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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 - 꼬마 니콜라 탄생 50주년 기념 ㅣ 꼬마 니콜라 7
르네 고시니 지음, 이세진 옮김, 장 자크 상뻬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꼬마 니콜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햇빛이 은은하게 드리운 다락방 계단에 걸터앉아 키득거리며 읽던 어릴 적 기억입니다.
지극히 서구적인(?) 외모의 꼬마가 등장하는 이야기였지만
에피소드마다 무한 공감하며 유쾌한 동질감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답니다.
그 미워할 수 없는 천방지축 개구쟁이 악동 니콜라가 어느새 50살이나 되었다니
니콜라와 함께 유년기를 보낸 저로서는 감개무량하네요^^
기발한 상상력의 작가 르네 고시니와
간단해 보이는 그림에도 유머와 관찰력이 숨어있는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환상의 만남이
시대를 초월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둘은 따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함께 있을 때 더욱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꼬마 나콜라 탄생 50주년을 기념하여 소장본인
고급스런 양장본으로 다시 태어난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입니다.
니콜라와 빨간색은 역시 뗄래야 뗄 수 없는 듯 보여요^^

개구쟁이 니콜라의 모습이 가득한 속지
개구쟁이 우리 아이들을 쏙 빼닮은 모습이라 더욱 사랑스럽네요.

니콜라와 친구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탄생되는
일러스트레이터 장 자크 상페가 작업 중인 책상 모습입니다.
1977년 51세로 사망한 고시니가 1960년대에 써 둔 원고
『그까짓 퀴즈 대회』를 보며 어울리는 그림을 새로 그렸다고 하네요.
이 책에도 수록된 『그까짓 퀴즈 대회』의 배경이 된 빈터의 바퀴 빠진 고물차가 보입니다^^

세상에 발표되지 않았던 10편의 이야기가 상페의 수채화와 어우러져
보석처럼 담겨있어요.
읽으면서 공감의 웃음이 나오고
읽고 나면 흐뭇함에 때로는 유머러스함에 미소가 지어지는
저마다 다른 빛깔로 빛나는 이야기들입니다.

특별히 가장 먼저 수록된 <부활절 달걀>은
책으로 묶여 나오지는 않았지만 1959년 잡지에 처음 등장했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 뒤로 50년 넘게 이어질 대장정의 첫 출발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50년 전에 처음 선보인 모습 그대로 흑백으로 수록되어 있답니다.

부활절의 재미있는 풍경을 아이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보아도 정말 재미있고 기발합니다.
상황도 묘하게 유머러스한 게 대놓고 웃긴 것보다 더욱 재미있구요.
1959년에 발표된 이야기라니 정말 니콜라의 호적등본을 본 느낌이었답니다^^
오래된 이야기인데도 조금도 촌스럽거나 지금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역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니콜라의 매력은 이런 것인 듯 합니다.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책상 사진에서도 보여졌던
『그까짓 퀴즈 대회』입니다.
빈터나 버려진 자동차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적 배경과 소재가
단번에 아이들을 사로잡는답니다.
퀴즈대회에 출전해서 상품인 자동차를 타겠다는 니콜라의 각오는
아이다운 상상으로 엉뚱한 결말로 흘러가면서 무산되고 말아요.
니콜라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친구들 모두 아이다운 천진함이 너무나 사랑스럽답니다.

에피소드 사이마다 사랑스런 니콜라를 볼 수 있어
더욱 즐겁고 행복해지는 책입니다.

『빨간 풍선』
여느 아이들처럼 풍선을 좋아하는 니콜라의 모습이 그려진
역시 공감 만땅 가는 에피소드예요.
엄마와 쇼핑을 다녀오는 길에 풍선을 받게 되고
그 풍선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에게 익숙한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있어 더욱 와닿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빨간 풍선이 가득 그려진 페이지도 너무나 예쁘죠?

복잡한 버스를 타면 부대끼어 풍선이 터질까봐
니콜라와 엄마는 집까지 걸어 가기로 합니다.
'나는 걷는 걸 참 좋아한다. 특히 풍선을 들고 걸어가면 더 좋다.
나는 엄마한테 좋다고 했다. 비록 집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니콜라, 정말 사랑스럽죠?

집까지 힘들게 가져온 풍선을 니콜라와 아빠는
이웃집 블레뒤르 아저씨를 골려 주기 위해 터트립니다.
그러나, 엄마는 화가 났지요..ㅎㅎ
'엄마는 그날 저녁 내내 화가 나 있었다.
엄마가 그렇게까지 그 풍선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라면
그런 장난은 안했을텐데, 엄마도 참!'
니콜라의 귀여운 생각에 웃음이 빵 터집니다.ㅎㅎ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는 특별한 책」이라는 수식어에
완전 동감할 수 밖에 없는, 추억 그 이상의 니콜라...
엄마가 읽고 자란 니콜라를 내 아이가 읽고
엄마 친구 니콜라와 내 아이도 친구할 수 있는
가슴 설레는 멋진 만남을 아이에게 꼭 선물해 주세요.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 않는 빨간 풍선을 든 니콜라,
제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주고픈 사랑스런 친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