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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암브로시오 성당의 수녀들 - 1858년 하느님의 성전에서 벌어진 최초의 종교 스캔들
후베르트 볼프 지음, 김신종 옮김 / 시그마북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풍경의 미장센과 OST의 아름다움이 귀를 사로잡던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작품은
한 소재를 두고 두 작가가
각각의 파트를 쓴 릴레이 러브 스토리였다. 한 작가가 남녀 주인공의 시점에서 쓴
작품들은 더럿 보아왔지만
정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듯 작가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가 파트를 나누어 쓴 소설은
이례적이어서 당시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도 참 설레었었다. 그들이 겪어온 시간의
안타까움과는 대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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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년 하느님의 성전에서 벌어진 최초의 종교 스캔들
만약에,...
<<성 암브로시오 성당의
수녀들>>이 시오노 나나미와 덴 브라운에 의해 쓰여졌다면 작품은
같은 계절의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입듯, 무척이나 다른 모습으로 독자의 손에 쥐어졌을 것이다.
후자는 낱낱이 꼼꼼하게 분석하여
기호학과 미스터리의 관점에서 상업적인 재미를 덧입혔을 것이고
전자는 인문학적인 글쓰기로 알음알음
읽어가는 재미를 더했을텐데...
아쉽게도 이 책의 저자
후베르트 볼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 읽기를 시작했던
탓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 속도가 충격적인 소재에 비해 더뎌 약간 답답한 마음이 들고 말았다. '궁금하단 말이요, 빨리빨리 좀 알려주시오'라고
속으로 연신 다그쳐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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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 7 월의 로마...
교황 비오 9세와 종교재판소의 판결 후 1861년 성 암브로시오 성당의 폐지가 공표되면서 이탈리아 신문사 중 일부가 비밀에 부쳐졌던 재판의
내용을 파고 들며 여러 의혹의 제기했다. 경악스럽게도 일요일 아침마다 즐겨 보는 <서프라이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예비 수녀들이 동성애를 강요당하는 것도 모자라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고해신부들은 딥키스로 축복기도를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이 성 암브로시오 성당 내에서 자행되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이상하다 여기며 동조하지 않았던
수녀들은 조용히 살해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인간의 욕망을 신의 이름으로 행한 일부 그릇된 종교인들에 의해 일어난 처참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얼마전 읽었던 <사건 치미교1960> 과 더불어 인간을 힐링하고 구원해야할 종교가 반대로 사람을
해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을 때 일어나는 해악을 또 한권의 책으로 발견하게 된 것이라 독자로서 마음 속 허망함을 쉬이 달랠 길이 없었다.
모든 폭로의 시작은 카타리나 폰 호엔촐레른의 구조외침으로부터였다.
1857년 로마로 카타리나가 이주했을 당시 로마 거주민은 18만 명에 불과했으며 그중 약 7500명
가량이 성직자와 수녀들이었다고 하니 로마는 실로 아주 작은 도시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페르디난트 그레고로비우스가 자신의 저서에 '로마는 사람들이 신의 평안함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창조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고요하다' 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로마라는 도시는 규모가 아닌 성스러움에 사람들을 매혹시키기 충분한 도시가 아니었을까.
지금의 나에게도 이런 마음이 들 정도라면 그 시대의 카타리나에게 로마는 믿음 충만한 도시로 느껴졌을
것이다. 아마도.
독일 공작가에서 출생한 17세의 카타리나는 그녀의 고해신부였던 라이자크에게 영향을 받아 종교에 귀의할
결심을 밝혔지만 당시 귀족가 영애에게 의무처럼 주어졌던 결혼의 의무를 위해 두 번의 결혼을 거친 뒤에야 수도원에 입성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도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은둔 생활이 주는 평화로 인해 더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하지만 1858년 9월~1859년 7월,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만에 천국은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왜?
교황 비오 9세의 측근이던 호엔로에 대주교에
의해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카타리나는 전 수녀원장이었던 이모로부터 그 권리를 위임받은 젊고 예쁜 예비수녀원장 마리아 루이사(24세)에 의해
자행되었던 음란 행위들을 고백하며 자신도 살해되기 일보 직전이었음을 밝히며 파문을 일으켰다. 동성 수녀들에게 동침을 강요하고 이성과 접촉을
즐겼으며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 대한 가차없는 살해시도를 두고 그녀에게 악마가 씌였던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던 사람들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 마리아 루이사는 사탄의 희생자가 아니고 사탄과 동맹한
사람이었다....P56)
예전에 그런 광고가 있었다. 모두가
"YES"라고 외칠 때, 홀로 "NO"라고 외치는 사람이 등장하던 광고. 바라던 의도는 "용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 홀로 외치는
자는 "아우사이더" 혹은 "인디펜던트"로서의 삶을 각오해야만 한다. 카타리나 역시 그러했다. 모두가 묵인하고 침묵하던 수도원에서 점점 홀로
고립되어가다가 결국 신앙이
없는 자로 간주되어 죽음 앞에
섰을 때 그녀는 내부고발자가 되어 삶을 도모했다.
하지만 간단하지 않았다. 수도원의 설립자였던
마리아 아녜세 피라오는 로마 명문가 여인이었고 성녀로 추앙받았던 인물이었으며 '로마가 말했으니 사건은 마무리되었다'라고 종교재판소가 명명했던
판결(가짜 성녀, 부당한 신성에 대한)을 레오 12세가 뒤집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과 달리 결말은 형식적인 선에서
끝나버렸다. 허무하게도.
4명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지면서, 마리아
루이사에게 감옥에서의 20년의 형벌을, 이미 사망한 마리아 아녜세 피라오의 시신은 발굴해서 익명의 공동묘지로의 이장이 명해졌던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특정 종교가
언급되었으며 그 내부의 스캔들을 인정하되 함구령을 내렸던 그들의 기록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외부로 유출 시켰는지 궁금할 법도 한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내용들이 사실이었다는 판결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법적으로 볼 때 책임은 대수녀원장과 수도원의
영적 지도자 이 두 사람에게 있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과연 그 두 사람만의 책임이었을까. 이 방대한 내용
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