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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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루팡이나 홈즈,코난에 비해 그의 겉모습은 초라하기그지없다. 그는 더벅머리에 나이는 아저씨 나이때이며, 흥분하면 말을 더듬고 머리나 긁적대는 남자였다. 그렇다보니 그에게 의뢰를 맡기러 온 사람들이 그 겉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나오키치 역시 그랬다. 그는 혼조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쓸모없는 아들로 기생하고 있지만 어느날 미모의 여인에게 부탁받은 기묘한 사진을 찍기 위해 "병원 고개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은 병원장이자 기업체를 거느린 호겐가의 저택으로써 공습이후 피폐해진 그 집에서 결혼식 사진을 부탁받았던 것이다. 재즈악단 "앵그리 파이러츠"의 리더인 도시오와 남매로 길러져 자라온 고유키의 결혼식 사진을 찍은 나오키치는 그 결혼식이 어딘가 이상했고 신부의 표정이 이상하여 긴다이치에게 의뢰를 하게 된 것이었다.

 

한편 혼조가의 상속녀 유카리의 납치 사건을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던 긴다이치는 두 의뢰를 한 묶음으로 묶어  사건을 파헤쳐나갔고 그 과정에서 복잡한 그 집안의 가정사를 알게 되었다. 게다가 호적의 순서상 이모관계인 유카리와 고유키가 똑같은 얼굴로 태어난 사실을 밝혀내게 되는데......

 

1권은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궁금증만 증폭시켜 놓고 끝나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작에서 쇼화 28년과 쇼와 48년 사이의 지도를 보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19년 8개월이라는 긴 세월동안 해결해야했던 한 사건을 기술한다고 했으니, 이 사건은 오랜 시간을 묵혀두고 밝혀질 이야기임을 시작부터 공표한 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건의 그 배경이 되는 가문의 복잡한 가계도까지만 밝혀준 1권은 궁금증만 증폭시켜놓고 끝나버려 2권을 빨리손에 쥐게 만들고 있다.

 

19년의 세월을 파헤쳐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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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인
박영주 지음 / 이땅의얼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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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서 새로운 사극이 올려지면서 시끌시끌했었다. 총 50부작으로 기획된 [꽃들의 전쟁-궁중잔혹사]가 바로 그 드라마였다. 인조를 움직여 소현세자를 독살했던 소용 조씨의 악랄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그 아슬아슬한 이야기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책과 드라마. 어느쪽이 더 매력적인지는 판가름하기 어렵다. 분명 더 자극적인 쪽은 드라마다. 하지만 원작소설 역시 읽기 쉬운 문체로 술술 읽게 만들면서 악녀로만 기억되던 조귀인의 악의 시작점이 어디었고 왜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놓았기에 쉽게 손에서 놓기 힘들게 만든다.

 

저자의 밝힘처럼 조선의 역사 속에서 아비가 아들을 죽인 경우는 딱 두번 있었다. 영조임금과 인조임금. 아들을 뒤주에 넣어죽인 쪽과 아들의 죽음도 모자라 며느리와 손자 세 명을 모두 사사한 쪽. 어느쪽이 더 비정한 아비인지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을 달리 하겠지만 적어도 내게 인조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적으면서도 제 피붙이를 죽일만큼 비겁한 모습을 가진 사내로 보여졌다.

 

세자를 사랑했으나 그 아비의 후실이 되어야했던 여인, 조씨. 그래서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그녀 앞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쥐어졌으니 망설일 일이 무엇이었겠는가. 딸인 효명에게 전하는 글처럼 쓰여진 소설 속에는 그래서 한 여인의 한과 연정이 동시에 품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민이 일지 않으니 이는 그녀의 악행 때문인지 세자 일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한 인간의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미실의 발견처럼 조귀인의 발견 역시 흥미롭다. 그런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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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대비 - 철의 여인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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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인수대비를 재미나게 봤었다. 비록 그 결말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남자들이 세상을 뒤집는 시대에 태어나 스스로 왕권을 거머쥔 시아버지를 보필하며 여장부의 기개를 드러냈던 여인 인수대비 한씨. 남편 도원군이 병사한 뒤 끈떨어진 연처럼 내쳐졌지만 아들 성종을 앞세워 "대비"가 되어 나타난 여인.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었다.

 

그녀로 인해 조선은 피바람의 시대로 들어섰으니, [내훈]을 지어 아녀자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내린 올바른 어머니였으나 아들의 일에서만큼은 그녀 역시 욕심많은 한 어머니일뿐이었으니 며느리 윤씨를 폐서인만들고 결국 손자를 연산대군으로 만들어 버린 비운의 할미로 남게 되었다. 역사속에서.

 

똑똑하고 사리 분별이 강했던 그녀였지만 인수대비는 그래서 서글픈 역사속 이름이며, 그래서 반대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 어머니였다. 완벽한 듯 하지만 완벽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 아비 한확은 중실 황실에 누이를 둘이나 보냄으로써 청국의 부마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수치스럽게 생각해 뽐냄이 없었고 청렴했다고 하니 그가 딸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할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여자가 글을 배우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 인수대비는 글을 익히고 활을 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저 순종만을 위해 길러진 딸이 아니었기에 아비도 그녀를 두고 많은 기대치를 키워왔을 것이다.

