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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갖고 싶니? ㅣ 웅진 세계그림책 124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책에 관심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훌륭한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초기 작품(1980년 作 원제 Look What I've Got!)이
웅진주니어에서 번역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상자를 들고 한껏 거만하게 자랑하고 있는 아이와
부러운 듯 쳐다보는 아이의 대조적인 모습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표지...^^
산책을 하고 있는 주인공 샘 앞으로
새 자전거를 탄 제레미가 지나간다.
새로 산 멋진 자전거를 자랑하기 바쁜 제레미.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꼼꼼히 살펴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빨랫줄을 묶은 무스의 머리라든가 벽돌 담에 붙어있는 귀며 다정하게 손잡고 있는 스웨터 등
이 책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보는 내내 아이들의 탄성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의 이런 재치와 기발함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그를 최고의 그림책 작가로 만든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제레미는 잘난 척 자랑하며 한껏 으쓱거리다 그만 사고를 내고 만다.
이번엔 공원에서 제레미는 새로 산 축구공을 갖고 놀며 자랑을 한다.
둘은 함께 축구를 했지만 제레미의 실력은 샘보다 한 수 아래...
모처럼 공을 찬 제레미는 또 사고를 치고 만다.
제레미가 사고를 일으킬 때마다 읽는 이가 은근한 통쾌함을 느끼는데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샘을 대신하여 독자가 그 기쁨(?)을 맛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 내지는 배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득한 막대 사탕을 자랑하며 혼자 다 먹어치운 제레미.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사탕을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처음의 것보다 더욱 재미있어진 빨랫줄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페이지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 하나하나가 유머러스하고
'개조심' 이라고 써붙인 문 뒤에 앉아 있는 것은 고양이가 아닌가.
아마 문 위에 놓은 '핫도그(Hot Dog)' 때문에 개조심이라고 한 게 아닌지..^^
혼자 그 많은 사탕을 다 먹은 제레미.
이쯤 되면 당연히 와야 할 결과는 역시 배탈일터...ㅎㅎ
파랗게 질린 얼굴로 땀을 흘리며 괴로와하는 제레미의 얼굴과
같은 빛깔의 벤치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식으로 제레미는 계속 샘을 약올리고 심술궂게 군다.
위기에 처한 제레미를 샘이 구해주기까지 하는 장면에선
착하기만 한 샘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속상한 마음도 들었지만
마지막 장면의 반전에선 그런 속상한 마음을 모두 잊고 즐겁게 몰입할 수 있다.
동물원에 간다며 자랑하는 제레미가 전혀 부럽지 않았던 샘을
비로소 이해하고 샘과 함께 할 수 있으니까...
어린 아이들에게 독선과 고집은 옳지 않으며
나눔과 배려,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가르쳐주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히 그것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물질적인 것을 다 가질 순 없어도 마음의 힘, 상상의 힘으로 얼마든지
소유 그 이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음을 말해준다.
물질 만능주의가 늘어만 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읽혀주고 함께 생각해 보고싶은
유쾌하면서도 가치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