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 - 10,000년 전 하이테크의 비밀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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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고고학.

생뚱맞아 보이지만 왠지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 조합은 사실 일요일 오전 방송인 '서프라이즈' 에서 몇 번 봤던 내용이긴 하지만 그저 그럴수 있겠구나 하고 지나쳤던 내용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논픽션을 펴낸 필자가 쓴 [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 속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루시퍼라는 단어가 룩스(빛)와 페레(가지고 있다)에서 유래된 단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저자처럼 의문을 품은 적이 없다. 그저 그러려니...그런가보다 했다. 그 차이가 그와 나의 탐구의 거리를 넓힌 것처럼 역사/문명/문화에 관심을 갖고 사느냐 아니냐에 따라 알게 되는 범위는 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더 유식하고 무식하다는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그 속에서 깨알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면.

 

 

P 24 그곳에선 15,000년 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기록된 달력이 발견되었는데....

 

 

한스 호르비거. 히틀러의 친구인 그가 왜 이 책에 등장해야 하는 것일까. 부유하게 자라 엔지니어가 된 괴짜사내는 훗날 '세계빙하이론'의 근간이 되는 주장을 1913년에 발표했는데 수많은 문명들이 달이 대기권과 폭발할 때마다 사라져왔고 인류는 제 3기에 이미 문명을 완성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그를 책은 '예언자'라고 칭하고 있다. 히틀러의 무한지지를 받았던 그는 지구가 겪은 여러 차례의 재앙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저자는 연구를 통해 자신의 성과를 책으로 밝혀내고 있었다.

 

1. 거인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성경의 기록은 르바임의 키 외에도 다윗의 용사 십브개가 거인의 자손인 십배를 쓰러뜨린 내용과 에녹서 14장을 통해 거인들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적어두었고 <오디세이>,<길가메시 서사시>의 점토판에서도 거인의 흔적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고고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지중해 거인벽,렉스 길로이 박사가 보여준 거대한 선사시대 도구들, 거인발자국 등등을 들어 거인의 실제를 밝혀내고 있다.

 

2.에드먼드 키스의 이론

하루는 30시간 / 한시간은 22분 / 각 달은 24일이되 2월과 4월은 25일 / 티와나쿠 태양의 문은 일년 12달과 춘하추동을 포시한 달력

 

볼리비아 안데스 고지대의 유적지인 '티와나쿠' 서남쪽에 푸마푼쿠라 불리는 대형 피라미드들이 서 있는데 그 크기에 압도당한 후엔 그 정교함에 놀랄 수 밖에 없고 그 재질에 까무러칠 수 밖에 없는 유적지이지만 나치 철학으로 인해 고고학 분야에서 한편으로 제껴져 둔 곳이라고 했다. 요즘 한 스포츠 스타가 방송인으로 그 방향을 전환하면서 그에 의해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그 합리적인 의심을 이 책에 결부시켜 이 미스터리들을 파헤쳐보고 싶게 만들고 싶어졌다. 앞 부분만 읽었을 뿐인데도.

 

수학적인 계산력이 약한 것처럼 심증적인 의심 말고 과학적인 의심을 해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내두른다.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읽어나가다보면 어렵다 쉽다의 문제가 아니라 왜 계속 발굴되지 않는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더 알고 싶고 더 궁금해져버렸으므로.

 

읽는 내내 어렵다 황당하다라고만 일관한다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결코. 하지만 이런 주장도 있구나 라는 여지를 두고 읽는다면 이 책은 그 어떤 미스터리 서적이나 인문학 서적보다 중요한 정보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물론 다소 딱딱한 페이지도 있고 읽다가 쉬어 읽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내면 한 시간, 두 시간짜리 고고학 프로그램보다 더 방대한 양의 내용을 시청한 것과 같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반박도 좋고 더 깊숙한 연구도 좋다. 어느 쪽이든 논쟁이 붙여져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다음번에는 더 확장된 결과들을 읽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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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예쁘다 - 육아의 블랙홀에 빠진 엄마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김미나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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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외고와 명문대를 나와 잘나가는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중 사내연애를 했다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는 '알음알음' 김미나씨. 그 안정된 직장을 결혼 1년 만에 둘 다 확 그만둬 버리고 세계여행을 9개월간 갔다 왔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그 주인공이 어마어마한 재력가였다는데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 부부의 결단은 얼마나 용감한 것이었는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돌아와도 보장된 것은 없었고 9개월 내내 '이혼'이 언급될 정도로 처절하게 싸우고 돌아왔단다. 그래서였을까. 살면서 싸울 기력을 초장에 다 소비해버려서인지 이들 부부 아주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정도 멋지게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왜 책을 내지 않았던 것일까. 신혼 1년차 부부가 그것도 회사까지 사표쓰고 여행을 몇달간 갔다올 그런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p11  엄마가 되고 나서, 나의 모든 단어 사전은 새롭게 쓰여졌다

