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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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매달리고 머리끝까지 올라도 이쁨받는 그 이름 '고양이'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제목이 참 맘에 든다. 이 작가의 책은. 늘 구매하게 만들던 '안녕 고양이 시리즈'도 그러했고.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라니...내 고양이도 요런 맘으로 집사를 대해준다면 지금보다 더 사랑받을텐데 말이다.

 

p41  누구나 가슴에 고양이 한 마리쯤 있는 거잖아요

 

오디,앵두,살구, 보리,귀리,미리,앙고, 삼순이,아무,거나,몰라, 삼장 그리고 노랑이들까지...그  이름을 어찌 다 외울까 싶을만큼 많은 고양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외딴 산골 마을. 우연이 닿은 묘연으로 인해 젖먹이 새끼 고양이 셋을 맡게 된 저자는 이미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꼬물이 세마리의 입양처를 찾고 있었는데 무뚝뚝한 경상도출신 장인 어른이 덜컥 맡아주마 하셔서 맡기고 왔다는 것. 그것이 시작일 줄 그들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했으리라.

 

식구들끼리 '다래나무집'이라 부른다는 그곳은 이제 '다래나비집'으로 불려도 좋을 것만 같았다. 저자의 표현처럼. 세 마리의 꼬물이들과 부부의 아들이 함께 자라고 있는 그곳에 사연을 품고 오게 된 고양이는 아홉 마리. 그 외 거기서 태어난 고양이는 일곱마리. 사람 다섯까지 바글바글한 곳에서는 웃음이 잦아들 일이 없다.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아기 고양이가 서로 들여다만 보아도 웃음이 났고 야채 바구니에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만 들어가 앉아도 식구들 얼굴에 미소 가득. 장독대 위에 올라 물을 마시고 마당에서 팔짝팔짝 하늘을 향해 두 팔 뻗고 뜀박질만 해도 잘했다고 사랑받는다. 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라고 꿈꿀만큼 평화로운 풍경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놓는다. 로드킬 당할까봐 전전긍긍해야하고 야박한 사람들의 인심에 목숨줄을 내어놓고 살아가야하는 도심의 고양이도 아니고 농약비료를 피해 약으로 고아먹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시골에서 도망다니며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닌 정말 그림처럼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열 여섯 마리의 고양이.

 

어느 이웃의 글처럼 언제나 사람이 문제다.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요 뻔뻔하게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도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미안해 하는 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동물 학대에 관한 소식이 들려올때면 사람인 것이 참 미안해지다가도 이렇듯 아름답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잡초뽑는 할아버지의 손가락을 터치하고 얼음 위를 신나게 달리며 민들레꽃 하나로도 그 어떤 명화보다 아름다운 사진을 완성하게 만드는 고양이들. 특히 장독대 위의 고양이 그룹들은 그 어떤 아이돌 걸그룹보다 더 반짝반짝여서 이 참에 나도 장독을 사서 장독대존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도심을 떠나는 것을 무서워하면서도 이렇듯 냥독대를 보면 침흘릴만큼 탐나는 마음. 어쩔 수 없다. 고양이 집사 6년차이면 길고양이 울음소리만 듣고도 그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니까.

 

계속 이렇게 살아가면 좋겠다.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과 생명이 한데 어우러져서 공존하면서. 공생의 길을 걸으면서. 훗날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그런 비극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들의 마음에 좀 더 따뜻한 불씨가 데워질 수 있도록 오늘도 도심의 고양이들, 시골의 고양이들 ....모든 곳의 고양이들은 귀여움을 발산하며 길을 총총 걷고들 있겠지!!

 

다래나무집 이야기도 시리즈로 나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을 함께 했듯 독자들과 그 다음도, 다음도, 다음도 계속계속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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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 현모양처 신화를 벗기고 다시 읽는 16세기 조선 소녀 이야기
임해리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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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에 그녀의 얼굴이 새겨진다고 했을때 제일 먼저 생각했던 건 "5만원 권이 그리 많이 쓰일 일이 있을까?"였다. 사임당이 되었든 아니든 간에 5만원권은 그닥 쓸모 있어 보이질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통용되고 있는 요즘도 사실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사용하다보니 그저 노란 돈이라는 개념 밖에 갖고 있질 못했다. 그러다가 <대장금>으로 유명한 배우 이영애가 <사임당>을 맡아 다시 사극에 도전한다고 해서 그녀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기에 이르렀다.

