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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생길 거야 ㅣ 노란상상 그림책 3
리즈앤 통 글, 유진 김 닐란 그림, 김경연 옮김 / 노란상상 / 2010년 8월
평점 :

전집, 단행본 할 것 없이 무척 많은 그림책을 접해 보았지만
베트남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무척 생소했습니다.
불교에 기반을 둔 윤회 사상, 돌고 돌며 이어지는 선행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흥미롭게 그리고 있는 무척 독특한 그림책이에요.
제목 <좋은 일이 생길 거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첫부분에 나오는 주인공 소녀 마이의 선행은
잇따라 나오는 일곱명의 등장인물들에게 연쇄적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한 사람의 선행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을 하게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해 주는 제목이랍니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 나무판에 그린 삽화 는
이국적인 베트남의 아름다운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책에서 나무 향이 솔솔 풍길 것 같은 느낌이 너무나 멋지고
은은한 황금빛이 책 전체를 감싸고 있어 독특한 이국적 분위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절문으로 향하는 마이는 낯익은 참새 우리를 찾았어요.

절문 옆에 참새 우리와 새 장수가 보이지요.
불교에서는 환생을 믿기 때문에 갇힌 새들을 풀어주며 선행을 한답니다.
그러면(선행을 하면) 그 선행은 다시 반복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기도 하고
다시 태어날 때 더 높은 존재로 태어날수도 있다고 해요.
이런 불교 사상들을 아이들이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책 속에서 여러 사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행들을 보면서
아이들도 의미를 깨닫기에 부족함이 없답니다.

불교에서는 잡힌 생물을 풀어주는 것을 선행이라고 생각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방생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방생과 같은 의미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이는 참새들을 풀어줄 돈이 없어서 모이통과 물통만 새장 안으로 넣어줍니다.

이제 두번째 인물이 등장해요.
빨간 벨벳 슬리퍼를 신고 온 투라는 소녀입니다.
아름다운 슬리퍼에 시선이 가는데요. 이 슬리퍼와 다음 선행이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마이는 투에게 참새 모이 주는 일을 함께 하자고 합니다.
마이는 투가 내민 손에 씨앗을 나눠 주며 이렇게 속삭여요.
↓

이 아름답고 경쾌한 시는
선행이 이루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입에서 즐겁게 불려지는 노래랍니다.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함축적으로 간결하게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하지요.
가만히 되뇌어 볼수록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투는 우리 조각에 발을 베어 길가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슬리퍼를 줍니다.

그리고는 노래를 부르지요.
"자유로이 훨훨, 자유로이 훨훨 파아란 하늘 속으로.
착한 일을 하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네"
이런식으로 선행을 받은 사람들은 곧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선행을 베풀고
마음 따뜻한 선행 릴레이가 계속 이어진답니다.
그림 만큼이나 내용도 얼마나 따뜻한지
읽으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름다운 그림책이에요.
마지막으로 선행의 수레바퀴는 다시 마이에게 돌아가
마이는 그토록 원하던 새장 문을 여는 기쁨을 맛보게 된답니다.
새장 문을 열 때 마이의 심장은
날아가는 수천 마리 새들의 날개처럼 파닥파닥 뛰었습니다.
새들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자유로이 훨훨, 자유로이 훨훨 파아란 하늘 속으로……."
마이는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불교의 선행과 윤회라는 어려운 용어와 의미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킬 필요도 없이
그냥 스토리를 따라 읽으며 흐름을 이해하기만 해도
아이들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자연스럽게 느끼고 깨닫게 됩니다.
우리 아이에겐 어렵겠다고 생각할 필요도 전혀 없을 것 같아요.
6살 제 아이도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답니다.
이어지는 착한 일, 좋은 일에 아이도 덩달아 흐뭇해하며 즐거워하더군요.
불교의 사상과 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아이라면
삶의 순환과 선행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 나눠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오랫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아이들과 선행, 배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독특하고 이국적이며 잔잔한 감동이 있는 그림책 <좋은 일이 생길 거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