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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진 화이트하우스 피터슨 글, 데보라 코간 레이 그림,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12월
평점 :

거친듯 자연스러운 목탄의 질감이 독특한 느낌을 주는 삽화,
흔치 않은 소재와 주제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그림책,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를 웅진주니어 책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저는 올해 중학교에 가는 큰아이가 유아때부터 함께 다녔던 영어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보았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0여 년 전이네요.
흑백으로 그려진 동양인 여자 아이 그림과
어린이책 제목으로는 다소 충격적이었던 제목 때문에
(원제 I Have a Sister - My Sister Is Deaf)
강렬한 첫인상으로 다가왔고 내용에 다시 한번 놀란 책이었지요.
이번에 한국어 번역본으로 웅진주니어에서 새롭게 출간되어 너무나 반가웠어요.
어린이 그림책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소재인 '장애'를 다루었다는 점도 특별하지만
담담하게 펼쳐지는 글과 그림 속에서 놀라운 감동과 공감을 만날 수 있어 더욱 끌리는 책입니다.

표지에서 처음 만난 주인공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에게 끌리는 외모를 지녔어요.
검은 머리, 동양적인 이목구비가 마치 우리 이웃집에 사는 아이같은 느낌이 들죠.
청각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그림책은 전개됩니다.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제목에서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여러 부분에 첫 문장으로 등장하여
사실감과 특별함을 잘 살리고 있어요.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세계에서 꿈을 꾸고 상상하는 동생의 모습이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첫 페이지 그림입니다.
언니가 생각하는 내 동생은 창피하고 숨기고 싶은 동생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른, 특별한 동생인거죠.
세상에 이런 동생은 흔하지 않다는 말에는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의 특별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언니와 동생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담백한 삽화와 함께 잔잔하게 따뜻하게 펼쳐집니다.
알록달록한 컬러풀한 색감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걸
이 책을 보고 나면 누구나 깨닫게 된답니다.

이 책에 쓰여진 언니의 이야기들은
듣지 못하는 동생의 모습과 마음을 어쩜 그리 잘 읽고 표현했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랍니다.
청각장애인은 그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지요.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잔잔하지만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껴 보세요.
장애인에 대한 바른 인식과 자세를 애써 교육할 필요도 없이
아이 스스로 장애에 대한 바른 시각과 가치관을 얻게 된답니다.

친구들이 '소리를 못 들으면 귀가 아플까?' 하고 묻자
"귀는 안 아파.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 말은 못 알아들으면 마음이 아픈 것 같아.'
라고 대답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읽는 이의 마음도 짠해지네요.

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가감없이 그리고 있답니다.

천둥과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편안하게 잠을 자는 동생의 모습은
청각장애가 죄다 나쁘고 두려운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담담한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왜곡없는 바른 시각을 제안하는 이 특별한 그림책은
사랑하는 동생을 향한 언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더욱 정겹고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예전과 달리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우리와는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한게 사실인데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를 높이고 바른 시각을 갖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장애인인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닌, 함께 할 이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