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이 운명이다 - 좋은 운명을 끌어당기는 공간과 풍수 ㅣ 좋은 운을 부르는 천지인 天地人 시리즈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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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신과 풍수는 구분 되어져야 한다. 막무가내로 맹신해서도 곤란하지만 100% 무시하고 살기엔 찝찝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터]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관심이 약간 생긴 '풍수'는 동서양의 현대 인테리어 안에서도 살짝씩 엿보이고 있어 매거진에서 '인테리어-풍수'라는 단어가 보이면 지나치지 못하고 읽곤 했다. <<사는 곳이 운명이다>> 라는 제목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책은 어려운 부분도 몇 페이지 있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었으며 지금 우리집의 상태를 점검해보기 좋은 지표북이었다.



특히 현관을 깨끗하게 치워두라는 정도의 충고만 봐왔던 내게 신발장은 붙박이형으로, 매트의 색상은 밝지 않게, 신발장 내부는 수시로 정리해서 정갈하게 유지할 것 등의 구체적인 충고는 실천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고 다행스럽게도 바로 실행할 수 있을만큼 간단했다.

 

 주역에는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음양을 낳고,
음양은 사상을 낳았으며, 사상은 8괘를 낳았다

 

하지만 이제껏 알아왔던 정보와 달랐던 대목에서는 어느 쪽을 믿어야할지 헷갈리기도 했는데, 가령 "머리를 북쪽으로 두면 안된다. 죽은 사람들이 머리를 북쪽으로 둔다"라고 어른들에게 들어왔던 것과 달리 저자는 "머리는 북쪽으로 두고 자라. 서쪽으로 두고자면 안된다"라고 충고하고 있었다. 북쪽이 맞는 것일까? 서쪽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 쪽에나 두고 자도 상관없는 것일까. 어쨌든 북쪽과 서쪽 둘 다 약간씩 찝찝한 기분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싹 무시할 수도 없는 건 실제로 집 터와 맞지 않아서 건강이 나빠진 경험이 있었다. 땅이 인간 생활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 말은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사는 시대에 안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병을 얻게 되는 집, 재물이 줄줄 새는 집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목인 '사는 곳이 운명이다'는 말이 참 무섭게 느껴졌다. 가격/인테리어/역세권인지만 확인하고 정작 중요한 기본 체크는 안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반성해보면서.



좋은 집,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집, 금전이 붙는 집...누구나 그런 바램은 갖고 있을 터. 한 권만 읽었다고 집을 보는 눈이 좋아졌을리 만무하다. 이 한 권을 시작으로 좀 더 관심을 열어두고 '좋은 자리'에 관한 책들을 탐독해 보려고 한다.

 

 인생은 왜 이리 선택해야하는 것들이 많은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배움을 게을리 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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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 본격! 운전툰 ㅣ 스노우캣 시리즈 (미메시스)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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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보면 "저런 사람에게도 면허가 발급되었구나" 한숨 쉬게 만드는 사람들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짧은 거리를 달리는동안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 넘어가면 덩달아 내 혈압도 상승하고 만다. "초보운전"이라고 붙여놓고 천천히 가는 사람보다는 미친듯이 곡예 플레이를 하거나 사람이 건너가야할 10차선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황당하게 차가 건너간다거나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하는 차와 마주칠 때는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도심 한 복판에서 과속 후진을 그것도 거리 하나를 통째로 후진운전을 하는 사람을 건너 차선에서 보면서는 신고하고 싶었을 정도다. (운전 중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내게 이런 일들을 들으면서 "야, 너한테만 그런 일들이 자주 발견되냐?"며 웃었던 친구가 어느 날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차량을 보고 "정말 있는 일이었구나"라며 믿어준 일은 사실 기쁜 일이 아니었다. 이후 친구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라도 다 믿어주게 되었지만.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를 펼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이 떠올려졌다. "본격! 운전툰"이라는 부제 아래 장롱 면허를 꺼낸 스노우 캣의 초보운전기가 펼쳐지는 내용과는 상관없는 추억들이었는데도 '운전'이라는 단어 때문에 운전하면서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나보다.

