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니스테 디자인 - 새로운 북유럽 패턴을 만든 핀란드 젊은 브랜드
하라다 히로유키 지음, 정영희 옮김 / 미디어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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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유럽 스타일","북유럽 패턴","북유럽 디자인"...이제는 마치 고유명사처럼 들리는 북유럽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무엇이 이토록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 한참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으며 자연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주는 정갈함? 그것도 아니라면 불같이 열정적인 색감과 반대되는 시원하면서도 서늘하게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 때문에?

가구, 소설, 교육에 이르기까지 관심집중되고 있는 북유럽 스타일은 문화보다 앞서 디자인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느껴져 뒤늦게나마 그 인기의 비결을 파헤쳐보고자(?) <카우니스테 디자인>을 펼쳐들었다.

 

새로운 북유럽 패턴을 만든 핀란드 젊은 브랜드 라고 일컫어지고 있는 카우니스테는  핀란드어로 '카우니스(아름답다)' + 코리스테(장식)' 를 합쳐 만든 브랜드명으로 핀란드스럽고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대표인 하라다 히로유키는 전했다. 1978년생인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헬싱키로 건너와 핀란드인 밀라 코우쿠넨과 함께 텍스타일 브랜드를 런칭했는데 아주 작은 스튜디오로 시작했던 그들이었지만 2012년 첫 매장을 시작을 기점으로 프레드리크 거리로 매장을 확장이전하면서 '핀란드 디자인'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는 핀란드라는 나라의 날씨나 문화, 기후에 대해 알지 못했다. 기껏해야 무민 캐릭터, 미수다의 따루가 떠올려지던 나라였던 핀란드는 사실 겨울이 길고 혹독한 나라라고 했다. 한정된 재료와 자원, 노동력을 구사하여 부지런히 생활을 꾸려나가는 핀란드인들은 실내 공간에서만큼은 포근하고 밝게 지내고 싶어서 디자인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히로유키는 덧붙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핀란드와 일본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카우니스테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텍스타일을 보면 급하게 찍어낸 조짐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곰, 나비, 안개비, 침엽수림, 설탕, 일요일 등을 모티프로 디자이너 7인은 작업을 진행해왔고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유연한 발상을 위해 하라다와 밀라는 디자이너들의 예술적 영감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는 듯 했다. 각양각색의 그들 개성을 믿고 기다림으로써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최상의 결과물을 얻어내고 있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먼저먼저 를 외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 참 부러워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페이지들을 뒤적이다가 카우니스테의 디자인 중 하나인 '일요일'이라는 패턴에 눈길이 멈추고 말았는데, 음식을 담아내는 트레이 속에 '새'가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둥근 둥지가 보였고 검은 잎새도 보인다. 그런데 분명 검은색인데도 불구하고 그 검은 잎사귀하나가 초록빛의 잎보다 더 푸르르게 느껴졌다. 착시현상일까? 두 눈을 비벼대면서 보아도 그랬다. 눈으로 보고 있지만 마음으로 들어오는 빛의 색감은 분명 초록빛이었다. 푸르름이 느껴지던 쟁반은 또 다르게 보면 새와 둥지가 그려진 숲의 형상인데도 불구하고 바다를 품은듯 보이기도 했다. 바다냄새가 코끝을 스치게 만드는 패턴이라.....

이는 아침부터 '삶'과 마주한듯한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어 상쾌해지기까지 했다. 카우니스테의 아름다움은 이처럼 상상하는 즐거움과 공감각적인 효과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묘한 마법의 브랜드였다.

 

또 하나 <카우니스테 디자인> 이라는 서적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던 이유는 디렉터 인터뷰와 디자이너 소개에 앞서 '헬싱키'라는 도시를 먼저 소개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짧은 페이지로 그 문화를 다 소개할 수는 없었겠지만 몇 컷의 사진만으로도 헬싱키를 미리 접해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 이곳에서 탄생된 브랜드, 그들이 주는 이미지를 어떻게 소개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의 답이 첫 페이지에 실려 있는듯한 느낌을 받아서였다.