 

불행한 결혼을 했던 여인이자 대학자 율곡의 어머니로 알고 있던 그녀는 뛰어난 재주를 지녔으나 그 시절의 여성들이 그러하듯 갇힌 새장의 새처럼 느껴졌던 관계로 격정적인 삶을 살아갔거나 권력의 최 중심부에서 그 쥐락펴락을 함께 했던 여인들의 그것보다는 밀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녀의 삶을 다시 재조명해야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현모가 필요한가? 양처가 필요한 시대였던가? 저출산의 꼬리표를 떼고 여성의 각성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나? 그것도 아니라면 광해나 연산처럼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사극의 시의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그녀가 살던 16세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p 114   사람이 재주가 있고 없는 것은 배우고 배우지 않은 데 달려 있고,

          사람이 어질고 어질지 못한 것은 행하고 행하지 않은 데 달려 있다

 

 

뭉쳐서 그저 답답했던 조선이라는 인식 너머의 16세기는 과연 어떤 시대였을까. 놀랍게도 우리가 알던 조선과 그 당시의 조선은 어느 정도의 갭이 존재했다. 19세에 혼인하여 48세에 죽은 그녀가 남편과 함께한 생은 겨우 29년. 그 사이 맏아들 선을 비롯하여 매창, 번, 둘째 딸, 율곡, 셋째 딸, 우를 낳아 4남 3녀를 양육했지만 남편과 금슬이 그다지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이원수는 다소 우유부단하며 야망이 없던 인물로 비추어졌는데 놀기좋아했던 그는 부부간의 의리마저도 저버리고 사임당 사후 큰 아들 또래의 첩을 집안으로 들여 아들 율곡과 척을 지게 되는 아버지 이기도 했다.

 

신사임당을 두고 모든 조선 여성의 삶을 살펴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전기에 대한 생각들은 바꾸기 충분할 듯 싶다. 의외로 비교적 대등한 남녀관계를 유지했던 16세기에는 '이혼'을 여성이 먼저 청할 수도 있었고 처가살이가 일반적이었으며 외손자와 손자 구분 없이 조상의 제를 받들고 재산분할도 결혼과 상관없이 균등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어찌보면 요즘보다 훨씬 낫다고 여겨질법도 한 부분들이 눈에 띄이면서 나는 그동안 오해의 시선으로 조선 전기를 바라보고 있었구나 싶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예시들이 그간 두 눈을 덮고 있던 편견의 고리를 깨부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게 만들었다. 특히 현모양처라는 단어를 일제가 도입하기 전까지는 그 단어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임당의 삶을 현모양처에만 묶어두려했던 것도 이익에 비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p82  인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인은 서로 기대고 있는 두 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자가 말한 인이 바로 선다면 어찌 극악무도한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며.....

      타인의 불행과 고통에 그토록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사임당은 한양, 파주, 봉평, 강릉을 오가며 살림을 책임지고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아이들을 키워냈다. 그러는 사이사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읽었으며 자신의 뜻을 세우기도 했다. 그 뜻이 세상에 펼쳐진 것은 자식들에 의해서였으니 율곡이 쓴 [격몽요결]만 해도 사임당의 교육론이 담긴 교육서로 조선시대 학생들에게 교과서 처럼 읽혔다 전해진다.

 

학문의 깊이, 인격의 고매함 이런 점들이 드라마에 잘 드러날 수 있을까. 비교적 담너머 외출이 자유로웠던 시대를 살았지만 그녀를 현명한 어머니로 격앙 시켜야 했던 조선 사대부들에게는 그 재주가 탐탁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특히 여자가 감히 그림을? 이라고 격분했다던 송시열에게 모성의 대모로 존재해야만 했던 사임당의 재주는 감추어야할 하찮은 재주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가 신씨'로 불리다가 '성현의 어머니'로 둔갑된 사임당의 삶은 50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 재조명 되어도 좋을 정도로 다른 것이었다. 지금의 삶이 그 앞에 주어진다해도 꿋꿋하고 멋지게 살아냈을 한 여성의 삶이 그동안 너무 '현모양처'라는 새장에 답답하게 갇혀져 있었다. 마치 사후의 삶이 감옥인 것처럼.

