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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토끼 어딨어? ㅣ 모 윌렘스 내 토끼 시리즈
모 윌렘스 글.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어린이 / 2008년 7월
평점 :
펜으로 쓱쓱 그린 개성 넘치는 삽화를 보는 순간 원서로 만나본 <Don't let the pigeon drive the bus!>가 단번에 떠올랐다. 처음 그의 그림책을 만났을 때 기발하지만 늘 보아온 다른 그림책들과 사뭇 다른 개성에 낯설고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작가의 자유로운 발상과 창의력에 감탄하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새롭고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모 윌렘스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살림어린이>에서 처음 출간하는 어린이 그림책으로 그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흑백 사진들이 담고있는, 컬러 사진보다 더 많은 이야기 위에 그려진 생동감 넘치는 스케치 삽화가 아주 독특한 개성을 발산한다.
흑백으로 절제된 배경 속에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매력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나만의 꼬마 토끼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트릭시의 마음은 어쩜 우리 아이들과 그렇게 똑같은지 , 그런 트릭시의 모습을 보는 내내 공감과 미소가 일었다.
똑같은 꼬마토끼를 가져온 소냐를 본 트릭시는 놀라움에 말을 잃고 , 결국 친구와 말다툼끝에 선생님께 꼬마토끼를 빼앗기게 되고 , 돌려받으면서 토끼가 뒤바뀌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작가의 역량에 정말이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딸아이도 새로 산 캐릭터 우산을 유치원에 가져갔다가 똑같기는 하지만 아주 낡은 우산과 바뀌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적이 있었기에 트릭시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하면서...^^
꼬마토끼가 바뀌는 장면을 보자마자 토끼가 바뀌었다며 소리치는 아이들,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도 다 보이는 걸까.
트릭시는 잠들기 전까지 꼬마토끼가 바뀐줄을 모르고 즐겁게 논다.
엄마아빠와 로봇놀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모 윌렘스의 전작 < Don't let the pigeon drive the bus!> 를 찾아볼 수 있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잠결에 꼬마토끼가 바뀌었다는 엄청난 사실을 깨달은 트릭시, 도저히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는건 아이들에겐 당연한 일일터...
역시 아이들의 마음을 탁월하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부분이다.
소냐 역시 트릭시와 똑같은 마음이라 두 가족은 꼬마 토끼를 바꾸기 위해 밤거리를 달려가는데...
미국 어느 도시의 야경이 감탄을 자아내는 사진 속에 꼬마토끼를 들고 급히 가는 트릭시와 아빠, 소냐와 아빠의 모습이 등장한다.
아이들과의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한 멋진 장면이다.
작가의 반짝이는 재치와 상상력에 다시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사히 자신들의 토끼를 되찾은 아이들은 이 일을 계기로 다투던 일은 언제 있었냐는 듯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된다.
이것 역시 순수한 아이들 모습 그대로를 잘 나타낸다고 하겠다.
스물네 시간동안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빨려드는 재미와 유쾌함, 따스함이 시종일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수작이다.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그려진 유쾌한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도 맘껏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