 

이제 북유럽 패턴, 디자인이라고 하면 막연히 떠올려지던 심플함 대신 '카우니스테' 디자인들이 떠올려질 것 같다.  죽기전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대륙, 북유럽. 그 일순위에 한치의 고민없이 '핀란드'를 올려놓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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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권은순 지음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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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잡지 에디터들이 낸 책을 자주 읽고 있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아마 그녀들의 감각이 내 무언가를 자극하고 있는 계절인가보다 라고 피식 웃음 짓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역시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가 출판한 책이다. 저자 권은순 스타일리스트는 20대를 '제일모직'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고 30대에는 '전망좋은방'을 론칭했으며  '소호 앤 노호','까사스쿨'을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현재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녀가 함께 한 브랜드들은 귀에 익숙한 네이밍들이라 놀랍기만 하다.  한 사람이 다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하니 부러움은 두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요리가 중심이 되고 '쿡방'이 인기를 끌더니 그 여새를 몰아 인테리어로 옮겨진 관심은 '셀프 인테리어 방송'을 양상해 냈다. 덩달아 셀프 인테리어북들도 주목받고 있다. 세상에 고수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딱히 튀는 취향은 아니지만 내 취향이다라고 고수할만큼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감각을 길러오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역시 글로 보는 것 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자극적이다. 글로만 본다면 18년의 결혼기간 동안 2년은 남편과 단둘이 신혼생활을, 8년은 시댁에서 3대가 함께, 그 후 세식구로 독립해 살다가 이젠 처음처럼 남편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는(아이는 유학) 그녀의 지난 삶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아궁이나 동치미에 종종 등장하는 대한민국 여자로서의 삶 속에 속해 있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진은 달랐다. 가족 모두가 공유하는 거실부터 두 눈이 돌아가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그 어떤 인테리어 잡지나 갤러리에서도 나는 이런 거실을 본 적이 없었다. 의자 하나도 독특했으며 바닥에 깔린 카펫, 커튼의 배치, 벽면의 색상..어느 것 하나 독립적이면서도 하모니적이지 않은 소품이 없었다. 단순히 클래식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멋진 공간이었다.

 

인테리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조명에 주목한다. 얼마전 한 프로그램에서 근사한 조명을 해외 출장갈 때마다 사 모았다던 스타일리스트의 집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신경쓴 인테리어 홈은 조명부터 남달랐다. 늘 그랬다.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역시 그러했다. 샹들리에부터 헤드 브래킷까지...

 

조명, 파티션, 식기, 암체어, 플라워 데코, 수납에 이르기까지 주거 공간을 안락하면서도 멋지게 꾸미는 팁은 끝이 없었다. 전문가적인 충고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여러 호텔, 잡지와 방송 사이트들을 알려주며 안목높이기를 추천하고 있었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 먹고 쉬는 공간이 아닌 멋져서 소개하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 싶어진다. 누군가의 말처럼 얼른 덮고 내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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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기시미 이치로 지음, 장은주 옮김, 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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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책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관련 서적들이 서점가에 즐비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는 친한 친구마저 '아들러 심리학' 서적에 심취하더니 만나면 그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대화 소재로 꺼내는 것을 보고 인기가 있긴 있구나! 했더랬다. 하지만 딱히 아들러 심리학에 끌리지 않아 책 한 두 권을 본 것이 전부라 심오한 그 내용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한 일본인이 쓴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을 펼쳤더니 다시 아들러 심리학이 언급되고 있었다. 저자는 <미움받을 용기>로 일본과 한국에 '아들러 열풍'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었던 것!!! 그는 왜 그 많은 심리학자의 이론 가운데 아들러에 주목했던 것일까.

 

 

 

뒤늦게, 그것도 가까운 일본의 학자가 쓴 책을 보면서 아들러 심리학의 매력이 궁금해졌다.

'나만 힘들다','왜 내게만 불운이 닥쳐오나'라고 절망에 빠진 사람은 불행하게도 이 책을 읽을 만한 여력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한탄할 시간은 있어도 책을 읽고 스스로 극복할 의지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극복의 의지가 있는 이는 남에게 '징징(?)'댈 시간에 스스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그리고 곧 다시 긍정적인 마인드로 삶을 회복한다. 겪어본 바에 의하면 스스로 불운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적어도 50%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 자신의 상황을 반전시켜주길 기대하면서 그 기분을 들어줄 감정적 노예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쉬운 방법을 택한 그들의 공통점은 주변에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것. 그런 사람들을 작년에 몸소 겪으면서 얻어낸 결론이었다.