 

 

p83 도대체 무엇 떄문에 우리 사회에서 '인'이 실종된 것일까

 

 

재난이 닥칠때마다 미흡한 대처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은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면서 그 울분이 가슴에 쌓이고 갈 즈음해서 마주친 <사임당>의 삶은 그동안 곡해하고 있었던 한 여성의 삶을 다시금 알아가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실종되어 버린 '인'의 마음을 다시 담는 좋은 계기가 되길 희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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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개자식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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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원했던 것이 이런 내용이 아니었던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던 그 이야기가 나는 이런 류의 할리퀸 + 찐한 로맨스 일 거라고 상상하며 봤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았었다. 먼저 그레이씨의 매력지점을 찾지 못했고 그들 사이에 그 어떤 달콤한 기류도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야기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이야기였으니 나와 달리 그 매혹의 기운을 찾아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인정. 정작 내게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그레이 시리즈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이 배곯고 온 그런 격의 스토리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잘생긴 개자식>. 어쩌면 또 다른 종류의 뒤통수일 수도 있는 이 이야기는 애초 그레이 시리즈에서 원했던 방향과 수위였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티나 홉스와 로런 빌링스가 공동의 필명인 '크리스티나 로런'으로 쓴 어덜트 소설인 <잘생긴 개자식>은 제목부터가 완전 도발적이었다. 원제가 이러한 것일까? 그렇더라도 좀 더 적당한 제목으로 의역될 순 없었을까? 어쨌든 나쁘진 않았으나 최선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이 소설은 고교시절 매니아였던 옆 짝꿍의 서랍속 할리퀸 로맨스의 성인판 같은 내용이었다. 로맨스와 영 어덜트 류의 소설을 주로 집필하고 있다는데 혹시 이 정도의 수위가 서양의 영 어덜트 소설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정말 놀랠 노자이긴 한데 말이다. 성인 대상으로 출판 되었지만 고교생이 읽어도 좋을 책을 의미하는 영 어덜트 소설. 이미 그 수위를 초장부터 넘어섰기 때문에 제발 아니길 빌면서 나는 중반과 후반부분도 재미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쁜 남자는 이렇게 다루는 거야??

 

베넷 라이언. 라이언 미디어 그룹의 똑똑한 인턴 사원인 클로에 밀스는 장학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우수한 재원이다. 엘리엇 라이언의 배려로 회사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그의 아들 베넷을 수행하고 있는데 왠만한 사람이라면 그 까다로움을 맞추지 못할만큼 완벽주의자에 마케팅의 귀재여서 클로에는 항상 긴장하면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는 못된 상사이자 나쁜 남자이자 잘생긴 개자식이었으니.....

 

18페이지가 지나자마자 클로에의 엉덩이를 더듬는 나쁜 손하며, 복도 계단/탈의실/부모님 집의 화장실 할 것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클로에를 덮치는 가 하면, 그녀에게 호의적인 남자로부터 배달되어온 꽃다발은 쓰레기통으로 직통, 만났다하면 클로에의 속옷을 찢어 주머니에 넣고 가는....이렇게만 나열하면 성추행범에 변태 성욕자 같지만 소설이 그를 이상한 남자로 만들지 않는 이유는 그들 사이의 로맨스 기류 때문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몰입했고 그래서 주변을 신경쓸 겨를이 없는 스파크가 팍팍 튀는 남녀. 그들이 그 열정과 욕망의 최정점에 함께 서 있기 때문에 소설은 야한 기류만 읽혀지지 않고 신데렐라 스토리를 읽을 때 느껴지는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는다. 아, 이 커플 정말 잘 되길......바라면서.

 

 

p336  연인이 된다면 베넷은 나를 특별 취급 하게 될까

 

인생이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도 드라마나 영화는 불륜을 만들어내고 현실에서는 숨겨진 여자로 살아가는 여인들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류의 사랑이야기는 로맨스 소설 속에서나 달달한 이야기일 것이다. 클로에 스스로가 상기했던 것처럼 상사와 섹스하면 안 되는 이유는 칠십오만 번까지나 넘버링 붙여질 수 있다. 인생이 피곤해 질 일이며 누군가를 상처줄 수도 있는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로맨스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이 예고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그냥 맘 편하게 그 단계를 읽어나가기만 하면 된다. 이 소설은.

 

p385  반갑습니다. 말로만 듣던 그 잘생긴 개자식이 맞으신가요?