 

얼마후 재취업이 된 남편과 달리 경력이 단절되어버린 저자는 그 시간동안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책/영화/드라마 등 문화 전 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100% 활용하여 블로그에 좋은 글들을 올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2년 터울의 두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많이 배웠다고 많이 경험했다고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그녀의 책을 보며 깨닫는다. 똑같다. 모든 엄마들에게 주어지는 환경은! 그 속에서 얼마나 배워나갈 수 있는지만 다를 뿐.

 

소설가 공지영의 책 속 말을 빌어 그녀는 육아의 힘듦을 토로해 놓은 페이지가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손을 대지 않고도 아이를 어딘가 이상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개념 없는 엄마들이 공공장소에게 제 아이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찰때가 있는데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속으로 찜찜한 건 내가 아직 엄마가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머리로는 캐스린 포브즈의 <엄마의 은행통장>의 엄마처럼 매순간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지만 감정선이 위~아래~로 제멋대로인 나를 잘 알기 때문에 폭발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사실은.

 

반려동물과 살면서도 화를 낼 경우가 생기는데 반려동물이나 아기들이나 대화 소통에 장벽이 있는 것은 매한가지. 남의 아이를 가르쳐보았지 내 아이를 길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미스터리한 시간은 내게 sf의 공간일 수 밖에 없다. 만약 두 아이를 키워낸 내 친구가 이 책을 읽었다면 주마등처럼 스쳐갈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아를 경험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저자의 체험담은 각자에게 유용하게 읽히는 팁일 수 밖에 없다. 키워본 쪽도 자신의 아이를 키워낸 방법 외엔 모르고 키워보지 않은 쪽은 더더군다나 방법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할 수 밖에.

 

p269  지금의 나를 정말 나답게 해준,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들

 

친구 j에게 인생의 현명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된 것도 다 두 아이를 길러낸 내공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 부분에서 나는 다시 내 현명한 친구가 떠올려졌는데, 같은 나이이며 같은 세대를 대한민국에서 함께 겪으며 살아왔다고 해도 살아온 방식이 다르면 내공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저자가 j에게 인생의 팁을 충고하듯 나 역시 내 친구에게 언제나 정신과 상담보다 더 좋은 힐링을 받아내고 있으니까.

 

그녀의 고백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어려우면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미친 탱탱볼'이라 불리는 둘째와 섬세하고 예민한 언어를 구사한다든 첫째를 보며 오늘도 그 추억들을 글로 담고 있을지 모를 저자의 힐링 에세이는 친한친구의 멋진 상담처럼 행복감을 선사한다. 전문가가 불라불라하는 어려운 용어도 없고 그저 담담하게 쓰여진 육아서를 다시 꺼내볼 때 즈음에는 나 역시 엄마가 되어 있을까? 하지만 이 모든 순서의 앞은 먼저 결혼이다. 그래, 결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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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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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루지 영감, 놀부 영감에 이은 괴팍 삼총사 영감 세트에 어울릴만한 노인을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속에서 발견했다. 그 이름은 오베. 무뚝뚝하면서도 불뚝불뚝 불뚝 성질을 내고 평생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줄 모르던 영감은 지금 자살을 꿈꾸고 있다. 아내가 죽은지 6개월만에.

 

p58  그는 딱히 필요가 없는 이상 무언가를 굳이 기억하려 든 적이 없는 남자였다

       무척 행복하다가 몇 년 뒤에는 그렇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성장과정이 특별했던 사람, 오베. 그는 참 쓸쓸하고 외롭게 자랐다. 현재의 고집불통 상태의 노인네 오베를 보면 골목 어귀에서 마주치면 피해갈 그런 유형의 인간이지만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외롭게 자라 보듬어주고 싶은 그런 소년이 서 있었다. 사람들 한 가운데. 자신이 얼마나 쓸쓸한지조차 모르게 자란 그런 아이.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도 사람들과 섞일 줄 몰랐다. 중상모략을 당하는 순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자신을 믿고 소신을 꿋꿋하게 지켜냈을 뿐.

