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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언제나 내편
박현옥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5월
평점 :
"내편"이라는 단어가 건네는 든든함이 있다. 대략 4년즈음 되는 시간을 '열혈 오름 탐험가'로 지낸 도시여자에게 '내편'으로 인식된 제주의 오름들. 오름의 수가 대략 368개 정도된다니 그녀는 천군만마 같은 어마어마한 내편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가. 편한 사람, 마음 둘 장소 하나 정해두기 힘든 삶 속에서 이는 큰 축복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초록초록한 예쁜 표지의 책이 읽고 싶어졌나보다.
'어승생악','노꼬메오름','왕이메오름','저지오름','다랑쉬오름','백약이오름','동검은이오름'..... 이국적인 느낌도 중간중간 섞여 있는듯한 낯선 이름들이 제주 오름에 붙여져 있다. 규칙보다는 의미나 모양으로 지어진 이름들 같은데, 이마저도 제주스럽게 느껴져 신기할 따름이다. 작다면 작고, 넓다면 넓을 제주 땅에 있는 300개가 넘는 '오름'은 어떤 곳일까?
분화구가 있을 것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진 곳
화산구의 형태를 갖춘 곳
한마디로 화산활동을 했다는 정확한 근거 3가지가 갖추어진 장소를 '오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제주의 일상이 담겨 있고, 여행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하고 있지만 '제주 오름'이라는 특수한 주제 아래 쓰여진 <오름은 언제나 내편>은 그래서 여느 제주 여행서와는 많은 면에서 차별화되어 있다. 일단 국내용이든 해외용이든 여행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0박 0일 코스 그림이 없다. 주변 편의시설, 맛집 등을 함께 담은 지도도 없고, 컬러풀한 사진도 후진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오롯이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1장은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2장은 제주 신화, 제주 돌담, 곶자왈, 고사리, 제주 4.3 역사, 김영갑 사진작가 등 역사와 사연 등을 비교적 쉽게 풀어내고 있다면 3장에선 저자의 추천 오름 베스트 14곳을 소개한다. 책을 읽기 전 가장 기대했던 내용은 3장에 수록된 오름들의 소개였지만 책을 읽은 뒤 뭉근한 여운을 남긴 건 2장의 내용들이었다.
7년 7개월 동안 2만 5천 명의 희생자를 낸 제주 4.3의 진실, 일제 강점기때 뚫렸다는 70여 개의 동굴진지, 여름에도 15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곶자왈', 4월에 미친듯이 꺾게 된다는 제주 고사리 이야기까지.... 생생한 제주의 모습은 모두 2장에 담겨 있는 듯 했다. 알아야할 역사와 알고 싶은 제주 생활담이 함께 기록되어 있어 더욱 유익했고.
책 뒷면에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 의미를 한 권을 다 읽은 뒤 공감하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자 내국인의 관광명소로만 알고 있던 '제주'를 이제 MZ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즐기고 있다는 소식 또한 새롭게 다가왔다. 그들의 오름을 즐기는 방법은 그저 오르기만 했던 기성세대들과 달라 재미있으면서도 더 즐거워 보여서 따라하고 싶을 정도였달까.
다만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해야할 정도로 많은 훼손이 있었다는 오름이 이제부터라도 잘 지켜질 수 있기를. 에세이를 읽는 내내 느껴졌던 저자의 제주를 아끼는 마음이 방문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스며들기를 기대하면서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되는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을 주르륵 넘겨본다. 자꾸 펼쳐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저자가 제주에 내려와 4년 여의 시간 동안 발로 뛰며 만난
오름의 모든 가치를 공감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한 '오름 헌사'다
368개의 오름 중에서 탐방로가 잘 정비 되어 있는 곳은 100여 곳도 안 된다
오름을 좋아하는 분들과 인터뷰하다 보면
오름에서 길을 잃어 헤맨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이곳이 오름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오름들과
접근 자체가 안 되는(사유지) 오름도 많으니
탐방로가 잘 되어 있는 유명한 오름을 오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인디캣 서평단 당첨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