사의 멋진 모습이 그려지는데 말이다.(나우유씨미 마술사기단)

 

점성술사, 연금술사, 마법사 등으로 불린 남자들과 달리 마녀로 분류된 여자들의 삶은 참으로 비참했다. 박해를 받고 희생당하며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으나 그들 중 대부분은 억측이었을 뿐이었고 1900년대에 이르러서야 아델라이드 헤르만같은 위대한 마술사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마술의 역사들이 사진 혹은 그림으로 남아 그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데 아름다운 모습이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살짝씩 불편한 구석들이 있어 더 유심히 관찰하게 만든다. 특히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에이스 카드를 든 사기꾼> 속에서는 카드 게임을 하는 남자도 여자도 가재미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래 게임이나 도박할 때 사람들의 눈은 정말 이럴지도 몰라'라는 생각과 함께.

 

호모매지쿠스. '호모루덴스','호모 사피엔스' 를 너머 '호모매지쿠스'는 고대부터 존재해온 인간형인 동시에 새로운 조어로 인류의 마술적인 삶을 규정하기에 적합한 단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약간 낯설었으나 들으면들을수록 귀에 감기는 호모매지쿠스. 마술계에서도 미술계에서도 주목해 볼만한 그들의 모습은 이젠 그림보다는 영화에 더 자주 등장해 놀라움과 웃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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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선물한 기적 E3
팸 그라우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알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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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을 읽으면서 이대로 이루어진다면 참 좋겠다 싶어졌다. 하지만 삶의 소소한 행복은 찾아져도 절대 로또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그들을 간절히 바라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E-3 신이 선물한 기적]을 읽어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루어지면 좋겠다 했으면서도 받아온 교육대로, 머릿 속에 채워진 편견의 잣대대로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한계점을 긋고 말았던 것이었으리라. 필경.

 

저자 팸 그라우트는 16권의 책과 2편의 희곡, 1편의 TV드라마를 쓴 싱글맘 작가인 팸 그라우트는 매일 외친다고 한다.

"세계여행가이자 사랑이 많은 엄마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에다가 백만장자"라고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며 산다. 실제로 이 외침을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드러내며 생기 넘치게 사는 현재의 충만한 삶에 대한 기쁨을 나누려 하고 잇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쳐온 팸이 원하는 남자와 데이트를 시작하고 원하던 것들을 얻어나가면서 인생의 '가능성'을 믿으며 살기 시작했고 그 경험담을 바탕으로 전작과 후작인 이 책이 쓰여진 것이라고 했다.

 

P26  당신의 생각이 무엇을 끌어들이는지 보라

 

인공지능도 아니고 세포조차 가지지 못한 '생각'이라는 것이 생명력을 가지고 영향력을 끼친다? 누가 들으면 너무나 황당하다고 웃어 넘길지도 모르겠다.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우리는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가능성을 막고 무언가를 판정하며 '되나?',"안되다?'를 줄 그어 버리는 일을 반복해왔던 것이기도 했다.

 

바다에 전작의 제목을 쓰고 파도가 전세계로 그 소원을 실어다 주길 바랬던 저자 팸.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썼던 그 말은 실제가 되어 3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로 뿌려졌고 이역만리 대한민국 땅에서 나 역시 그녀의 번역본을 보고 서평을 남기고 있다. 나비효과처럼 그녀의 책은 소원의 바람을 타고 전해졌던 것이다. 그 외에도 해외여행중 신발이 필요했으나 돈이 없었던 여인에게 부츠가 주어진 일, 맘껏 쇼핑해보고 싶다던 어느 작가의 딸이 빈 소원이 실제가 된 이야기 등등이 이어지면서 이는 더이상 '기적'처럼 읽히지 않았다. 대신 그간 살아오면서 나의 믿음으라는 것이 우주의 무한한 풍요로움을 차단해 왔었구나 라는 깨달음이 남게 되었던 것이다. 단 팸의 말처럼 믿음이란 우리가 계속해서 떠올리는 어떤 생각일 뿐, 결정을 내리고 입즈을 하기 위해서 모든 일을 해야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영적인 힘만을 강조하는 다른 책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책을 통해 많은 지식들을 습득했고 또 책을 통해 머나먼 나라들을 여행했으며 또 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힘을 얻어 일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책을 통해 '힐링'을 얻기도 한다. 열심히만 살아왔던 내게 굳이 기를 쓰고 매달릴 필요가 없으니 이제는 즐거운 일을 찾아 시작하라고 용기를 준 것도 바로 '책'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이미 다 갖고 있으면서도 그 '감사와 행복'을 잊고 살아왔던 과거와 달리 나는 내 생각이 무엇을 끌어들이는지 보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요즘 생각이 같은 사람, 즐거움을 함께 나눌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 역시 나의 바램이 이끌어다준 행복한 인연이라고 믿고 있다. 서평을 쓰는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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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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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1일 오후 4시.

한 남자에게 과거를 회상하며 참회할 시간과 새로운 인생을 살 시간이 함께 주어졌다. '돈이 없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순간. 3억원이나 빚진 남자가 그 순간 간절히 원했던 100원을 얻으면서부터.