 

짧은 시간을 함께 한 아버지였지만 그에게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던 그의 인생에 유일한 한줄기 빛이자 인연을 맺고 살게 된 사람은 그의 아내. 도둑의 누명을 썼지만 그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그는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내는 이제 세상에 없다.

 

p21 좀 느긋하게 살면 좋지 않아요?

 

누군가가 오베에게 물은 적 있지만 그는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이웃이 이사 오건 말건 누가 죽건 말건 신경쓰고 싶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자살할 생각만 하고 있던 이 까칠한 할배에 어느날부터 하나 둘씩 귀찮은 일이 일어났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법 없이 참견만 하고자 하는 무한 긍정의 이웃이 옆집으로 이사를 왔고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얼떨결에 구하게 되었고 귀찮아질 것이 뻔한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주변을 얼쩡대기 시작했던 것.

 

p114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

 

우리 모두 눈 앞의 시간을 살아갈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토록 사람과 소통할 줄 모르고 살아왔던 오베영감의 장례식날 3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 분명 조문객 금지라고 말했는데 불구하고. 그 언행은 다소 퉁명스러웠을지 모르나 올곧은 마음 속에 따뜻함을 담을 공간을 간직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왔던 외로운 영감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던 것은 아닐까. 이웃에 이런 영감이 있었다면 분명 나는 맨날 대문을 사이에 두고 싸웠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로 만나본 오베 영감은 괴팍하기만 한 노인네가 아니었다. 2015년 말에 개봉될 영화의 주인공으로 누가 낙점된지 모르겠지만 영화의 마지막엔 눈물 가득한 얼굴로 막 웃어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스토리.

 

p177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

 

일년 365일은 자살하기에 참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을 고르건. 하지만 그 별난 오베 영감이 자살을 포기하고 주어진 삶을 살다 간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자살을 꿈꾸는 세상 어디의 누군가에게도 조금 더 살아보면 멋진 내일이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견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쓸쓸하다면...하지만 조금만 더 게을러져보는 건 어떨까. 자살하고 싶은 마음에서....멀어져. 그 실행을 조금 더 미루고 미루다보면 그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이 할배가 누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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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람을 모방하라 : 마키아벨리처럼 - 위기를 창조적 도약으로 바꾸는 자기혁신법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3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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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라는 인물을 발견하고 탐독한 시기가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 주인공이기도 했고 사이토 치호라는 일본 만화가의 만화 속 주인공이기도 했던 그는 실존인물인 동시에 굉장히 매력적인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기도 했기에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흠뻑 빠져 그에 관한 책들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 최후는 호화로운 탄생과 비교될만큼 처참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 곁에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이 등장하곤 했는데 당시 [군주론]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외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마키아벨리에 대해 이제와서 조금쯤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은 리더십을 논하며 그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p50  리더는 절대로 그에 대한 비난을 피해가려 하면 안된다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라는 저자가 바라본 마키아벨리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옳다 그르다를 칭할 수 있겠고 그의 사상이 적절했다 아니다를 논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살았던 시기와 우리가 살아가는 시기는 '시간'적으로 보자면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과연 세상 또한 그러할까. 춘추전국시대와 맞먹을만큼 혼국이었다던 이탈리아와 지금의 대한민국이 완전히 다르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 또 교황 비오 4세의 명처럼 마키아벨리의 모든 책은 절대 읽어서는 안되는 금서의 내용을 담고 있나? 를 판단하려면 적어도 그의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논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내 주변에서는 그의 이름과 그가 쓴 책 제목은 알아도 그의 삶과 사상을 정확하게 알고 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나는 마키아벨리 알기를 시작하고자 했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과 유사하다는 [군주론] 속에는 현대의 리더가 가슴에 새겨야 할 문장들이 참 많았다.

