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벤트에 참여한 분들의 리뷰들을 보면서 두 권 다 살까? 한 권만 살까? 망설였다.<고양이님의 말씀대로>와 <우리집 늙은 고양이가 하는 말>의 서평들이 다 좋아서....그래서 결국 두 권 다 구매!!! 오자마자 뚝딱뚝딱 구경했다.
"그냥 고양이를 기르는 것 뿐인, 왜 이렇게 된 거야"
생각만큼 그림은 귀엽지 않았다. 아마 워낙 귀여운 캐릭터가 많은 동물이 '고양이'이고 보니, 왠만큼 귀엽지 않고서는 평범해 보이나보다. 집사로 살면서 고양이 관련 제품들은 쉬이 지나치질 못하게 되었는데 그림이든 물품이든 마음에 드는 디자인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들과 비교하자면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가의 그림은 평범했다. 내겐.
하지만 길이의 호흡이 짧았던 에피소드들은 집사라면 누구나 박수치며 공감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그냥 고양이를 기르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 된거야?"라는 저 멘트에 절대 공감하면서!!
때로는 사고쳐놓은 모습에, 때로는 애교돋는 모습에...저 멘트들을 나도 모르게 읊조리곤 했는데....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에 실린 에피소드 곳곳에 내 고양이들과의 추억이 묻어있었다. 특히 초보 집사여서 고생이 많았을 내 첫고양이 꽁꽁이와의 시행착오의 모습이 떠올려지는 페이지도 있었고 어느날 갑자기 가족이 된 마요마요랑 나랑곰을 따라다니면서 화장실 모래를 덮지 않았다고 훈육에 나선 꽁꽁이와 호랑이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방식이 고양이월드에서도 동일사항인가보다. 기존 냥이들이 새식구들에게 규칙을 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곤 했다.
함께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공감. <고양이님의 말씀대로>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런 내용들이었다. 보면서 '앗, 저러면 안되는데...'라고 소리치게 되는 걸 보면 집사내공이 꽤 쌓인 것일까. 고양이를 데려온 후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만큼 웃음도 함께 쌓이고 있었을 것이다. 이 가족에겐!! 분명-.
<고양이님의 말씀대로>는 일본번역서다. 그래서 읽는 방향도 다르고 목차도 세로순으로 쓰여져 있지만 읽는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으니 읽기를 주저할 까닭이 없겠다. 그림이 단순하고 이야기의 길이도 짧아 금새 읽을 수 있으니 이동 중 짬짬이 읽기에 적당하다!!!
독자의 입장에서 드라마 대본은 또 하나의 읽을거리임으로 반가울 수 밖에 없다.게다가 읽는 족족 영상이 그려지는 뛰어난 대본은 특히. 그런데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대본은 거기에 재미 하나를 더 더한다. '쎈 갈등, 허를 찌르는 반전, 인물에 대한 이해도'.
한글을 왜 반대하는가? 너무 쉬워서? 중국이 눈치 줄까봐? 자신들의 권력을 나눔하게 될까봐?예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들의 욕심은 그래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조선의 건국 기틀을 수립한 정도전의 후예들은 왜 모든 백성을 깨우칠 수 있는 글자를 막고자 했던 것일까. 원작소설에서는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에 촛점이 양분되어 그 고민의 시간이 짧았다면 드라마는 처음부터 화두처럼 던져두고 마지막회까지 함께 고민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가볍게 볼 수 없어 좋았던 드라마였다. 내게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는.
작가의 호기심은 팽팽하게 대적하는 두 인물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놓았다. 어린 시절 정기준과 마주하고 마음 속에 열등감을 키워온 이도는 40대의 왕이 될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극복하려 노력했고. 가문이 폭삭 망해버려 신분까지 숨겨야했던 정기준은 가진 것을 지키는 것이 최선인 삶을 살아왔다. 동갑내기 두 남자의 삶은 180도 달랐다. 이도의 사람들을 지지해야 마땅하겠지만 정기준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되어 대본을 읽으면서 그 누구의 편도 될 수 없었다.
역사물, 한글창제 스토리, 연쇄살인의 풀이가 다가 아니었다. 박상연 작가가 밝힌 것 처럼 <뿌리 깊은 나무>는 '세상을 느끼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으므로. 찾아보면 한글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영상화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게 된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게 최강 콤비작가의 필력까지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바람의 화원>을 만들었던 김태유 피디의 훌륭한 연출 역시 더해져 삼박자를 두루 갖출 수 있었고.
이런 드라마를 자료화면이 아닌 본방사수로 볼 수 있었던 것 역시 행운이었다. 2011년의 가을은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에 설레하며 tv채널을 고정했던 행복한 계절이었다. 요즘도 재미난 드라마들이 있다. 잘 만들어졌거나 색다른 재미를 주는 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뿌리 깊은 나무>처럼 웰메이드 드라마를 꼽으라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손가락으로 세어도 손가락이 남는다.
