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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인
박영주 지음 / 이땅의얼굴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jtbc에서 새로운 사극이 올려지면서 시끌시끌했었다. 총 50부작으로 기획된 [꽃들의 전쟁-궁중잔혹사]가 바로 그 드라마였다. 인조를 움직여 소현세자를 독살했던 소용 조씨의 악랄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그 아슬아슬한 이야기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책과 드라마. 어느쪽이 더 매력적인지는 판가름하기 어렵다. 분명 더 자극적인 쪽은 드라마다. 하지만 원작소설 역시 읽기 쉬운 문체로 술술 읽게 만들면서 악녀로만 기억되던 조귀인의 악의 시작점이 어디었고 왜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놓았기에 쉽게 손에서 놓기 힘들게 만든다.
저자의 밝힘처럼 조선의 역사 속에서 아비가 아들을 죽인 경우는 딱 두번 있었다. 영조임금과 인조임금. 아들을 뒤주에 넣어죽인 쪽과 아들의 죽음도 모자라 며느리와 손자 세 명을 모두 사사한 쪽. 어느쪽이 더 비정한 아비인지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을 달리 하겠지만 적어도 내게 인조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적으면서도 제 피붙이를 죽일만큼 비겁한 모습을 가진 사내로 보여졌다.
세자를 사랑했으나 그 아비의 후실이 되어야했던 여인, 조씨. 그래서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그녀 앞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쥐어졌으니 망설일 일이 무엇이었겠는가. 딸인 효명에게 전하는 글처럼 쓰여진 소설 속에는 그래서 한 여인의 한과 연정이 동시에 품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민이 일지 않으니 이는 그녀의 악행 때문인지 세자 일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한 인간의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미실의 발견처럼 조귀인의 발견 역시 흥미롭다. 그런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