 

 

p245  편 가르기가 아닌 오직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라

p264  리더는 권한도 많지만 책임도 큰 법이다

p194  모든 일은 때를 놓치면 패망으로 이어진다

 

 

이 조언들을 읽으면서 떠올려지는 몇몇 사건들도 있었다. 이 명언대로만 되었더라도....라는 아쉬움이 남을만큼 큰 사건도 떠올려졌다. 국가가 병드는데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생각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면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을테니.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일. 반면 단 한사람의 리더가 잘못된 판단을 해 버린다면 국가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안정된 삶의 터전이 급격하게 재난영화 찍듯 시장 바닥이 되어 버리는 것은...

 

1469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나라의 정세와 비교되며 분석되어졌다. 사상적으로는 제가백가 사상을 집대성한 순자와 한비자의 사상과 닮아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그 위대함을 따지자면 저자는 마키아벨리를 동서를 막론한 "초세의 위대한 사상가"라고 평가내리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그 질타도 컸던 [군주론] 그리고 그 저자 마키아벨리. 단 한권의 책을 읽고 그것도 단 한 번 읽고 그를 다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심오하고 또 그만큼 어렵다. 그래서 조금더 다양하게 읽을거리를 찾아보면서 그의 사상에 대해 곰곰히 곱씹어봐야겠다. 근대사, 정치경제. 꼭 알아야하지만 그동안 눈덮고 귀닫아 왔던 그 과제에 대해 이제는 서서히 눈을 떠야될 시점이 아닌가 싶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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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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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누었다는 속박으로 인해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부모를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단지 그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소중한 걸 잃은 건 아니라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8시 주말 드라마 내용처럼 사람에게 가족이란 가장 안전한 울타리이며 가장 이해받고 싶은 집단일텐데 그 피의 혈맹이 때로는 속박이 되고 상처가 되고 구속이 되어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소설 작품 속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뉴스를 봐도 그런 이야기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사회소설 작가로 그 작품의 내용이 탁월해 나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미미여사'로 불리우는 그녀의 작품은 사건의 일면을 이면, 삼면으로 쪼개면서 날카롭게 파고들며 그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 추악함, 욕망 등을 여실히 드러내는 쪽이라 도리어 읽고나면 시원해지는 경향까지 있어 좋았다. 물론 그 문제를 안고 있는 문제 자체의 무게는 항상 무거웠다. 하지만 가슴 언저리의 묵직한 우울감만 얹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밑바닥까지 파헤쳐 눈 앞에 까뒤집어 보이면서 자, 봐라! 어째서 이것이 문제가 아닌가. 우리 사회가 지금 이렇다. 라고 가감없이 드러내는 면이 통쾌하게 느껴질 정도라는 거다.

 

그런데 잠시 에도 시대로 건너가며 나는 잠시 그녀와 멀어졌다. 작품 읽기를 게을리 하진 않았으나 읽으면서도 현대 사회 소설을 쓸 때의 그녀가 더 좋았다라고 감히 고백한다. 이번에도 사실 현대물인 줄 알고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그 배경은 에도 18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있었다. 한 사무라이의 할복 자살로 인해 시작된 이야기는 꽤나 두꺼운 양의 소설로 완성되어 내 앞에 던져졌는데 가족애를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슬픔은 바로 '가족'이라는 멍에 때문에 시작된다.

 

내가 내 가족을 의심해도 좋을까. 정말 내 가족 중에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사람이 있을까. 모든 것을 떠안고 떠난 아버지에게 가족은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주인공인 둘째 아들 쇼노스케는 아버지와 여러면에서 닮았다. 비겁자라는 오명을 쓰고 살 지언정 불필요한 살상을 택하지 않을만큼 따뜻한 맘씨를 가진 사내였고 결국 모든 것이 가족 내에서 빚어진 음모임을 알면서도 그는 자살을 택했다. 가족을 위해서.

 

 

p590  생각해라, 여생을 다 바쳐 생각해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가면서도 죄책감을 남기지 않는 인간을 정말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인간으로서의 그 마음을 잃은 사람일진데.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 가장 크게 든 의문은 이것이었다. 옳다는 판단의 기준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출발된 것이었을까. 그 밑바닥에는 출세에 대한 욕망이 거름이 되었고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 가족의 목숨은 사소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 또 묻게 된다. 과연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간형인가? 에도 시대에만 있었고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런 류의 인간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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