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쉽게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 발목
잡힌 것도 아니면서 몇 년째 여권에 거미줄이 걸려 있다. 5월, 대마도는 한 번 건너갔다올 수 있겠지!! 했는데 티케팅까지 해 놓고 막상
2~3일을 두고 떠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아쉽게도-.
그래도 올해는 넘기지 않고 꼭 일본 온천 여행 한번 다녀오리라 맘 먹고
있어서 어디가 좋을까? 살펴보고 있었는데, 마침 <일본온천여행>이라는 책을 발견하곤 이 책을 바탕으로
여행가볼만한 료칸, 온천 지역을 한 두 군데 찜해놓자 싶어 펼쳐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고 책이 알차게 구성되어져 있어
도저히 한 두군데만 찜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내용이 방대해서 대체 저자가 몇 명이야? 감탄하며 책 읽기 전에
페이지를 뒤적뒤적해 보았더니 세 명의 이름이 보인다. '박성희','이윤정', '이정선' 작가가 소개하는 프라이빗한 료칸들은 산속 깊숙이 위치한
곳도 있었고 천 년의 역사가 스민 지역도 있었으며,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 감동을 전하는 곳은 물론 치유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곳들도 있어 목적에
따라 골라 갈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적이었다.
사실 어릴적 '온천'이라고 하면 할머니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 성인이 되어 마주한 '온천여행'은 관광지 내지는 힐링투어적 의미가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목욕문화가 낯선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목욕/온천이 빠지지 않는다고 해도 아주 똑같지는 않았다. '씻는다'는 개념의 우리와 달리
'담근다'는 의미로 온천을 찾는 일본의 경우는 입욕 전 가볍게 비누칠을 하고 탕에서는 10분 내외만 머물다가 다시 탕에 들어가는 담금질(?)을
한다는 것이 이색적이게 느껴졌다.
사실 온천여행을 처음 계획할 때는 홀로 떠나려고
했었다. 당시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브런치를 먹고 홀로 카페에서 책 한 권과 시간을 보내고 홀로 해외 자유여행을 즐기고 있던 시절이라
료칸여행도 혼자 훌쩍 다녀올까? 했다가.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던 동창과 함께 유후인을 다녀오려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친구만 떠나고 나는
한국에 남게 되어 '저주 받았다'라고 웃으며 말하곤 했는데, 정말 저주가 내렸는지 료칸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일이 생겨 발이 묶이고 말았다.
그래서 홀로 떠날지 누군가와 함께
떠날지부터 염두에 두고 골라야할 것 같은 온천 여행은 살펴보면 좋아하는 온천의 종류나 온도, 선호하는 분위기도 다
달라서 취향에 따라 골라야하는 까다로움이 있었다. 단순하게 경비, 시설만 보고 고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
쉽게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칠뻔 했다. 하마터면-. <일본온천여행>으로 꼼꼼하게 고르고 여행을 구체화 하면서 가고 싶은 곳을 다
고르기보다는 처음 갈 곳, 두 번째 방문으로 갈 곳, 세 번째 방문에 가 보고 싶은 곳....등의 순서로 세분화 했더니 욕심이 좀 걷히는
느낌이들었다.
일단 일본 온천 안내도를 펼쳐놓고 지역을
확인하면서 하코네 온천은 간토지역이고 도고 온천은 시고쿠지역, 유후인과 벳푸는 규슈지역이라 절대 묶어서 여행할 수 없음에 한탄하기도 했고 누워서
입욕할 수 있는 '네유'/ 암반욕을 뜻하는 '간반요쿠' / 온천수에 손을 담글 수 있는 '데유'
등의 온천 용어를 익히면서는 매니아가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료칸에
대해 전혀 몰라도 이 책 한 권이면 역사와 사용법, 그 순서, 유카타 입는 법까지
상세하게 익힐 수 있어서 안심이 될 듯 하다. 단순히 풍광이 좋은 료칸에 매료되었다가 그 역사를 읽어보고나니
그들이 일본의 비탕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감탄하게 되었고 그 곳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옛것은 낡은 것 그래서 허물어버려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지켜야하는 것, 전통으로 계승시켜야 하는 것으로 인식전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지기도 했고.
역사, 문화, 기후, 유명한
먹거리, 1박2일코스/2박 3일 코스의 추천 자유여행 코스, 온천별 매력요소, 주변 관광지, 그 외 꿀팁들을 단 한 권의 책으로 내것화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매력으로 다가오게 만든 <일본 온천 여행>은 단순히 일본의 대표 로망 온천 35곳이
소개되는 것을 너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알지 못했던 지역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깨알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홋카이도/도호쿠/간토와
신에쓰/주부/간사이/주고쿠와 시코쿠/규슈 의 온천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곳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던 '도고 온천' 으로, 무려
1894년에 지어졌다는 이 곳은 3층 규모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동시에 일본 최초의 국가 중요 문화재(온천 시설 중)로 지정된 유수의 온천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료칸여행!!
2016년에는 떠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 책, 떠나기 전까지 손때 묻혀가며 조금 더 꼼꼼히 살펴야겠다. 꼭 휴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