관심이 없고 필요치 않아 남들보다 면허를 늦게 땄던 내겐 '스노우캣'과 같은 에피소드들은 없었다. 오히려 요즘 더 조심해서 운전하고 있다. "방어운전"이 최선이라고 믿고 살면서. 아무리 내가 신호를 지키고 속도를 지키면서 가도 음주운전, 무대포 운전, 과속운전자를 만나 들이 받히면 사고가 되는 거니까. 모르고 와이퍼를 켜고 초보운전 스티커 하나를 골라도 마음에 드는 글자체를 찾는 스노우캣은 조심스러움이 많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약간 소심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스노우캣 시리즈를 봐 왔는데도 이번 편을 읽으면서는 이전의 스노우캣은 싹 다 잊혀진 채 오롯이 이 책 속의 스노우 캣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주차 걱정에 운전 동선도 미리짰던 스노우 캣이 주차달인이 되어가고 질주본능을 민끽하며 자유로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어땠을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여유, 교훈을 그는 애마 '귀염둥이'를 몰고나오며 입으로 외치는 모습이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반성. 나는 어제의 운전을 되짚어본 적이 있던가. 단 한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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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 거예요
강한나 지음 / 니들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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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을 여행다녀온 사람들의 책은 많다. 그곳에서 생활하다 온 사람의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NHK의 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며 카도카와 단카상을 연속 수상한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 생활 7년 차의 강한나처럼 특별하진 않았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으로 스카우트 되어 방송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이 경험한 일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책의 첫장을 펼치면 제목 아래 '글, 사진 그리고 시'를 모두 저자가 찍고 쓴 것으로 되어 있다. 보통 글이나 그림 혹은 글과 사진 모두를 쓰는 사람은 있어도 '시'? 생소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일본 사회의 시스템을 생활자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점은 색달랐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은 그들이 침략의 역사 안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을 부인한다는 건 다소 아이러니하게 다가오지만. 친절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그들이 한국땅 독도를 욕심내는 것부터 그만두어 주었으면 좋겠다 싶지만.

<<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거에요>>는 정치색을 띤 책이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로 했다. 머릿 속 복잡했던 상념들은 싹 다 밀어버린 채. 언어나 문화가 다른 생활권에서 전문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혼자 감내해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긴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비록 새 친구들이 생기고 고정 직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의 화려함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매우 담담하게 쓰여진 내용들은 잘난척이나 젠척 하는 부분이 없어서 좋았고 서점나들이를 즐기면서 마라톤에도 참가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건강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단카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할 수 없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그 대목은 선뜻 다가오질 않았다. 하지만 도전과 노력 그리고 그 결실만큼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수고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보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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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pak8@gmail 2026-09-2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서평은 짧지만, <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 거예요>를 읽은 한 독자가 무엇을 매력으로 느꼈는지를 꽤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작품 자체에 대한 평론이라기보다는 “읽고 난 뒤의 호감과 인상”을 기록한 독후감에 더 가깝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강한나를 단순한 ‘일본 여행 작가’로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평자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면서 일본에서 방송 활동을 하는 사람이 경험한 일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얼마나 다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관광객이 보는 일본이 아니라 생활자가 보는 일본이라는 점을 잘 포착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생활권을 만들어가는 어려움,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일을 하면서도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에 주목한 것도 적절합니다.

또 하나 좋은 관찰은 ‘연예인’이라는 외형적 이미지와 책 속 강한나의 일상을 대비시킨 부분입니다. 서평자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의 화려함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상”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앞서 이 책을 ‘일본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나를 기록한 책’이라고 평가한 것과 상당히 통합니다. 서점에 다니고, 마라톤에 참여하고, 일을 하고, 단가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특별한 성공담보다는 생활의 지속성을 읽어낸 것도 이 서평의 장점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단가를 강조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정확한 독해였습니다. 2018년 이 서평이 쓰일 때는 강한나가 아직 첫 단가집 <まだまだです>를 내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서평자는 이미 “단카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할 수 없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그 대목은 선뜻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도전과 노력 그리고 그 결실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그의 이후 경력을 알고 다시 읽으면 이 대목이 더욱 흥미롭습니다. 당시 독자에게는 책의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였던 ‘단가 쓰기’가 이후 강한나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정체성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서평에서 가장 걸리는 부분도 분명합니다. 일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라”고 교육받으면서도 “집 밖의 역사 안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을 부인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문장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사회의 일상 윤리와 전쟁·식민지 역사에 대한 기억의 문제 사이에 긴장이 있다는 질문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서평 안에서는 그 문제를 너무 크게 일반화합니다. ‘일본인들이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과 ‘일본인들이 역사를 부인한다’는 두 명제를 거의 하나의 국민적 성격처럼 연결하지만, 누구를 가리키는지, 강한나의 책에서 실제로 어떤 사례가 제시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바로 뒤에서 “정치색을 띤 책이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역사 문제를 제기했다가 곧 철회하는 느낌이 납니다.

