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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밤이 무섭지 않아!
유르크 슈비거 글, 에바 무겐트할러 그림, 한희진 옮김 / 살림어린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2008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호기심이 저절로 이는 재미난 표지 그림에 관심이 간다.
전 세계 70개 나라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매 2년마다
최고의 글 작가와 그림 작가에게 주는 아동 문학상이며
'작은 노벨상' 이라 불리는 안데르센 상 수상작가 위르크 슈비거와
독일 아동·청소년 문학상 후보에 여러 번 올랐던 그림작가 에바 무겐트할러의 환상적인 그림으로
작품성을 더했다.
200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인 모 윌렘스의 <내 토끼 어딨어?>를 펴내어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 있는 살림어린이에서 출간한 두번째 그림책이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밤(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재기 발랄한 상상의 힘으로 무서움을 극복하는 아이, 미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공감이 가고
또 자신도 미미처럼 그런 멋진 상상을 발휘해 보고픈 생각이 들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판타지적 상상의 세계로 자유롭게 펼쳐지는데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 (하얀 곰과 검은 곰을 상징화한 밝음과 어둠 표현)을 즐기는 재미 또한
유쾌한 이야기 만큼이나 특별하다.
깜깜한 방 안, 침대에 누운 미미는 잠이 오지 않는다.
자신의 방을 어두운 숲 속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깜찍한 상상... 참 예쁘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줄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볼거리 많은 삽화도 재미있다.
나무에서 튀어나온 서랍장들, 나무 가지에 걸려있는 전등, 저 멀리 오고 있는 하얀 곰...
아침이 되자 미미는 엄마에게 하얀 곰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을 감으면 빛을 볼 수 없으니 눈 감는게 무섭다고...
빛을 내는 건 모두 다 가지려하는 하얀 곰이 보인다.
아이 방의 장난감들도 하나같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재미난 설정에 웃음이 난다.
하얀 곰은 밤이 되면 나타나 미미 곁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러다 미미가 화장실에 갈 때면 거울 앞에서 열심히 이도 닦고...
이 하얀 곰은 밝음을 의미하는데 아마도 잠들기 전의 미미를 지켜주는 존재로 보여진다.
곰 치약, 곰 발바닥 크림, 윤기 나는 곰 털을 위한 크림 등 재미난 그림에 웃음이 난다^^
다음날 아침, 엄마에게 하얀 곰에 대해 또 이야기하는 미미.
하얀 곰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하다.
전등 불빛이 하얀 곰으로 표현되어 있는 재미...
이렇게 매 페이지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줄 요소가 숨어있는 것 역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다음 날 밤, 하얀 곰은 떠나고 검은 곰이 찾아온다.
검은 하늘과 어두운 길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역시 재치있는 그림...^^
검은 곰은 어둠과 잠을 상징하는 것으로
편안한 잠의 세계로 아이를 안내하고 지켜주는 존재로 보인다.
하얀 곰처럼 우스꽝스럽게 이를 닦지도 않고, 옆집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와도 춤을 추지 않는...
흑백의 대비와 대칭감이 가장 명확하게 나타나는 장면에서
하얀 곰과 검은 곰은 밝음과 어두움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아이들에게 인식시킨다.
그 둘은 상이하고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순환임을...
검은 곰의 코에 그려진 북두칠성 별자리 모양도 역시 재미있는 볼 거리^^
이제 미미는 밤이 무섭지 않다.
"착한 아이들은 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밤은 나쁜 짓을 하는 도둑들에게나 무서운 거야."
미미는 검은 곰과 함께 더 이상 두려움이 없는 편안한 밤을 보내게 된다.
밝은 공간에는 하얀 곰이, 어두운 곳에는 검은 곰이 있어 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밤과 어두움에 대한 두려움을 지혜롭고 재치있게 극복하는 아이의 이야기.
어두움을 두려워하는 많은 아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
기존의 어둠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책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내용 전개와
더욱 색다르고 독특한 유쾌한 그림은
내용은 모두 비슷하고 그림은 아기자기하고 예쁘기만 한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짜릿한 즐거움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