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국새
박두현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국의 설움은 비단 왕가의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나라가 역사 속에서 침몰해나갈때 그 백성의 통탄과 역사의 소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후 시대인들의 비통함은 그 무엇에도 비유될 수 없는 슬픔의 자국이리라. 그 역사가 현재 오롯이 우리네 것으로 남겨지지 않았을때엔 더 말해 무엇하랴.

 

발해의 역사는 가야의 역사처럼 우리에겐 낯선 자국이다. 분명 우리 역사의 범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역사 시간에 조차 자세히 배울 수 없는 그런 과거이며, 중국에서 제 것이라고 통합해서 넣어도 강하게 단언할 수 없는 ....우리는 여전히  힘없는  국가의 백성이기에....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역사를 두고는 슬픈 백성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 발해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길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펼쳐든 책이 바로 [비국새]였다. 명청교체기에 세상에 다시 나왔다는 국새. 그래서 비국새라 불렸던 그것은 그 어느 여인보다 아름다운 여인인 아란사에 의해 세상빛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아란사의 인생은 복잡해져 버렸다. 발해가 요에 의해 망국이 되어 버렸을 때 애왕은 아율아보기에게 거짓 국새를 바쳤다고 했다. 진품이 아닌 국새를 발견하게 된 아란사는 여러 사람들에게 표적이 되었고 그 와중에 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은 독이 되어 인생을 옥죄어왔다. 계성과 옥정, 타루간의 얽힌 운명. 그리고 예언을 남기며 마지막 숨을 거둔 아란사의 죽음까지. 이 이야기는 담아내고 있다.

 

국새를 뺏고 빼앗기 위한 이야기가 아닌 숙명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남녀의 이야기는 그 궤도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더욱더 매력적이면서도 슬플 수 밖에 없다. 삼족오가 비상에 실패해서 경박호로 다시 곤두박질 친 것처럼 발해의 운명도 그와 함께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발해의 것들을 제대로 건져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 사실이 가장 슬픈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발해뿐만 아니라 현재 군사적 시설을 두고서도 "독도"에 대한 일의 야욕을 완전히 씻어낼 수도 없으니..양쪽으로 참 슬픈 민족이 우리네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승자의 역사보다는 패자의 역사를 더 많이 접해 왔기에 꼬매지고 찢어지고 멍든 역사 앞에서 자랑스럽기 보다는 숙연해지는 구석이 더 많았다. 언제나 그랬다. 정복의 역사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외세에 대항해서 겨레가 대동단결한 역사가 훨씬 더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구석구석 베어 있는 억울함들은 어디에서도 풀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가득 슬픔이 고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좀 더 아름다운 이야기는 없을까. 신화로 남아도 좋고 설화로 남아도 좋으니. 슬픔과 멍든 역사를 뒤로 하고 아름답고 달달하면서도 꽃향기 가득한 역사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앞으로는-. 그래서 로맨스와 환상으로 기억되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