이 부분은 오히려 강한나의 책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서평자는 일본을 생각하다가 ‘일본인의 역사인식’이라는 집단적 문제로 올라갑니다. 반면 강한나는 점차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일본인’이라는 집단에서 출발했다가 구체적인 사람, 친구, 동료, 노인, 가게 주인으로 내려갑니다.

그 차이는 강한나가 나중에 쓴 단가,

일본과 한국
어느 쪽이 좋으냐고
물어오는 당신에게
나는 대답한다.
“나는 당신이 좋아요.”

와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강한나가 한일 간 역사문제를 부정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방식은 국가와 국민이라는 거대한 범주만으로 사람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 서평의 역사 관련 한 문장은 강한나의 작품세계와 약간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움은 서평자가 “잘난 척이나 젠체하는 부분이 없어 좋았다”고 평가한 데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독자로서 충분히 가능한 감상이지만, 강한나의 문체가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한 걸음 더 분석했더라면 훨씬 좋은 서평이 되었을 것입니다.

강한나의 산문에는 자신을 크게 주장하기보다 작은 경험을 짧게 제시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훗날 그가 단가를 ‘빼기의 문학’이라고 설명하는 태도와도 닿아 있습니다. 즉 ‘겸손해 보인다’는 성격 평가보다 ‘설명을 줄이고 작은 장면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문체’라고 분석했더라면 문학적 평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머릿속 복잡했던 상념들을 싹 다 밀어버린 채 가볍게 읽기로 했다”는 문장도 이 서평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이 독자에게 이 책은 일본을 깊이 연구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잠시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생활을 따라가는 책이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의 실제 독서 경험을 상당히 잘 보여줍니다. 다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본사회의 구조나 한일관계에 대한 저자의 인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서평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마지막의 “수고 싶다.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응원을 보태면서”라는 태도입니다. 서평자는 강한나의 사상에 동의했다기보다 그의 삶의 과정을 응원합니다. 낯선 나라에서 언어를 배우고, 방송 일을 하고, 친구를 만들고, 외로움을 견디고, 마라톤을 뛰고, 마침내 일본의 전통 정형시인 단가에 도전하는 과정을 하나의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은 것입니다.

결국 이 글은 좋은 ‘독후감’이지만 충분한 ‘서평’은 아닙니다. 책의 장점인 생활자의 시선과 담담한 문체, 단가에 대한 도전을 정확히 느꼈다는 점은 좋습니다. 반면 일본사회와 역사 문제를 너무 쉽게 국민성 차원으로 확대하는 부분, 강한나의 일본관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지 않는 부분, 그리고 글·사진·단가가 어떻게 하나의 책을 구성하는지 살펴보지 않은 점은 한계입니다.

그런데 2018년에 쓰인 이 짧은 독후감을 지금 읽으면 뜻밖에 중요한 증언이 됩니다. 당시 일반 한국 독자의 눈에는 강한나가 아직 ‘일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 방송인’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강한나는 ‘일본어로 일본 전통시를 쓰는 한국인 가인(歌人)’입니다. 바로

Sejin 2026-09-2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2018년에 쓰인 이 짧은 독후감을 지금 읽으면 뜻밖에 중요한 증언이 됩니다. 당시 일반 한국 독자의 눈에는 강한나가 아직 ‘일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 방송인’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강한나는 ‘일본어로 일본 전통시를 쓰는 한국인 가인(歌人)’입니다. 바로 그 변화의 직전 모습을 이 서평이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Sejin 2026-09-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한나 ― 일본 단가(短歌)로 자기 목소리를 찾은 한국인 시인
강한나(姜ハンナ)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어로 단가(短歌)를 쓰는 시인이자 대학 교수, 사업가이다. 일본의 1,500년 전통 시형인 단가를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창작하면서 일본 문단의 주목을 받은 독특한 작가이다. 특히 외국인 단가 시인으로서 일본의 주요 단가상을 받은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단순히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시인”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언어·감성·문화 사이를 연결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강한나는 서울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에서는 뉴스 앵커로 일했으며, 2011년 일본으로 이주했다. 일본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히로시마의 이쓰쿠시마 신사를 방문한 경험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한 장소의 역사와 전통을 정성스럽게 지켜가는 일본인의 태도에서 한국의 빠른 경쟁사회와는 다른 시간 감각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빨리 성과를 내기보다 오랫동안 한 가지를 쌓아가는 삶의 방식이 자신에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본 정착으로 이어졌다.

