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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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을 함께 다녔던 후배로부터 얼마전 카톡을 통해 잘 지내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느덧 여러해가 지났고, 결혼식장에 축하해주러 갔던 기억이 있는데 예쁜 아기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에 선물해줬던 책은 가끔 읽고 있다고 항상 건강하라는 얘기도 전해왔습니다. 책 선물 받기를 좋아해서 남들도 좋아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생각으로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게 그 해 연말에 제가 읽고 좋았던 책들을 한 권씩 선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에게는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를 선물했던 것 같습니다. 로맹가리의 책은 처음이었고 읽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당시 북미, 남미를 담당했던 그 친구에게 선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몇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로맹가리의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입니다. 히틀러의 시대가 지난 어느 프랑스 낡은 마을에 사는 시대의 풍파를 겪은 낡은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창녀였던 유태인 로자 아주머니가 돌보고있는 아랍소년 모모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출신, 다양한 경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서로 도우며 눈앞의 삶에 충실하며 함께 낡아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희망이 없어보이나 각각의 사람들은 그리 슬퍼보이지도, 우울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삶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읽고 있는 제가 우울하고 가라앉는 느낌이었고,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부러웠습니다.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P61

"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없어요." - P267

어떤 좋은 책은 천년을 산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어떤 좋은 책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게 해주며 그 모든 좋은 책들은 아무리 늙었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 또한.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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