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은행
캐럴린 코먼 지음, 롭 셰퍼슨 그림, 고수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도 독특하지만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은 책, <기억 은행>.

뉴베리 아너 상 수상 작가인 캐럴린 코먼의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품입니다.

맨홀처럼 뚜껑이 열린 구멍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한 아이가 있고

그 밑에는 막대 사탕을 빨고 풍선껌으로 풍선을 부는 아이들이 가득한 표지 그림...

분명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인데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증은 더욱 커지네요.

 

주인공 호프는 부모님이 하나뿐인 동생 허니를 갑작스레 길에 버리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지만 픽션이니까요.

책 속에 따로 설명이 나와있진 않지만 부모에게도 나름 이유가 있었겠지 생각합니다. (친부모가 아니라든가...)

자신도 아직 어린 여자 아이로서 호프는 큰 충격을 받았고

꿈 속에서나마 허니를 만나기 위해 밤낮없이 잠만 자게 됩니다.

호프가 잠만 자게 되면서 호프의 기억 은행의 계좌는 기억 계좌는 감소하고 꿈 계좌만 증가하는

심각한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어 결국 전세기은(전 세계 기억 은행)으로부터 호출을 당하게 되어요.

 

이 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림인데요.

표지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던 그림은

책 속에서는 때로는 글보다 더욱 강렬하고 중요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묘사되는 장면도 무척 많아서 마치 글자없는 그림책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요.

허니를 찾는 호프 이야기, 사라진 허니 이야기, 호프의 꿈 이야기 등

세 개의 이야기가 각각 나오다가 나중에 하나로 만나게 되는 특별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세 개의 이야기가 마치 다른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독특하고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답니다.

상처와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호프는 기억 은행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동생 허니의 소중한 영구 기억과 호루라기 소리를 따라 호프는 꿈에 그리던 허니를 만나게 되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 가치를 모르고 지나치는 매순간의 기억과 꿈...

그 소중함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잔잔한 감동과 따뜻함이 배어있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사소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잔잔한 일상의 기억과 꿈을 공유하고 함께 나눈다는 건

어쩌면 그 어떤 화려한 것들보다 더욱 가치있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은 무엇인가.

그 기억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간직하고 있는가.

나에게 주어지는 매 순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책을 읽는 동안 , 그리고 책장을 덮고 잔잔한 감동에 젖어있는 동안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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