그가 단가에 본격적으로 매료된 것은 2013년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을 보면서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가집 <만요슈>(万葉集)의 한 노래가 결정적이었다. 불과 31음으로 사랑과 불안, 외로움 같은 복잡한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일본어가 아직 능숙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만요슈>를 구입했다. 여기서 “언젠가는 나도 단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났다.

이후 NHK의 단가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면서 시인으로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국어의 전통 시조와 일본 단가는 언어의 리듬부터 상당히 달랐다. 강한나는 일본인에게 자연스러운 7·5조의 리듬을 자신의 몸에 익히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 한국시가 감정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면, 단가는 감정을 그대로 말하기보다는 이미지와 여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는 이를 “내 안의 말을 길게 늘여 천천히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경험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바로 이 ‘외국인으로서의 거리’가 강한나 작품의 특징이 되었다. 그는 일본인 시인들의 표현을 단순히 모방하기보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경험하는 문화적 충격, 한일관계의 미묘한 감정,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단가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몸이 좋지 않은 어느 날 일본어의 “각국(各国, kakkoku)”과 “한국(韓国, kankoku)”이라는 말을 구별해 듣지 못하는 순간을 노래한 작품은 언어적 혼란을 이방인의 정체성 경험으로 바꾸어 놓는다. 또 “일본과 한국 중 어느 쪽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고 답하는 단가는 국가적 정체성의 질문을 인간관계의 차원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가도카와 단가상(角川短歌賞)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성과로 이어졌다. 첫 단가집 <아직 멀었습니다>(まだまだです, Mada mada desu)는 2020년 현대단가사 신인상(現代短歌社賞)을 받았다.

강한나가 단가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은 “빼기의 문학”이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하나씩 분해하고, 31음이라는 좁은 형식 안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묻는다. 그는 감정을 계속 덜어내고 나면 의외로 단순한 핵심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단가 쓰기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정리하는 일종의 일기이자 마음을 씻어내는 작업과도 같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단가는 복잡한 세계에서 본질만 남기는 문학이다.

최근의 관심은 특히 ‘가족’으로 향하고 있다. 단가·에세이집 <가족의 노래>(家族のうた, Kajoku no uta)에서 그는 일본인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가족,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변함없는 감정, 그리고 태어난 사람뿐 아니라 태어나지 못한 사람까지 가족으로 생각하는 넓은 생명 감각을 노래한다. 일본어의 ‘가족’은 kazoku라고 읽지만 책 제목에서는 한국어 발음에 가까운 kajoku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일본어로 쓰면서도 자신의 한국적 언어 감각을 작품 속에 일부러 남긴 것이다.

현재 강한나는 일본의 정보경영혁신전문직대학(情報経営イノベーション専門職大学) 교수로 일하는 한편 기업을 운영하고 화장품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을 단가 시인에게 두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단가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도 받고 있으며, 자신이 처음 일본어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에 단가에서 받은 도움을 다른 외국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강한나의 의미는 단순히 “한국인이 일본 전통문학에서 성공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통해 자기 감정을 다시 발견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어 단가의 7·5조에 들어가면서 그는 일본 문화를 배우지만, 동시에 그 형식 속에 한국인으로서의 기억과 가족, 어머니, 한일 사이의 긴장을 넣는다. 따라서 강한나의 단가는 일본문학에 동화된 결과라기보다, 두 언어와 두 문화 사이의 어긋남 자체를 시적 자원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일본어로 ‘어머니’를 쓰면서 오히려 국적과 언어를 넘어선 감정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어머니’라는 존재 앞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보편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강한나는 한일문화 교류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한 사람의 일상적 감정과 언어 경험을 통해 두 사회 사이를 잇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ㅣ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학문적으로 '주역'에 통달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세상의 변화를 움직이는 법칙'을 알고자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앞서 읽은 <돈보다 운을 벌어라> 를 의미있게 읽었기에 한국 최고의 주역학자인 초운 김승호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을 따름이다. '주역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강의하고 있는 그가 말하는 '이치'란 어떤 것일까. 아울러 '주역'을 알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화하게 될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첫장을 펼쳤다.

