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에 깊은 영감을 받은듯 합니다. 소설집 속 `꽃을 말리는 건, 우리가 하찮아졌기 때문이다` 서두에 길게 인용한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의 80퍼센트가 우울증을 앓고, 일부 지역에선 매년 인구 천 명중 서른 다섯 명이 자살을 한다는 인용문을 최근작 `뜨거운 피`의 작가의 말 서두에도 똑같이 길게 인용을 합니다. `잽`에서 `뜨거운 피`까지 3년넘게 작가가 붙잡고 있는 글쓰기의 화두 또는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이 이누이트족처럼 타인과 원만하게 지내고 간섭이나 위로나 동정은 하지않고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의 고민이나 외로움, 분노 등을 타인에게 말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하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똑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표현하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그리 적극적인 인물들은 아닙니다. 평론가 강동호의 해설처럼 의미있는 사건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권태로운 시공간을 마치 상투적인 통속극의 한장면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사건이 마무리되기보다는 그 뒤에도 똑같은 답답함이 이어질 것이 분명한 채로 글 들이 끝납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이런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실제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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