 

그래서 망했던 거군...

 

성공하면 100원에 이자를 붙여 주겠다고 농담처럼 감사의 말을 전하는 '나'에게 영감은 120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며 돈에 대해 너무 몰라서 망했던 것이라며 그의 지난날을 꼬집어댔다. 스스로를 '조커'라고 밝힌 노인은 돈이라는 게 원래 다루기 쉽지 않은데 돈을 다루는 능력은 많이 다루는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음을 팁처럼 알려주었다.

 

은행원으로 안정적으로 살아오던 '나-에이스케'에게 한 친구가 찾아왔다. 연봉 6500의 은행원이었지만 이직을 원하고 있던 그에게 친구 오타니는 '주먹밥 가게'를 해 보자고 제안했고 요리를 도맡을 하야마까지 영입해 셋은 개업 6개월 전부터 러닝코스트를 거치며 사업시작에 만전을 가했다. 결과적으로 반응은 좋았다. '크림 주먹밥'이 효자노릇을 해주었기 때문에. 오픈특가 기간이 지나고 가격을 인상해도 매출 개수는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려댈만큼 성공적이었고 방송까지 타면서 좋은 이미지를 터해갔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에이스케가 그토록 굳게 다짐했던 평소의 신념(빚없이 자기 자본 내에서만 투자한다)까지 버려가며 무리한 확장을 하게 만들었고 이 일로 인해 오타니와의 사이는 소원해져버렸다.

 

그리고 다정한 아빠였고 남편이었던 그가 장사에만 매달리고 돈에만 집착하면서 성공과 행복은 함께 그의 등뒤로 사라져 버리고 곁에 남겨진 것은 결국 3억이라는 빚 뿐이었던 것이다. 돈의 지배는 이토록 무서운 것이어다. 매일매일 지갑에서 손쉽게 꺼내는 동전 하나, 종이 돈 하나가 이토록 무서운 것이었다.

 

아파왔던 아이의 수술 당일 에이스케를 병원으로 인도해준 조커 노인은 실은 병원에서 딸아이가 사귄 벗이었으며 돈은 많았지만 아내를 잃고 자식까지 없던 노인에게 매일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준 에이스케의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 아비를 찾아나섰던 노인의 배려는 에이스케에게 가족을 되돌려준 감사의 순간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또한 이전의 욕심을 버리고 조커노인이 맡긴 달걀말이 가게를 착실하게 운영하면서 그들은 좋은 이웃,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되어 함께 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맺음되고 있다. 모두가 해피엔딩.

 

P32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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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나라
이제홍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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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그 시대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분쟁의 여지가 다분하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그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래서 나는 간혹 만화에서 역사속으로 들어가 그 시대의 역사를 바꾸고 왕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접하게 되면 그 순간의 달콤함만 즐기다가 얼른 빠져나오곤 한다. 너무 길어지면 또 다시 편협해질지 모르므로.

 

# 사건

궁남지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왜 하필 궁남지인가. 주소지가 서울인 문화재청 공무원이.

 

# 사람

서민준의 주변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날 뜨겁게 논쟁했던 문화재청 공무원이 시체 상태로 발견되었고 칼럼을 쓰던 김명석이 죽었고 그와 하룻밤을 보냈던 중국여인 은미령 참사관도 죽었다. 그 세 사람의 공통점은 서민준과 논쟁을 벌였던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서 모든 용의 선상에 오른 단 하나의 인물인 서민준은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된다.

 

#역사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에 가려져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백제는 무려 700년 동안 그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왔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에서조차 백제에 대해 자세히 배워본 적이 없었고 시중의 역사서조차 조선/고구려/신라 등에 편중되어 있어 그동안 알지 못했는데 [지워지지 않는 나라]를 통해 본 백제의 역사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비록 소설은 백제의 보물 금동 대향로 하나를 언급하며 역사의 비밀에 접근했으나 사람까지 죽여가며 일본인이 빼앗고자 했던 그 역사는 우리네 백제의 것이였다. 왜 그동안 우리는 백제를 잊고 살았을까.

 

오늘이 팍팍해서 우리는 어제를 잊고 산다. 역사를 등한시 하는 동안 국토를 빼앗기고 조상의 이름을 빼앗기고 마는데도 말이다. 중국에 의해 일본에 의해 빼앗겨온 우리의 역사. 바로 잡아 놓지 않는다면 결코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는 '눈 앞에서 도둑맞아 온 역사'를 이제라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힘이 있다고 다 빼앗을 수 있다면 세계사는 미국/중국/일본/유럽의 몇몇 나라만 가지고 있는 그것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역사를 지켜온 것은 결코 힘이 아니었다. 얼이었고 숨결이었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부심으로 지켜내어온 귀중한 재산이었다. 그래서 힘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국력이 약해서라는 핑계 따위는 내던져버리고 피와 살과 뼈에 녹아 있는 이 진한 조상의 향을 지켜내는 일을 나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 싶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최근 내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의 충고인데, 그 일은 이런 역사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들려주어 관심을 갖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찾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일이되겠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4월부터 시작해 보련다. 바로 이 [지워지지 않는 나라]를 들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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