단순한 원작의 각색이 아닌 얼마나 치열하게 조사하고 고민하고 캐릭터를 입체화 시키면서 매회 치열하게 써내렸는지 궁금하다면 <뿌리 깊은 나무>_작가판 대본집 3권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서 여주인공 강민주가 말했다. "어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민주의 말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만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다.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공동집필한 <뿌리 깊은 나무>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책임지려는 성실한 인물들만 나오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그 무게감을 뿌리치며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다.
작가판 대본집 2권에는 9부부터 16부까지의 씬이 실려 있다. 겨우 12세의 어린 나이로 '기축초동요사'라는 사건을 일으킨 정기준, 신분을 바꿔 겸사복이 된 채윤, 어린 시절 행한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자 말문을 닫아버린 담이, 역사상 처음으로 성격 급하고 걸쭉하게 욕도 내뱉을 줄 아는 임금으로 그려진 세종대왕, 가장 놀라운 반전이었던 만능 백정 가리온, 간사한 재상 이신적, 한글 창제를 함께 한 궁녀들과 집현전 학자들 그 외 많은 인물들...단 한 줄로 끝나는 사람은 없었다. 인물에 대한 그간의 고찰의 시간이 얼마나 숙성되어있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특히 이도(세종)는 자신의 일을 즐기던 열정의 군주가 아니라 물 밑과 그 위의 모습이 다른 백조처럼 평온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지옥 속을 오가던 인물이었다.
위대해지지 않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님을 일깨워준 아버지천재가 되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사대부왕의 의무를 이행하는 정도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욕망을 가진 백성
그 어느때보다 태평성대라고 여겨지던 세종치하에서 정작 왕은 맘편히 지낼 수 없었다니.....!!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던 그에 대한 부러움이 싹 걷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겠다.
사진이 첨부된 작가들이 꼽은 명장면 베스트 7을 보면서는 잠시 드라마를 떠올려보기도 했고 그 분위기와 배우들의 대사들과 매칭시켜 보기도 했다. 지금 다시 읽어도 이렇게 좋다. 이 대본.
다만 멋진 원작, 아름다운 대본이긴 하지만 그 옛날 김영현 작가가 썼던 <대장금>과 비교하자면 역시 <대장금>쪽이 훨씬 재미있다. <뿌리 깊은 나무>쪽이 훨씬 뒤에 쓰여진 대본이라 더 잘 계산되어졌고 매끄럽게 쓰여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대장금>의 대본은 역대 최고이므로. <프라하의 연인>이 재미있게 술술 읽혀지는 쪽이었다면 <대장금>은 그 방대한 두께를 잊게 만들면서 무섭게 몰입하여 읽게 만든 대본이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며칠이 훌쩍 지나있었고 추후 케이블에서 재방송 될때 맞추어 대본을 꺼내들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이런 것이라는 걸 알려준 첫번째 드라마이기도 했으므로.
본방사수하고 있는 <w>의 대본이 공개된 오늘, 그 대본을 다운 받아두면서 다시 <뿌리 깊은 나무>를 꺼내 든 것은 감동을 이어나가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3권까지 마저 읽고 <w>의 대본 읽기를 시작하려한다. 분명 너무 재미있을테니 연휴 내내 옆구리에 끼고 반복 읽기를 해야지!!!
<w> 대본을 다 읽고나면 <뿌리 깊은 나무>를 다시 꺼내 읽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너무 좋은 사람은 자주 만나고 싶어지듯 글도 그러하므로. 자꾸 펼쳐보고 싶다. <뿌리 깊은 나무>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너덜너덜해진 <대장금>도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리라!!!
스토리가 좋은 소설을 발견하면 '영상으로 옮기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부터든다. 어쩔 수가 없다. <뿌리 깊은 나무>를 읽으면서 영화? 연극? 드라마? 어느 쪽으로 각색되면 더 멋진 장면을 뽑을 수 있을까? 머릿 속으로 그려보며 참 행복했었다. 그만큼 멋지고 좋은 소설이었다. 이후 드라마 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대본 집필을 <대장금>의 이영현 작가가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 설레며 기대했었는데 오매불망 기다렸던 드라마는 완전 대박이었다.
물론 <대장금>,<선덕여왕>을 시청할 때와는 달랐다. 어떻게 될까? 하고 궁금증이 앞섰던 두 드라마와 달리 원작소설을 미리 읽어둔 탓에 스토리 라인은 이미 줄줄 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궁금해졌다. 이 드라마는.....!
