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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 혼자의 힘을 키우는 9가지 습관
와다 히데키 지음, 박선영 옮김 / 예문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이력이 특이했다. 분명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외로움을 기회로 만드는 9가지 방법>이 적힌 책이라고 들었는데 프로필을 읽어보니 저자는 1960년 생으로 정신신경과 조교수-교수를 거쳐 '와다 히데키 몸과 마음의 클리닉'원장인 동시에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한 사람이었다. 그의 영화가 2012년 모나코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이나 차지했다니...그를 감독으로 불러야할지 원장으로 불러야할지 순간 헷갈려서 '어떻게 하지?'라고 잠시 고민이 되었다.
어쨌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천재'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이라는 '고독'에 대해 언급하면서 혼자이지 않고서는 뛰어날 수 없다고 서두를 던지고 있었다. 그에게 외로움이란 잠재력인 동시에 실력의 기회였던 것!! 작년에 어느 누군가에게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 나 같은 거 있으나 마나 한 쓸모없는 존재인 걸...."이라는 우울한 고민을 듣고 위로해보려 무단히 애를 써보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으며 결국엔 그녀가 원한 것이 위로가 아니라 관심이었던 것을 깨닫고 그 관계를 정리했는데, 이런류의 인간이 많은지 저자는 내면 속에 자기의 존재가 확실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남들의 생각, 시선이 우선시 되는 삶이라....물론 100% 무시될 순 없겠지만 그로 인해 좌지우지된다면 그의 삶은 자신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부터 심도있게 고민해보아야할 것이다.
혼자 어떻게 영화를 보고 밥을 먹어......???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글쎄....바쁠 때는 바빠서, 한가로울 때는 평일 시간이 많이 남아서....원래부터 친구들과 시간이 잘 맞질 않았다. 게다가 친한 친구 몇몇이 외국으로 나가고 나서는 더더욱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그냥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혼자 티켓팅을 하고 맛집을 즐기는 취미도 홀로 즐기고 책 한 권 들고 나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오던 습관이 배여서인지 '혼자'라는 것이 쓸쓸함이 아닌 여윳시간처럼 느껴졌다. 내 경우엔.
혼자여서 외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혼자의 시간도 함께 하는 시간도 내겐 나름의 즐거움이 있어 힘들지 않았지만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는 순간 역으로 질문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혼자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그래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p31 나는 내 인생을 살고 남들은 그들 자신의 인생을 살면 그만 이라는 문장의 위로를 받으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문장을 청소년기에 어느 책에서 본 일이 있는데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였지만 책에서 발견했던 한 문장은 인생의 출사표처럼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었고 약하게든 강하게든 걸린다는 우울증의 마수에서 벗어나 신나게 달리며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저자의 말처럼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법이므로.
흔히 듣는 표현처럼 '꼰대'처럼 굴지 않아 좋다고 말하면 저자에게 실례가 될까. 정신과 의사인 그가 전문용어를 들먹이지 않아 편했고 소위말하는 꼰대처럼 말하지 않아 문장을 대하면서도 설레었다. 게다가 그의 충고들은 하나같이 신선했다. 기성세대와 정반대로 말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존재했다. "남들처럼 산다고 삶이 더 편해지지 않는다"(p42) 간혹 소외되고 싶지 않아서, 튀고 싶지 않아서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기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감수해야하는 것도 선택한 자신이 된다. 그런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지 않아서 20대가 되어 처음 한 일은 여러 지역의 대학교 1학년들을 만나고 다닌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설픈 인터뷰였지만 그들의 생각, 선택,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궁금했고 어느 누군가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더랬다. 별나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서 힘든지 모르고 다녔다. 그 길을 바탕으로 줄곳 사람을 만나는 일을 업으로 하며 살지만 '함께보다 소중한 혼자인 시간'을 지키기 위해 연락과 문명의 편리함에서 살짝씩 벗어나 살기도 하고 책조차 내려놓고 조용한 탐문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나는 종종.
그래서 목차를 자가 체크를 해 본다. 챕터 1~5까지는 무난히 지나온 듯 했다. 고비고비를 넘으며 현명하지 못했을 때는 책임을 지면서 배워나갔고 잘 대처했다 싶을 때면 인생에 있어 달콤한 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바로 이 곳에서 또 하루의 나이테를 보태고 있다. '사람의 그릇은 무엇으로 커지나'에 대한 대화를 누군가와 나누면서. 나이가 쌓인다고 다 어른은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충고를 팁처럼 던져주는 사람이 반드시 멘토일 수는 없는 것처럼.
좋은 문장들이 여럿 있었지만 내게 저자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라는 마음을 들게 만든 문장은 <<중요한 것은 자기다움을 찾아 그것을 잃지 않는 것이다>>(p244)라는 말이었다. 내가 나보다 더 먼저 산 세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구처럼 되어라~ 최선을 다해라~ 최고가 되어라~는 말보다 더 듣고 싶었던 말.
스무살 그 때 찾아 헤맸던 답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노란 알약처럼 내겐 마음의 예방주사로 남게 되었다.
읽고나서 달라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이 책!! 내 책장에 소장본으로 꽂혀 있다. 두고두고 인생에 있어 현명함이 요구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되거나 맘 상하는 일들이 생길 때 다시금 꺼내보리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