 

 

 

p32 이런 행동을 거듭하면 주위에 정말 아무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괴로움을 호소하는 당사자는 정작 자신의 괴로움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며 불평한다

 

 

 

딱 이러했다. 책에서 말하는대로. 아들러 심리학이 좀 더 과학적인 시도에 가깝다고 느꼈던 것은 '원인'이 아닌 '목적'을 찾는다는 점이며 과거의 체험과 상관없이 앞으로의 삶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해 결정되어진다는 것이었다. 플라톤이 <메논>을 통해 언급한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어느 누구도 악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모든 사람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명제는 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쫓다가 이 두 명제를 상실한 사람에게도 '모.든.사.람.은..."이라는 명제를 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1부 왜 작은 것 하나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가를 읽으면서 찬찬히 생각해본다. 1부의 내용들은 '나'에게 적용하기 보다 '내가 만나본 타인'에게 적용시켜보기 좋은 내용들이었으므로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이웃하며 살아야 서로 행복한 삶을 교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게 만들어주는 글이었으므로.

 

반면 2부 내 안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들은 '현재의 나'보다는 '과거의 나'에 해당하는 이론들이었는데 '남들은 나에게 그렇게 관심 없다','껍데기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그럼에도, 혼자서 살아갈 순 없다','죽음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20대 한참 일에 몰두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서 일할 때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고민들이어서 놀라웠다. 주목받고자하는 신경증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온 적은 없으나(그 반대였다. 나서는 것보다는 서포트하는 쪽이 훨씬 맘 편했는데도 불구하고 종종 리더가 되어 일해야하는 순간도 있었으나 그 당시에도 주목받는 것은 참으로 불편했다. 성격상) 타인의 시선을 예민하게 받아들여 불편했던 시기도 있었고, 남을 깔고 앉아야만 행복해지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그 팀의 팀원들을 위해 해 줄 일이 없을까 라는 오지랖을 펼치며 일을 더 만들어하던 시기도 있었다.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며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순진하게 타인을 '적'보다는 '친구'로만 해석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로인해 결과적으로  20대의 인간관계는 좌충우돌 시기일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모두 설명되어지는 것을 보고 왜 진작 이 책을 읽지 않았나 후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3부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은 내일부터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그 답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내가 선택한 삶이라면 타인의 기대를 채우기 보다 내 삶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모든 사람과 사이가 좋을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나니 오늘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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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행복 레시피 - 프랑스 요리사 로베르가 차려주는 행복한 부엌 이야기
로베르 아르보 지음, 조동섭 옮김 / 나비장책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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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이라고 하기엔 서양의 느낌도 흠뻑 스며들어 있고, 그렇다고 서양적이라고 하기엔 동양적인 것과의 콜라보(?)가 꽤나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도시 홍콩에서 반쪽을 만나 예술의 도시 뉴욕으로 건너간 로베르 아르보는 '프랑스인 요리사'로 살고 있는 독특한 남자였다.

 

 

소호 거리에서 정통 프랑스식 카페 '르 가맹'을 연 그가 베트남계 미국인 디자이너 탕과 아들 루이, 앙리와 함께 살면서 알려주는 행복을 듬뿍 친 레시피 50가지 속에는 맛있는 하루가 들어 있었다.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되어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가장 편안한 하루,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단순한 생활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충고는 복잡하게 얽혀사는 우리에게 현명한 충고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트렌드가 되어 버린 '웰빙'보다 그가 권하는 '주아 드 비브르(삶의 기쁨)'라는 프랑스어가 훨씬 가까이 와닿는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것들을 보고 선택하고 싶다. 세상은 넓고 아직 나는 대한민국조차 다 보지 못한 우물안 개구리로 살고 있다. 그래서 시판 우유의 유지방 비율이 미국은 4퍼센트, 프랑스는 3.6퍼센트, 한국은 3.4퍼센트라는 것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네슬레'나 '허시'처럼 프랑스에도 '벤코'와 '풀랭'이라는 유명한 초콜릿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 또한 금시초문.

