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 -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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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에서 권여선 작가와 신형철 평론가의 말을 빌어 정리하면 '고아 소년이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르다가 소년원에 가서 권투를 배우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이 낡고 닳은 소재를 가지고 목이 메이도록 설득을 하는 소설'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사평에서 처럼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고, 흔하디 흔한 소재이고, 게다가 이야기 초반의 독자에 대한 설득은 살짝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흔하디 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끝은 주인공의 의도에 따라 마무리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에서 처럼 자유와 정의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꺼내쓸 수 있는 부류들에 의해 의미가 훼손되고 힘을 잃기도 하지만, 그들이 버텨내고 있는 철옹성도 차차 균열이 생기고 무너질 수 있다고 믿기에 희망을 가져 봅니다.

 

모두가 수직의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때 저멀리 보이는 수평의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행위는 결국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용기의 영역이었다. P18

정의를 지키지 않는 자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정의를 지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했으므로, 마치 가방 속의 껌처럼 필요할 때면 쉽게 꺼내 씹을 수 있는 위치에 정의를 넣어두는 식이었다. P64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 순간조차도 나는 늘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기분일 때가 많았고 마음이 텅 비었다는 느낌이 들 때도 그 속을 여유로 채우지 못했다. P85

그 배려가 실은 너의 성격에 따른 행동의 결과이지, 네 생각의 결과는 아니라는 얘기야. P178

살아가면서 저돌적으로 인파이팅한 기억을 갖지 못하면, 언젠가 부딪히게 될 현실의 무게에 놀라 도망만 다니게 될 수도 있거든. P222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일이면 떠나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해.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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