예전에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집필한 김도우 작가가 인물들의 인생 이력서 같은 소갯글을 써 놓은 걸 읽은 적이 있었는데 <뿌리 깊은 나무>의 대본집에서도 이와 비슷한 부분들이 등장한다. 1권의 398페이지부터. 작가판 시놉시스라고 붙여진 스페셜 페이지 속에는 '기획의도','제작 방향','배경 노트'등이 수록되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조선은 이미 지나간 역사다. 최근 <밀정>이라는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나간 역사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호기심을 갖는 것. 역사, 사람, 사건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그저 묵묵히 탐구하고 지켜보는 건 어떨까 싶어졌다. 마치 미술관에 걸린 좋은 그림을 감상하듯. 그 앞에 조용히 서서.
조선 초, 새로 세워진 나라로 인해 혼란의 시기와 배반의 시절을 겪는 속에서도 사람들이 놓치 않았을 꿈. 매일매일의 삶을 먼저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대왕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게 된 이유', '왕의 글자창제를 반대한 세력의 고뇌' 를 각각의 입장에서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뿌리 깊은 나무> 이전의 사극 속에서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입체적이지 못했다. 적어도 내겐. 그랬던 사람인데 한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 그가 준비한 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들이었는지 사후에도 밀본이라는 조직으로 이어진 그의 정신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감탄하게 만든다. 조선의 어느 누구도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p397)라고 표현되어질만큼인 사내라면 그는 왜 역사 속 한 인물로만 그려졌던 것일까. 그동안은......!
1권의 스토리는 심온 대감의 노비였던 채윤(똘복)이 세종대왕인 이도를 죽이려하는 계획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63씬에서 이도가 내뱉은 "넌 너의 길을 계속 가거라"는 대사의 무게는 너무도 무거워서 그 묵직함에 가슴이 떨려 왔다. 다시 드라마를 복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말았다. 조만간 대본집을 펼쳐놓고 드라마를 처음부터 다시 연결해서 보아야겠다. 너무너무 설레는 순간이다.
30년전의 사건, 봉인해제!!!
'니시도쿄 생명의 전화'를 받고 있던 상담원 누마타 야에에게 이상한 전화가 한 통 연결되었다. 보통은 가슴속에 차올라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위해 전화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반해 이번 전화는 달랐던 것. 물론 모든 통화의 결과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죽음을 막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전화는 처음부터 묵음상태였다. 완전한 침묵. 그리고 이어진 노랫가락 하나.
'다~레마가 죽~였다...'(p15)
목덜미 털이 곤두설만큼 동요된 상태였지만 차근차근 자살 위험도를 판단하기 위해 탐문을 시작한 야에는 자살을 준비중이던 남자가 30년전 함께 놀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음을 파악하게 된다. 월요일부터 한 명씩, 다섯 명에게 걸었고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목을 매겠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과정으로 전화를 돌리고 있었던 것. 대체 무엇때문에 그는 30년 전의 동창들을 그의 자살 서바이벌에 불러 들이게 된 것일까.
15년 넘게 근무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던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부채, 연이은 불행으로 그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고 오랜 친구들에게 차례차례 전화를 걸면서 다들 잘 살고 있는 것과 달리 자신에게만 삶이 가혹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알아버렸던 것. 어차피 죽으려고 했다면 타인의 삶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상관없어야하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남자의 망설임이 느껴졌으나 그는 사라졌다.
애초에 야에가 전화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된 것은 남편의 자살 때문이었다. 둘 사이의 아이를 잃고 나서 그녀는 홀로 남겨졌다. 그 남편의 고향이 바로 남자가 나고자란 곳이기도 하다면....이 인연은 악연일까? 우연일까? 남자가 목을 매달겠다고 했던 장소로 가 보았으나 시체는 없었고 스산한 기운만이 가득했다. 겨우 그의 이름이 다몬 에이스케인 것을 알아내고는 그와 통화 했던 친구들을 수소문하던 중 한 친구가 꽤 유명한 소설가인 고이치라는 것이 밝혀졌고 그는 직업상 예리한 감각을 발휘해 30여전 친구들과 자살하겠다는 말을 던져둔채 사라진 다몬 에이스케를 찾아나섰다.
기억속 동창은 여섯. 하지만 키워드는 그의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일곱 명째 아이의 존재가 끌어올려졌을 때 봉인해제 되었고 그동안 막혀 있던 그 시절, 그 사건을 다시 파헤쳐볼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30년이란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소년 연쇄유괴사건의 범인이 현직 경시청 경부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결국 범인이 소년의 어머니였고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다시 소설을 처음부터 읽는다면 애초에 모든 판은 펼쳐진 채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일곱명의 술래잡기>는 무서움보다는 참 슬픈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