 

아쉬운 것은 이 멋진 프랑스 레시피들이 그저 글로만 적혀 있다는 거다. 최소한 사진이나 그림으로라도 보여졌다면 그 맛을 상상하며 눈에 담아둘 수 있었을 것을....그 점이 제일 아쉽다.

 

카페 이름조차 '르 가맹(개구쟁이)' 로 정한 그는 자신이 쓴 책이 누군가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책은 내게 요리보다는 프랑스에 대한 궁금증을 더 자극하고 있다. 몇 년 안에 프랑스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베프를 따라 훌쩍 프랑스 여행길에 올라볼까. 그러면 적어도 그가 책에서 소개한 요리들을 머릿 속이 아닌 입과 손으로 맛 볼 수 있을테니,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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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차례가 온다면
세스 고딘 지음, 신동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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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을 다 이해하긴 어렵다. 그래서 소변기조차 예술의 범위에 넣었던 마르셀 뒤샹의 작품에 오른손을 번쩍 들어줄 순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넓혀놓은 생각의 폭은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두와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배운 대로만 그리는 화가(예술가)처럼 살지 않았던 것. 쉬운 길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었던 그의 행보는 갈채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능성을 꿈꾸고 살기 위해서는 배짱이 두둑해야 하나보다.

 

인물이나 역사를 두고 남다른 해석,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비틀어보기가 언제부턴가 당연시 되고 있는데 이는 반복적이고 똑같은 것에 대한 지겨움이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늘 옳아야한다는 것, 어른스럽게 굴어야한다는 것, (여성의 경우) 여자다워야한다는 것에 대한 벗어던짐도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되어진다. 길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살아온만큼만 뒤돌아봐도 인생에 있어서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없었다. 이럴수도 있었고 저럴 수도 있었는데 그 중 내가 선택한 길은 이것이었을 뿐-.

 

69페이지 내용은 그래서 100%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늘 준비돼 있지 않다 그랬다. 20살이 되면 어른이 될 거라는 착각. 10대의 생각일 뿐이었다. 30대가 넘으면 여유로워질 것이라는 착각. 20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환상이었을 뿐. 40대, 50대라면 30대에 이르른 모두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내 집, 멋진 차, 안정된 연봉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현실적으로 충분히 체감하고 지나쳤을 것이므로. 하지만 누군가처럼 이 말이 자기합리화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나는 이 나이를 살아보는 것이 처음이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설플 수 밖에 없다. 어른스럽지 않아도 된다. 당연하다 면서 주변인들을 괴롭히는 선택을 해서는 곤란하다는 거다. 이는 책에서 누누이 말한 것과 같이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므로.

 

<보랏빛 소가 온다>이후 알게 된 세스 고딘이라는 작가가 전하는 통찰은 책 한권을 넘어선다. 가장 짧게 하지만 가장 긴 여운을 남기는 멘토인 동시에 독자를 자기합리화 속에서 가장 빠르게 건져올리는 강연자일 것이다. <지금 당신의 차례가 온다면>을 읽으면서 가장 내것화 하기 좋았던 충고는 192페이지였는데, 그 목차는 책 상앞에 붙여놓고 당장 오늘부터의 삶을 조율하기 적당한 충고들이었다.

 

인정하라

비난을 감수하라

듣지 마라

완벽하려 애쓰지 마라

아이디어를 훔쳐가

내보내라

조용히 바꿔나가라

비관주의자를 피하라

다리를 불태우지 말고 다리를 놓아라

 

꼭 조직내의 일원으로 일하지 않아도 이 충고들은 어느 상황의 누구에게나 유용한 팁이 된다. 내게 그러했던 것처럼.

지긋지긋했던 2014년과 2015년 사이 나는 4가지 의무 중 3가지 의무를 가벼이 여긴 사람들 때문에 골치를 앓아야했다. 사회적 의무/법적 의무/도덕적 의무 를 져버린 사람들과 연결이 되어 있어 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법적인 투쟁 혹은 분쟁앓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2016년, 희망찬 새해에는 남아있는 예술적 의무에 충만한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열심히 두 발로 뛰고 있다. 오늘도 열심히! 그래서 세스 고딘의 책은 오늘의 내게 용기를 전하는 내용으로 남았으며 좋은 선택에 대한 해답으로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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