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대한 궁금증

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책 표지를 보며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계단 살인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비오는 계단에서 

안성기가 칼을 휘두르던 그 장면. 

참 잘쓰여진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무척이나 재미있게 몰입해서 책을 읽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너무도 뚜렷하고 각각 사건에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 설정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설계자, 암살자, 시체 처리자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는 빈 의자도 흥미있는 

이야기 거리였습니다만 저는 책을 읽으며 이 책이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을 얻기위한 

래생의 여정이 아니었나 생각해 봤습니다. 수녀원 앞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래생이 '책을 읽으면 

부끄럽고 두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하는 너구리 영감 밑에서 성장하게되고, 자식처럼 키운 

래생에게 "너 따위에게 대체 무슨 경고를 한다는 거지?"라고 하거나 그 세계에서 나름 무게가 

있는 훈련관의 죽음을 장기판의 졸로 표현하는 것 처럼 죽임을 당하는 표적도 암살자도 결국은 

세상을 구성하는 부속품 정도의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발사를 죽여도, 한자를 죽여도 그리고 

너구리 영감이 죽는다 해도 세상에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또 그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설계하고, 죽이고... 정말 흥미있고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만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끝까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