 

아버지의 재혼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족을 잃었던 외로운 클로에는 이제 막강한 가족이 생겼다. 라이언 그룹의 일원이 되었으며 잘생긴 개자식(?)의 아내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까지만 쓰여진 책이기에 딱 그까지만 보고 웃으면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 되니 일단 안심. 이렇게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날에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바 하나를 물고 이런 달달한 격정 로맨스 한 권을 읽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방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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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 - 공지영, 정유정, 정이현 외 11명 대표작가 창작코멘터리
이명랑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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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1  정유정 작가 : 이야기는 저절로, 굴러가는 대로 만들면 안되나요? 이야기의 목적에 맞게 가야 돼요.

 

에피소드와 사건의 차이를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그 두 가지를 적절하게 잘 버무려야 좋은 장편의 스토리가 짜여진다고 조언하는 작가는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다. 그녀의 초기작부터 최근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제외한 모든 책들을 구해다 읽었던 나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인터뷰였다.

 

 

p108  명지현 작가 : 단편 세 편을 같이 쓰라고요

 

반대로 체구가 작고 폐경기가 가까운 여성은 김치를 많이 먹으면 뼈마디에 습이 차서 관절염에 잘 걸린다고 소설 속에 풀어놓은 <교군의 맛>을 쓴 명지현  작가의 책은 일절 읽어본 일이 없다. 자칭 타칭 글자중독인 나 역시 편식글읽기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세상 모든 작가의 글을 다 읽고 살 팔자는 안되다보니 뭐 다 읽을 순 없다고 쳐도 적어도 여기에 실린 11명의 작가들의 책은 읽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반성에 반성을 더해 본다. 글을 읽은 적이 없어서 그런가 인터뷰를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이 작가 사람으로서도 여자로서도 참 재미난 사람인 듯 싶어진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동네 살면서 텃밭도 가꾸고 개도 산책시키면서 딸들의 통학도 도맡아 하는데 글 쓸 시간이 어디에 나나? 싶었더니 하루 24시간 중 딱 4시간이 빈단다. 물론 마트에 가고 도서관 가고 집안일 해야하는 시간까지 통합해서 총 4시간. 빠듯했을텐데....4천매의 분량을 초벌로 써놓고 그 글을 축약했다고 하니....이 사람의 근성도 대단하다 싶어졌다.

 

월남전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미국에서 저지른 별 의미도 없는 우격다짐의 전쟁 속에서 우리는 인간성을 잃었노라고 말했다. 전쟁이라는 것은 국가가 저지른 합법적인 폭력이면서 폭력을 파생시키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문학은 자신의 것으로 쓰는 것이며, 때가 꼬질꼬질 묻은 이야기를 써야한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 아주 궁금해져서 조만간 싹 다 찾아 읽어보게 될 듯 싶다.

 

인터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흡인력이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데, 한 사람이 쓴 작법서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가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책 한 권의 분량을 써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대목대목에서의 고뇌와 선택, 알짜배기 실제적인 이야기짜기는 그럴듯하게 헤드라인을 뽑아놓고 가르치듯 쓴 작법서들과 정말 차별화 되어 머릿 속에 쏙쏙 박힌다. 제 손으로 짧은 글이라도 한 편 써본 이라면 11인의 작가들이 내뱉는 말들이 얼마나 양질의 것인지 알 수 있으리라.

 

 

p208  구효서 작가 : 한 권의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감기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

 

<비밀의 문>을 읽으면서 시작된 작가의 책읽기는 <랩소디 인 베를린>에서 딱 멈추어 버렸다. 하지만 인터뷰를 읽다보니 <동주>도 읽고 싶어진다. 장편을 쓸 때 체력을 염두에 두고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동안 감기조차 걸리지 않게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는 작가여서인지 그의 글엔 빈틈이 없다. 그래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듯 진지하게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와 저자의 인터뷰는.

