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1
야설록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실로 오랫만에 펼쳐 보는 대하역사소설이었다.

워낙에 무협이나 만화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영화화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작품을 굳이 골라 보지 않는 성향때문이리라.

 

조선 왕조 마지막 멜로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불꽃처럼 나비처럼> ~

부끄럽지만 내겐 낯설기까지 한 유명 작가 야설록의

1997년 동명 작품이 다시 선보인 것이라 한다.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 민자영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이

역사의 모진 바람만큼이나 휘몰아치며 그려져 있는 책...

1, 2권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놀라운 흡인력에

나도 모르게 고3 수험생마냥 연 이틀을 새벽녁까지 빠져 있었다.

 

몰락한 가문에서 중전으로 간택된 명성황후 민자영,

그러나 그녀는 껍데기 뿐인 중전이었을 뿐...

시집오자마자 남편의 사랑을 잃고 시아버지 대원군의 냉대로 아이까지 잃어야 했다.

또 밖으로는 열강의 침략에 맞서야 했던 여인 민자영은

그 누구보다도 외롭고 고독했으며 두려웠을 것이다.

고단하고 치열했던 황후의 삶에 대한 깊은 연민으로

작가는 평생을 바쳐 그녀를 사랑한 한 남자를 그녀 옆에 두었다고 말한다.

 

일본, 청, 러시아 등 우리 나라를 둘러싼 열강들과의 긴박한 견제 속에

그녀를 지켜주는 건 단 하나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었으니

그것이 허구이면 어떠하랴...

바람앞의 등불같은 조국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던 명성황후와

평생 그녀만을 사랑한 호위 무사 무명의 가슴 저린 사랑은

도시적인 요즘 사랑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칼부림과 선혈이 난무하는 그저 그런 무협 소설이 아닐까 했던 생각이

다시금 부끄러워진다.

 

이 분야 최고의 작가답게 너무나 생생해서 소름이 돋을 것만 같은

살아 숨쉬는 스펙터클한 장면 묘사와 무술 장면은

1, 2권을 읽어가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무술 장면의 섬뜩할만치 생생한 묘사와 함께

명성황후와 무명간에 흐르는 과감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 역시

읽는 이의 마음을 떨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을 몰아내고자 했던 민자영은

결국 극악무도한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되고 만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한 무명의 목숨을 건 사투...

"내가 있는 한...!

너희들은 한걸음도 후(后)께 다가갈 수 없다!"

 

가슴 가득 밀려오는 감동은 사랑하는 이와 조국에 대한 사랑을

정말 오랫만에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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