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랫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 제목만큼이나 밝고 선명한 햇살이 강한 첫인상을 선사하는 그림책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입니다. 노란 햇살이 가득한 아침, 행복해 보이는 아이의 얼굴이 더욱 고와 보이네요. 제 9회 서울동화 일러스트레이션상 대상 수상작인 이 그림책은 대담하고 힘있는 터치와 몇가지 색만으로 이루어 낸 강렬한 컬러감에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 가사를 중심으로 아이와 엄마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는 그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줄거리입니다. 단지 검정과 노랑이 주조를 이루는 지하방이 주 배경이며 자리에서 일어선 모습을 좀체 볼 수 없는 아이가 근육병 장애아동이란 것 말고는 말이지요. '가방메고 인사하고 유치원에 갑니다~' 라는 부분에서 아이는 여전히 누워있고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나오면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된답니다. 엄마와 아이의 표정이 아침 햇살처럼 밝고 환해서 더욱 눈치채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힘찬 터치가 살아있는 그림은 볼 때마다 숨어있는 장치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벽지에 등장하는 해바라기는 드넓은 해바라기 꽃밭으로 이어지고 TV 속 나비 역시 TV 밖 아이의 현실 세계에도 등장합니다. 누워있는 아이를 엄마가 씻겨 주고 머리를 빗겨 주는 모습에 세상 모든 엄마들은 마음이 짠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우리들만의 편견일지도 모른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와 엄마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이잖아요. 장애를 가졌고,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결코 누군가에게 동정받을 불쌍한 처지가 아니라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친구이자 소망이었을 TV 속의 나비가 드넓은 해바라기 꽃밭에서 팔랑팔랑 맘껏 날고 있습니다. 아이도 엄마도 희망의 해를 향해 활짝 웃고 있네요. 해를 닮은 해바라기들 속에서 사랑과 희망의 향기가 폴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