 

 

p259  심윤경 작가 : 하나의 원칙이라면 초고에서 20%는 볼륨을 줄여요

 

소설가는 별게 아니었단다. 드라마도 배우고 출판사 직원으로도 근무하면서 인생을 배우면서 글에 녹여보려던 그녀가 깨달은 바는 '결국엔 내가 써야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뭘 쓸 건지 생각만 해서는 절대로 되지 않으며 자판을 똑똑 두드려 쓰다보면 소설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가 지망생들에게 등떠밀어주는 조언 중 이보다 더 좋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p292 공지영 작가 :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할 필요 없어요. 작가가 의식해야 하는 건, 내가 느낀 충격과 공포와

                        이 분노를 너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외에는 다른 사람을 의식해선 안 돼요.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권위적으로도 패배했다는 <도가니>의 실제 사건의 판결은 다시 소설화되고 영화화되면서 양심의 심판대를 전국민 앞에 세우는 역할을 해냈다. 원래도 강체였던 필력의 공지영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어서 나는 그녀가 좀 더 사회화 소설을 써주기를 기대하고 고대한다. 같은 이야기를 두고도 더 힘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후각과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으므로.  그래서인지 한 군데도 버릴 데가 없었던 그녀 파트의 페이지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이야기가 인류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과 소설이 다른 모든 경쟁들을 압도하는 건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11인의 작가는 모두 훌륭한 작가들이었다. 그 중 나와 코드가 맞고 안맞고는 나중의 문제다. 쓰라고 들이밀면 a4 한 장도 빽빽히 채우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세상속에서 2000매를 쓰고 4000매를 써 내려간다는 것은 왠만한 지구력 없이는 하기 힘든 고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쓴 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이름을 독자의 귓가에 날릴만큼 멋진 글을 완성한 사람들이기에 나는 이 모두에게 박수 백만번을 보태고 싶어졌다. 또 한 사람. 어쩌면 읽는 동안 잊혀져버리기 쉬울지도 모르는 인터뷰어인 저자 역시 그들의 좋은 생각들을 알알이 모아 독자 앞에 내어놓았으므로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좋은 글을 선물받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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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분 PLUM BOON 2015 - Vol.1, 창간호
RHK타이완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타이완문화콘텐츠연구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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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에서의 여행지라 당시 부쩍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고양이 마을이 있다는 점 외엔 가보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에꼽을만한 이유가 없어서 관심밖에 두었던 나라다.  하지만 격월간지 플럼 분을 통해 본 대만은 우리 나라와 역사적으로나 문화면에서 비슷한 부분들이 상당부분 많았다.

 

근대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타이완은 청일 전쟁 후 대한제국은 러일전쟁 후 각각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일제제국주의에 의해 교류와 교역이 이루어진 후 1백 명에 불과했던 거주한인이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1천명을 넘었다고 전한다. 1910년부터 '조선 요리점'이 장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가장 많았던 업종은 역시 '화류업(매춘)'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상업과 어업순으로 이어졌다. 일제는바존력을 가진 일본인 매춘업자의 권익을 노골적으로 옹호해가며 매춘업을 등에 업고 이렇듯 해외 팽창을 진행했으면서도 여전히 그에 대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에 한해서는 그 자세가 얼마나 뻔뻔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여행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면 이 잡지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 소설 읽기, 현재의 타이완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잡지는 든든한 상식북이 되어 줄 것이다. 연매출 4700억원의 청핀 서점, <여친 남친>을 통해 본 영화 속 타이완, 마법같은 연주실력을 뽐내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였던 딴수이 둘러보기 등등을 통해 좀 더 가까운 대만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오랫동안 '대만'으로 알고 있던 타이완(영문 표기)의 정식 명칭은 Republic of China다, 중화민국이라고 한자표기하고 CT(Chinese Taipei)라고도 표기한단다. 1911년 신해혁명이후 쑨원은 중국을 장제스는 타이완 섬으로 이주해 각각의 영토를 차지하며 불리게 된 이름이 타이완이라 우리가 그렇게 부를 뿐인 것이다. 과거 중국대륙을 '중국공산당'의 줄임말인 '중공'으로 불렀던 것처럼 타이완 역시 '자유중국'으로 불리기도 했었단다. 기억에 희미하지만 이 명칭이 더 익숙한 세대도 있으리라. 불리는 이름이 많은 것과 달리 타이완은 복잡하지 않은 나라였다.

 

국화는 매화. 그래서 이 잡지의 이름은 그 매화에 맺힌 과실인 plum을 따와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읽을거리'라는 의미를 부여했단다. 1992년 국가간의 외교적인 이해관계를 따지다가 대한민국은 좋은 친구를 잃었다.  외교적으로는 단교국이지만 문화면으로는 베프가 될 수 있도록 타이완과 한국 사이에 문화교류가 한층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 싶어진다. 바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주 마주치는 일도 중요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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