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제811호 - 2010.05.24
한겨레21 편집부 엮음 / 한겨레신문사(잡지)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정말 믿었던 두명의 정치인에게서 크게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고등학생 시절 부터 

한번도 흔들리지 않고 지지했던 김대중이 대선에서 낙선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저는 그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만 은퇴선언을 한 그 날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며 

김대중이 정치에 복귀하지 않으면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고 하고, 가볍게 처신한 그를 제 마음속 

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물론 그 후 대통령이 되어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만 여전히 제 마음 

속에는 스스로의 감정과 상황을 관리하지 못한 가벼운 정치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이 은퇴를 선언해야할 만큼의 정치적 위협이나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보통사람도 아니고 김대중의 처신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두번째가 투표권을 얻은 이후 제가 찍은 사람 중 처음으로 당선된 노무현 입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탄핵을 받고, 하는 일마다 딴나라당의 태클에 걸려도 한번도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퇴임 이후 봉하에서 농사를 지을때도 마지막에 검찰에 조사를 

받을 때도 주변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신통치 않았을때도 저는 믿었습니다. 이번호에 실린 

특집기사의 내용에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의를 하며, 그가 못 다이룬 꿈을 현 정권이 철저히 

무시하고, 깨 버리고 있음에 진심으로 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의 잠을 깨우고 다시한번 현 정권의 독재에 저항하게 하고 

심판을 통해 제자리를 찾아주려는 움직임이 있음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살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어려움과 고뇌와 인간적인 모멸감을 직접 겪지 않은 제가 

알 수는 없지만 한 나라를 이끌었던 대통령으로, 수많은 지지자들의 기대를 받았던 사람으로 

올바른 처신이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지금껏 살아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옳지 않은 일을 행하는 현 정권을 바로잡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대통령 중 아니 정치지도자 중 가장 국민의 편에 가까웠던 사람이라 여겨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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