 

원리란 단순해야만 그 구실을 제대로 한다
복잡한 것은 원리가 없거나 그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항상 원리가 있다
그것을 찾는 것이 바로 학문이다
p18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두고 동양은 '개념중심',서양은 '물질중심'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저자는 "주역"을 '철학'이 아닌 '과학'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 관점부터 새로웠는데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목표라는 말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과연 그런 이론이 존재할까.

5000년도 더 된 '주역'이라는 학문에 심취한 '닐스 보어','아인슈타인','라이프니츠','칼 융' 등은 과학자 혹은 정신분석학자였다. 컴퓨터를 탄생시킨 2진법 역시 주역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라니.....결코 만만하게 볼 학문이 아닌 것이다.

중국문화권과 역사적으로 가까웠던 우리에게나 익숙한 '주역'인 줄 알았는데 동서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아주 오랫동안 심취하고도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니...이 무슨 미스테리한 일인가 싶다. 너무 어려워서일까. 너무나 심오해서일까.

복희씨가 하늘에서 가져왔다는 '팔괘'는 선 혹은 줄로 나열되어 있다. 무슨 암호처럼 삼선이었다가 여섯 개로 나뉘어지기도 하고 가운데만 나뉘어진 선과 위 아래가 다 뚫린 선의 의미가 각각 달라 팔괘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매직아이인가?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암호처럼 보이기만 했던 팔괘의 층마다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서 속속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어렵다 싶은 부분은 살짝 건너뛰기도 했고 재미있는 대목은 집중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통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흥미를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 번 읽고 다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었으므로 주역이 세상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만 알게 된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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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운을 벌어라 - 주역의 원리로 운을 경영하는 법 ㅣ 좋은 운을 부르는 천지인 天地人 시리즈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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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철학과 가깝다고 생각했지 과학과 가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돈보다 운을 벌어라>를 읽으면서 왜 과학과 가깝다고 말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간은 죽음이 무서워 종교를 만들었고, 삶이 무서워 사회를 만들었다(P211)는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생은 온통 정해지지 않은 것 투성이다. 그 속에서 스믈스믈 뻗어나오는 불안의 기운을 잠재울 한 방이 '실력'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운이 끊어진 벼랑끝에선 그 역시 위안이 되지 못했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언제부터 멈추어 버렸는지. 그 답을 책 속에서 찾아내면서 앞으로 무엇을 시도해야하고 무엇을 멈추어야할지 계획이 생겼다.

'운을 아는 사람만이 흐름을 바꾸고 판을 뒤집는다'는 글귀가 눈에 박혀서 읽게 된 책은 '일확천금'이나 '한 방'이 아닌 논리로 무장한 책이었고 꼭 주역 64괘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 속뜻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쓰여졌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운의 원리'나 지금의 내게 필요한 대목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쉽게 쓰여졌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메모할 부분들이 참 많은 책이었다.

가령 뭔가 뜻을 세우고 계획을 실현하기에 앞서 꼭 하루 이틀 전엔 몸살을 앓거나 크게 아프곤 했는데,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가보다 내지는 '왜 꼭 큰 일을 앞두고 자기관리에 소홀해진 것일까?' 스스로를 탓하곤 했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를 '3효 자리'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유를 알았으니 앞으로는 '원래 그런거야'라며 가볍게 툭 털고 말 수 있을 듯 하다.

가장 좋았던 대목은 "강함은 불운을 물리치는 면역력"이라는 표현이었다. 불운을 물리치려면 강한 면력력이 있어야 한다(p103)는 말은 바로 포스트 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여놓았을 만큼 의지가 되는 문장이었다. 건강 뿐만 아니라 운의 자리에서도 면역력은 필요한 거였는데, 그 면역력이 약해서 그간 마음이 나약해져 있었나보다.....

다시금 생각을 다잡으면서 앞으로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 문장을 그 날의 출사표로 삼아야겠다 마음먹었다.

좋은 글은 건강한 식재료처럼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숨쉬듯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과 만나려고 노력중이다. 줄줄이 이어지던 좋은 인연들이 잠시 그 맥을 멈추었다면 책 속에서 바른 길을 찾아 걸음을 옮기면서 한 템포 쉬어가는 것 또한 약이되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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