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지혜를 배우는 아름다운 우리 그림책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9
이억배 글.그림 / 보림 / 2008년 8월

오랫만에 만나는 까치 호랑이 책이라 더없이 반가웠다.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라...
알고 있는 웬만한 전래 동화 중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왔던 이야기였다.

뭔가로 가득차 불룩한 주머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뭔가를 노리고 있는 옹달샘,  산딸기,  청실배, 독뱀이 주머니를 둘러싸고 있다.
내용이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는 표지를 얼른 넘겨 보았다.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남에게 이야기해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잊어버릴까 봐 종이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꽁꽁 졸라매 두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자가 방 벽장에 넣어 두었는데...
여러 해 동안 이렇게 하다보니 주머니는 이야기로 가득 찼고, 어느덧 아이는 자라서 장가를 가게 되었다.
이야기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름다운 우리 그림들의 향연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반쪽이> ,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등에서 아름답고 개성있는 그림을 선보인 이억배님의 삽화들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우리 전통 문화와 풍습, 가옥 구조와 방 안의 모습 등 요즘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귀한 장면들이 아름다운 색채의 삽화로 생생하게 살아있어 특히 눈이 즐거운 그림책이다.

우연히 신랑 방에서 수군수군 말소리를 들은 머슴 하나가 벽장 쪽에서 이야기들이 나누는 말을 듣게 되는데...
주머니에 갇힌 채 답답하기만 한 이야기들이 신랑을 혼내 주려고 모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 대목에서 이야기들은 표지에 나온 옹달샘, 산딸기, 청실배, 독뱀으로 변신하여 신랑을 죽게 하겠다는 스릴과 긴장감 넘치는 모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바야흐로 시작되는 머슴의 재치있는 문제 해결을 보면서 아이들은 안도하고 웃음짓게 된다.

후에 머슴의 이야기를 들은 신랑은 벽장에서 이야기 주머니를 꺼내어 매듭을 끄르고 이야기들이 훨훨 날아가도록 해 준다.
그리고 그 머슴은 이름난 이야기꾼이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들려준 화자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자, 이제 너희는 이 이야기를 누구한테 해 줄래?
이 이야기를 듣고난 아이들은 아마 기꺼이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지 않을까 한다.^^
이야기 뿐 아니라 음식도 물건도 사랑도 혼자만 독차지하는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눌때 더욱 즐겁고 가치있는 것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테니 말이다.