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그림 족자... 제목을 보아하니 아주 잘 알려진 대표적인 전래동화는 아닌 것 같고 조금은 덜 알려진 옛이야기인가 싶었다. 우리 멋이 한껏 살아있는 수묵 담채화의 운치를 느끼며 첫 페이지를 여니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전우치라는 선비도사가 살았단다.' 라는 문장이 단번에 들어온다. 아... 작자 미상의 고대 소설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하여 재미난 이야기로 탄생시킨 웃음과 해학, 교훈이 가득한 전래동화로구나... <아씨방 일곱 동무>로 너무나 친근한 이영경 작가의 그림책이라 더없이 편안하고 입에 쫙쫙 달라붙는 감칠맛 나는 글과 정감 넘치는 그림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눈 먼 어머니와 힘겹게 살아가는 한자경을 돕는 전우치, 신기한 그림 족자 하나를 건네주는데... 그 족자는 욕심을 자제하고 그림 속 고지기에게 하루에 한 냥씩만 얻어야 하는 신기한 요술 족자였던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해내려오는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이 이 이야기 역시 주인공의 욕심으로 평화가 깨지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그림 족자 속에 곳간과 곳간을 지키는 고지기가 있고 '고지기야... '부르면 그림 속 고지기가 나와 꾸벅 절을 하고 달라는 돈을 준다는 믿기 어렵지만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푹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가득하다. 구수한 입말체의 글은 소리내어 읽을수록 감칠맛나고, 인물의 동작과 표정이 살아있는 그림 역시 정겨움을 더한다. 탐관오리를 괴롭히고 억울한 백성들을 도와주는 데 신통력을 발휘하는 전우치전에 기본을 둔 이야기이나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흥미진진하고 통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풍자 가득한 유쾌한 이야기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깨닫는 삶의 지혜, 그것이 바로 전래동화가 주는 가장 큰 기쁨이자 선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