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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그녀
진소라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대학도 나왔고 키도 늘이고 몸무게는 줄이고 양친 부모도 살아 계시는 조건으로 고쳐 넣었지만 고우신 그녀는 D등급이랜다. 대체 A등급은 어떤 스펙이 줄줄 읊어져야하는 걸까? 연애도 결혼도 등급에 따라 따져진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게 느껴질런지.....!
고우신. 집에서 새는 바가지고 밖에서도 여전히 새고 있지만 그녀는 참 따뜻한 여자다. 때론 고무신으로 불리기도 하고 6년 사귄 남자는 성공하자마자 그녀 자신의 어머니가 딴 여자한테 홀랑 넘겨버렸지만 그래도 그녀는 따듯함을 잃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언제나 행복한 인생의 주인공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승완을 만나면서는 행복해질 가능성을 가지게 된 것 같아 한결 안심되긴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내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부류들이 있었고 반대로 좀 냉정해졌으면 하는 부류들이 있었는데, 우신은 전자쪽인 주인공이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세에에에에에에에에타악!"하는 부분에서는 삼순이와 오버랩되면서 유쾌하게 끝맺어졌는데, 연애 서바이벌을 떼버리고 나니 그들은 행복한 커플로 묶일 수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었는데, 누구의 딸이어서가 아니라 누구의 직원이어서가 아니라 "나"라는 인간으로 앞에 서야하기 때문에 그 일이 가장 어려운 일처럼 생각되어졌다.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끝이 언제나 이렇게 달콤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인생은 그렇지 못해서 우리는 "로망"을 가지고 "희망"을 품게 된 지도 모른다. 그래서 등급에 상관없이 꼬리표를 떼고 자신만의 남자를 찾아낸 우신의 이야기가 2009년 멀티문학상 최종 후보작이 되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라샤],[내가 사랑한 외계인]이 여전히 가장 재미나게 읽은 저자의 대표작이라는 점이 약간 아쉽게 느껴지면서....다음 작품은 더 달콤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