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 - ‘범죄 사냥꾼’ 이대우 형사가 퇴직하면서 남기는 마지막 수사 보고서
이대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에서 '장인정신'을 검색해 보면,

'일 자체에 깊은 보람을 느끼면서 주체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는 태도와 의식을 의미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

예술가들에게 자주 붙여왔던 표현이지만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를 읽어보니 저자에게도 해당되는 단어 같이 느껴진다. 한 분야에서 40년을 버텨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게다가 저자는 '형사가 진행하는 수사를 종합예술'로 언급하고 있지 않은가. 형사가는 직업군을 장인정신에 빗댄다는 건 살짝 이상해 보이긴해도 그 의미만큼은 일맥상통할 수 있을 듯 했다.





경찰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

정의와 불의 사이에 서 있는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자주 봐왔기에 익숙한 그의 말과 표정 대신 이번에 책을 통해 본 그는 좀 특이한 사람이었다.

​

강력팀장이 되어 첫 발령받았던 서대문경찰서를 '서대문 레전드'로 만든 이대우 형사는 형사과, 사이버범죄팀, 지능범죄팀, 경제팀 등을 골고루 거친 베테랑이었고 '범죄 사냥꾼'으로 불리면서 3000여 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강력계 형사의 전설이었다.

​

<<다시 태어나도 경찰>>을 출간한 것 외에도 '경찰청 사람들','시티 헌터','도시 경찰','히든아이'등 범죄 관련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얼굴을 익혀온 그는 퇴직을 앞두고 옛 부임지로 되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두 건의 미제 사건해결을 꿈꾸면서.

​

남들 다 가는 편한 길을 두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걷는 사람. 행동 하나에서도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지금처럼.

​

늘 안전을 걱정하는 긴장된 상태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늘 안심하면서 살아가야 할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P112

해방 후 80여 년을 성장해온 역사깊은 전문 조직 경찰

제주 여성 실종 사건,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등 잇따라 터지는 사건 속에서 경찰의 신뢰는 한없이 무너졌다. 강력한 총기 규제, 즐비한 CCTV, 뛰어난 과학수사기법... 대한민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 여기가 한국이 맞아?" 싶게 만드는 사건들이 뉴스를 장식하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강해지던 시점에 '범죄 사냥꾼'이라 불리던 이대우 형사의 마지막 수사 보고서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을 읽게 되었다. 어쩌면 한 순간에 '불의'를 선택한 경찰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서 뛰는 '정의로운' 경찰들이 더 많다는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

역사 깊은 전문 조직 중 하나인 '경찰'로 재직했던 그가 책에 담은 내용들은

한국판 화차사건인 '보험금 존속 살해 사건', 끝내 미제로 남은 '홍은동 분식점 여주인 살해 사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해결된 '다이아몬드 반지 도난사건','제주 노부부 살인사건','슈퍼 주인 살인사건' 외에도 가정폭력사건, 보이스피싱,로맨스캠, 성폭력 사건 등 다양했다. 범인이 잡혔지만 씁쓸한 경우도 있었고 미제로 남아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좀 특이한 건 시점이었는데, 검거를 목적으로 한 경찰의 시점에서 사건을 들여다보아 잔혹한 묘사나 범죄 자체의 상세 설명이 덜해 읽는 동안 마음이 힘들지 않아 편했다. 객관적이면서 심플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달까.

​

'경찰 이대우'에서 '시민 이대우'로 돌아온 그가 서문을 통해 언급한 것처럼 경계선에 서 있는 우리 모두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아동 학대범이 될 수도 있고 사기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퇴직 후의 삶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을 안전한 영역으로 붙잡아주는 일을 하며 살겠다는 포부를 담은 전직 형사의 남다른 사명감은 참으로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앞으로도 우리는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한 것처럼.


퇴직 전 남은 60일 가량도 허투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던 뼛속까지 강골형사였던 그는 이제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과 경찰의 가교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범죄사냥꾼'도 추진 중이고, '형사를 체포하는 강아지'로 불리는 반려견 풍순이와의 일상도 유튜브에 담아내는 등 여전히 바쁘게 생활하면서.



나는 현장을 떠나지만 너를 쫓는 형사들의 추적은 계속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완전 범죄는 없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p27


잘 숨어 있는 것, 호의를 가장해 다가오는 것,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것들에 의해서 우리가 늘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p117




책 속엔 인상적인 대목이 많았지만 경험은 퇴직하지 않는다 와 혼자만 잘 살 수 있는 사회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문장은 강렬했다. 평범한 말도 누가 내뱉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는 걸까. 전직 경찰의 입에서 나온 두 문장은 안전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에게 든든함과 경각심을 동시에 갖게 한다. 

​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가 다르게 읽힌 까닭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범죄를 분석하고 범인을 파헤치기보다 그들을 검거하는 경찰의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점이다. '미치도록 잡고 싶은 마음', 애쓴 결과 그리고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했던 시선 덕분에 형사의 마지막 수사 보고서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



* 인디캣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