 

비록 한 나라의 국모는 되지 못했지만 웃어른으로 자리매김하고 수렴청정을 하면서 여인의 정치를 열어간 인수대비. 그녀와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을 넘나들며 소설의 재미를 더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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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국새
박두현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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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설움은 비단 왕가의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나라가 역사 속에서 침몰해나갈때 그 백성의 통탄과 역사의 소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후 시대인들의 비통함은 그 무엇에도 비유될 수 없는 슬픔의 자국이리라. 그 역사가 현재 오롯이 우리네 것으로 남겨지지 않았을때엔 더 말해 무엇하랴.

 

발해의 역사는 가야의 역사처럼 우리에겐 낯선 자국이다. 분명 우리 역사의 범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역사 시간에 조차 자세히 배울 수 없는 그런 과거이며, 중국에서 제 것이라고 통합해서 넣어도 강하게 단언할 수 없는 ....우리는 여전히  힘없는  국가의 백성이기에....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역사를 두고는 슬픈 백성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 발해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길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펼쳐든 책이 바로 [비국새]였다. 명청교체기에 세상에 다시 나왔다는 국새. 그래서 비국새라 불렸던 그것은 그 어느 여인보다 아름다운 여인인 아란사에 의해 세상빛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아란사의 인생은 복잡해져 버렸다. 발해가 요에 의해 망국이 되어 버렸을 때 애왕은 아율아보기에게 거짓 국새를 바쳤다고 했다. 진품이 아닌 국새를 발견하게 된 아란사는 여러 사람들에게 표적이 되었고 그 와중에 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은 독이 되어 인생을 옥죄어왔다. 계성과 옥정, 타루간의 얽힌 운명. 그리고 예언을 남기며 마지막 숨을 거둔 아란사의 죽음까지. 이 이야기는 담아내고 있다.

 

국새를 뺏고 빼앗기 위한 이야기가 아닌 숙명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남녀의 이야기는 그 궤도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더욱더 매력적이면서도 슬플 수 밖에 없다. 삼족오가 비상에 실패해서 경박호로 다시 곤두박질 친 것처럼 발해의 운명도 그와 함께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발해의 것들을 제대로 건져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 사실이 가장 슬픈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발해뿐만 아니라 현재 군사적 시설을 두고서도 "독도"에 대한 일의 야욕을 완전히 씻어낼 수도 없으니..양쪽으로 참 슬픈 민족이 우리네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승자의 역사보다는 패자의 역사를 더 많이 접해 왔기에 꼬매지고 찢어지고 멍든 역사 앞에서 자랑스럽기 보다는 숙연해지는 구석이 더 많았다. 언제나 그랬다. 정복의 역사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외세에 대항해서 겨레가 대동단결한 역사가 훨씬 더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구석구석 베어 있는 억울함들은 어디에서도 풀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가득 슬픔이 고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좀 더 아름다운 이야기는 없을까. 신화로 남아도 좋고 설화로 남아도 좋으니. 슬픔과 멍든 역사를 뒤로 하고 아름답고 달달하면서도 꽃향기 가득한 역사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앞으로는-. 그래서 로맨스와 환상으로 기억되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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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생각에 미쳐라 -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진봉일 교수의 삶과 디자인 이야기
진봉일 지음 / 한언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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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라는 말이 위안이 되고 원동력이 되는 나이때로 접어든 듯 하다. 그래서인지 유독 저지르고 수습을 잘하는 성공담(?)을 즐겨 읽고 있는데 저자 진봉일 교수도 그렇게 알게 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노홍철의 "끼"부분이 쏘옥 빠진 "저지름형 인간"이 바로 이 사람이라 이해해도 될만큼 많은 일들에 대해 주저 없이 저질러온 인물이었다.

 

그의 화려한 스펙은 그래서 "성공"의 경력이 아니라 "저지름"의 경력으로 보여진다. 프로필에서도 보여진 것처럼 그는 불우하고 "찌질"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남보다 늦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미친듯이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쭉 입상해오며 착실히 준비해왔던 사람들을 제치고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해버린 그에게는 이미 하늘이 내린 "재능"이 존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세상은 재능만으로 성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이후 대학원을 졸업하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그는 입사 후, 회사에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할 때까지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성실"과 "열정"을 증명해내었으니 "재능+노력"이 덧대어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어 버릴 소리인 셈이었다.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인 "운" 역시 그를 비켜가진 않았다. 임용공고도 내지 않은 미국의 대학에 "한국식 밀어붙이기"로 도전해서 교수가 되었으니 운 역시 그를 서포트 해 주었다 볼 수 있겠다.

 

재능과 노력과 운. 이 세가지만 보면 그는 어마어마한 행운의 주인공 같아 보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던 것은 이 세가지가 아니었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추진력.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나가는 그의 저력이 나는 가장 부러웠다. 사회 속에서 내 한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왔는데 그는 부양의 책임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더불어 항상 길을 찾아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기준은 무엇이었을가. 얻은 결과가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었을까?

 

 

현재의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면 자기 인생이 흔들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두려워 잠시 멈칫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두려운 한 문장 역시 그의 인생에서는 이미 답을 내어놓고 있었다. 내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 그래서 목표가 정해졌다면 미친듯이 생각하고, 미친듯이 빠져들고, 미친듯이 달려 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우리에게 그 선택이 옳은 것이었음을 알려주고 권해주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인생에 대한 책임.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으나 흔들리고 있던 이 때, 그의 책과 마주친 일은 내게도 "행운"인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 한 디자이너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용기를 건네주는 멘토 한 사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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