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개 장발 웅진책마을 44
황선미 글, 김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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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린이와 엄마라면 황선미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쁜 어린이 표>, <마당을 나온 암탉> 등 감동적인 대작을 히트시킨 유명 작가로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그의 작품들은 어린이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단순한 재미와 정형적인 감동을 넘어서는, 메시지가 뚜렷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이번에 웅진주니어 웅진책마을 시리즈에서 선보인 그의 신작 <푸른 개 장발>은

띠지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가 꼽은 작가 인생 최고의 작품!' 이라는

문구가 둘러져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출판사에서 제작한 홍보성 문구가 대부분인게 띠지라

평소에는 띠지의 내용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편인데

이번 책은 저자가 꼽은 최고의 작품이라니 솔깃(?)해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더 큰 기대로 만나보게 된 <푸른 개 장발>!

 

 

 글과 그림 작가의 이름에서부터 퀄리티를 보장받는 느낌이랄까.

황선미 작가의 역량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며

김동성 작가 역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백상출판문화상에 빛나는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다.

개인적으로 <책과 노니는 집>을 너무나 인상깊게 본지라 김동성  작가가 그려낸 개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무척 궁금했다.

 

 제목과 표지에 등장하는 푸르스름한 털의 개가 바로 주인공 <푸른 개 장발> 이다.

어미 개 누렁이에게서 태어난 강아지들과 다른 털북숭이 외모로

어미와 형제들에게 무시와 따돌림을 당하는 장발,

그러나 장발의 마음 속에는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 자리하고 있다.

 

 목청이 커서 개들에게 목청씨라 불리는 장발의 주인은

용접공이지만 강아지를 팔아 용돈 벌이를 하는 평범한 촌로다.

장발은 형제들이 팔려가고, 개 도둑에게 어미와 형제들이 잡혀가는 슬픔을 겪으며 어미 개로 성장해 간다.

주인 목청씨와 나쁜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은 장발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가지만

이제 자신이 씨어미가 되어 새끼들을 줄줄이 잃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웃사이더 같기만 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 엄마가 된 장발.

모성애와 자존심이 강한 장발에게 새끼들과의 이별은 슬픔과 분노로 목청씨에게 표출되지만

함께 늙어가는 목청씨와 장발은 조금씩 서로 이해하고 서로를 그리워하게 된다.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는 것을 안 목청씨는 자신이 없어도 가족들이 감을 따 먹을 수 있게

감나무 주변에 달팽이 계단을 만들고 세상을 떠난다.

장발 역시 목청씨 곁에서 애증으로 가득했던 생을 마감하는데...

평생을 원망하고 미워했던 주인이지만 삶의 황혼기에서 미움도 연민으로 되어감을

장발과 목청씨의 황혼을 통해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사람과 개라는 설정에서 이런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할 수 있다는 게

역시 작가의 탁월한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목청씨와 장발에게선 읽는 내내 뭔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진다.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한 아버지와

애끓는 마음으로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열혈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그리고 전달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다소 상반된 모습의 두 아버지가 삶의 끝자락에서 서로 교감하는 모습은

사람과 개라는 독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감동은 연이어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고 더 큰 마음의 울림으로 돌아온다.

장발의 절절한 모성애(부성애)는 중간에 결국 눈시울을 적시게도 했는데

생명의 존귀함과 가치, 부성애(모성애)의 감동까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스며있어서

왜  작가가 이 작품을 '작가 인생 최고의 작품' 이라고 했는지 공감하고도 남는다.

거기에 김동성 작가 특유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그림은

원색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아스라한 추억을 선사하는 특별함으로 작품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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